▲지난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jyjy@)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에서 아산공장 불법파견이 인정된 것은 2022년 10월 이후로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직접생산업무뿐 아니라 내수 출고 차량을 이송하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도 파견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현대차 아산 2차 업체 내수차 이송 근로자도 불법파견"
 
2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5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심 중 임금 청구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 전원의 불법파견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다. 다만 원심 판결 중 포인트와 상품권 상당 금품 지급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 나와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돌아가게 됐다.
 
소송을 낸 근로자들은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도장, 의장, 서열, 불출, 내수 출고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현대차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1차 협력업체 소속이다. 내수 출고 근로자는 1차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2차 협력업체 소속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이들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현대차가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는 현대차에 의해 정해졌다. 현대차는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생산 공정 중 정규직이 담당할 공정을 먼저 확정한 뒤 그 외 기피 공정이나 단순 업무 공정을 사내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어 업무를 하도록 해왔다. 계약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6개월마다 갱신됐다.
 
파견은 인정됐지만....대법 "복지포인트 청구 다시 판단해야"

다만 대법원은 원심이 사망하거나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규직이면 받을 수 있었던 복지포인트를 지급해야 한다고 본 대목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퇴직하거나 사망한 근로자에게도 복지포인트를 직접 부여하지 않더라도 그 대체물을 교부하면 된다고 보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차 근로자들이 포인트를 받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직자에게만 발급되는 복지카드를 이용해 직원들을 위한 온라인 복지몰에서 물품을 구매해야 한다"며 "퇴직이나 사망 이후에는 더 이상 현대차의 근로자로 근무할 수 없어 포인트를 교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은 판결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백명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장은 "2015년에 소송을 제기한 이후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그동안 현장에서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과 고통에 시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유태영 노동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직접생산공정인 차체 도장, 의장부터 출고, 물류까지 모두 원청인 현대차가 지휘ㆍ명령하던 불법파견이라는 것이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법원은 장기간에 걸쳐 법정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위해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낸 불법파견 소송이 추가로 계류돼 있다. 약 80 명의 근로자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지예ㆍ이재헌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