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 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 팜)의 국정감사 출석이 직장 내 괴롭힘 보호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과제로 남겼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만, 일터에서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예술인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진스 괴롭힘' 결국 국감장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정감사엔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하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일명 '뉴진스 괴롭힘'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9월 뉴진스가 진행한 생방송에서 하니가 "다른 팀 멤버들에게 인사했는데, 매니저가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하니는 이날 국감장에서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한두 번 있었던 문제도 아니었다"며 "조용히 넘어가면 묻힐 것 같아 나와 같은 선배, 후배, 동료, 연습생들 역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국정감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소속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하는 것을 봤고, 하이브 PR팀에 있는 실장님이 뉴진스의 일본 활동 성과를 낮추려고 한 것도 알게 됐다"며 "회사에서 저희(뉴진스)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되면서 현재 서울서부지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아이돌 가수인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보호 대상인지가 될 전망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 측은 "신고 내용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실제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적으로 프리랜서 예술인들은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아티스트는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는 "현재 국회에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관련 법으로서는 아티스트는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일터에서 괴롭힘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김 대표는 "말씀하신 부분이 맞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히 참여해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은 고용부를 향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 이렇게 볼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묻자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근로기준법으론 적용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이 사건을 특정 그룹의 문제로 보거나 가십성으로 보지 않고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법 밖의 노동자가 겪은 사건으로 상징적으로 봐야 한다"며 "제도의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회와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의원도 "하니 팜 씨도 처음부터 세계적인 가수라는 지위를 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근로자 여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긴 하지만, 실직적인 근로형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급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실질적인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괴롭힘 문제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해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니는 "아티스트와 연습생처럼 계약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저희는 모두 다 인간"이라며 "이것을 놓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와 관련해 노동계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청년 부대변인은 "땀 흘리는 연습생과 아이돌의 모습은 노동자와 다르지 않지만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며 "아이돌과 연습생을 비롯해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헌ㆍ이동희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