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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8-05 14:15:48

    수정 : 2026-09-30 15:32:35

‘딴 데 써도 모른다’ 티메프 퇴직금 체불로 이어진 퇴직기금 제도

2024-08-05 14:15:48



‘퇴직연금 의무화ㆍ비상장사 퇴직기금 정보 열람권’ 대안으로
[2024년 9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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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사진=뉴시스)
     
    티몬ㆍ위메프(티메프)의 재정 위기가 대규모 퇴직금 체불로 번질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기회로 퇴직금 체불에 취약한 퇴직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가입 시 제재 규정을 신설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첫 번째 대안으로 꼽히지만 경영계는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퇴직연금 미가입' 티메프…입점업체까지 퇴직금 체불 우려
     
    티메프의 자본 잠식과 입점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미정산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퇴직금 체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메프는 지난해 실시한 2022년 공시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 원, 유동자산은 1309억 원이었고 위메프는 유동부채 3098억 원, 유동자산 617억 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5배 많은 상황이다.
     
    티몬은 회계감사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결국 티메프 지난 달 29일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 경우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된 퇴직금 기금이 있어 퇴직금 체불 우려가 낮다.
     
    그러나 퇴직연금에 미가입한 경우 외부 금융기관에 퇴직금 지급을 위한 적립 기금이 없어 기업 회생 시 퇴직금 체불 가능성이 높다. 티메프 관계자는 퇴직금 체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티메프 입점업체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확률은 더 낮아 입점업체들의 퇴직금 체불 확률은 더 높은 상황이다. 2022년 통계청의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상시 300인 이상 사업장은 91.9%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지만 상시 30인 미만 사업장은 57.3%, 상시 10인 미만 사업장은 32.9%만 도입했다.
     
    결국 티메프보다 규모가 작은 입점업체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확률은 낮아 이번 미정산 사태가 입점업체들의 대규모 퇴직금 체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티몬 입점업체 대표 20여 명은 지난 1일 서왕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의 현장간담회에서 "길게 버텨야 다음 달로 이곳에 온 입점업체 대표들 80~90%는 길어야 다음 달까지 버틸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버티고 있지만 곧 파산할 위험에 놓인 상태"라고 호소했다.
     
    퇴직금 기금, 딴 곳 써도 몰라…'자율 적립' 한계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금 적립을 자율에 맡기고 있는 퇴직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연금은 기업에 기금 적립 의무가 있지만, 퇴직금은 기금 적립 의무가 없다. 기업이 퇴직금 기금을 적립하지 않거나 적립한 기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퇴직금 제도가 기업 도산 시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퇴직급여 부채 규모와 적립률 공시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퇴직금 제도는 외부적립 의무가 강제되지 않는다"라며 "퇴직연금과 달리 기업이 도산할 경우 퇴직급여 수급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정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은 "티메프 같이 규모가 큰 기업에서 퇴직금 체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금 적립을 자율에 맡기고 있는 퇴직금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퇴직금 기금 적립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으면 적립금을 기업이 다른 곳에 사용해도 확인도 안 되고 막을 방법도 없다"며 "더 이상 자율 적립을 방치해 퇴직금 체불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들을 양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무 적립' 퇴직연금 강제 대안될까…경영계 "영세업체 유동성 악화될 것"

    이처럼 퇴직금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기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퇴직연금 제도를 강제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한 기업은 외부 금융기관에 일정액을 계속 적립하는 것이 의무화 돼 체불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현행 퇴직급여법상 2012년 7월 26일 이후 설립된 사업장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미도입 사업장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사실상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부장은 퇴직금 체불 방지를 위해 퇴직연금 미도입 기업에 대한 제재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이번 사태와 같은 퇴직금 체불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미가입 제재 규정을 도입해 퇴직연금의 실질적인 의무화가 필요하다"라며 "퇴직연금 제도가 퇴직금 체불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 정책처럼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도 "퇴직연금이 아닌 퇴직금 제도를 선택한 기업의 근로자들은 기금 적립 상황을 알 수 없어 항상 수급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서라도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계는 퇴직연금 의무화는 영세기업의 유동성 악화만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회정책팀장은 "티메프 사태는 예측 불가능한 사태였다"라며 "퇴직금 체불 방지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지만 퇴직연금 강제화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기업들에게 외부 금융기관에 대규모 현금을 적립하도록 강제하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라며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영세기업이 무리 없이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손 팀장은 퇴직연금 의무화 대신 비상장회사 근로자들에게 퇴직기금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 팀장은 "상장회사들은 대부분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고, 퇴직금 제도를 선택한 경우라도 기금 정보가 공시된다"라며 "비상장회사의 경우 퇴직금 기금에 대해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까지는 어려워도 근로자들에게 기금 정보에 대한 열람권을 부여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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