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 10일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종철 쿠팡풀필트먼트서비스 대표이사(오른쪽),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배송기사(퀵플레서)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장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쿠팡CLS가 진짜 사장인지 밝혀야 한다는 요구에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배송기사의 근로자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근로감독이 진행 중으로 감독 결과를 토대로 특별근로감독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개최했다. 이날 국정감사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와 홍용준 쿠팡CLS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이날 국감은 '쿠팡 국감'으로 불릴 만큼 쿠팡의 과로사 문제, 블랙리스트 의혹, 클렌징 제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5월 쿠팡CLS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다 숨진 정슬기 씨와 관련해 쿠팡CLS 직원이 정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메시지에 따르면 직원은 정 씨에게 "(배송 상품이) 어마어마하게 남았다"며 빠른 배송을 요구했다.
 
▲지난 2월 8일 쿠팡CLS 직원이 배송기사로 일했던 정슬기 씨에게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자료=전국택배노동조합)
 
이날 증거로 제시된 또 다른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배송하시면서 해당 배송지 방문하시며 프레시백 회수 부탁드립니다. 회수 여부는 사진촬영해서 공유 부탁드립니다"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의원들은 원청인 쿠팡CLS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송기사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했다며 불법파견 여부를 따졌다.
 
쿠팡CLS는 대리점(전문배송업체)과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대리점은 배송기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즉, 쿠팡CLS와 배송기사 사이엔 직접적인 계약이 없어 원칙적으로 쿠팡CLS는 배송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는 쿠팡CLS가 배송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시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배송기사는 쿠팡의 지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롭냐"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쿠팡이)지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김 차관에게 똑같이 하자 김 차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CLS는 배송기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어 지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정슬기 씨는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본사는 카카오톡으로 배송기사에게 업무지시를 못 하도록 막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본사 직원들이 배송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하는지 모니터링해 지시를 한 것이 적발될 경우 시정 지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정슬기 씨에게 업무지시를 했던 직원에 대해 본사에서 인사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만 책임지게 할 것이냐고 질타하자 홍 대표는 "철저하게 감독하겠다"고 답했다.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불법파견 의혹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김 차관은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배송기사의 근로자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정슬기 씨 사망과 관련해서도 근로감독이 진행 중으로, 감독 결과를 토대로 특별근로감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