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맨 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근로복지공단이 수행하는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640건이었던 소송 건수는 2023년 3505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만 합산한 건수도 이미 3314건을 기록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근로복지공단의 패소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이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 상고를 결정할 경우엔 산재 처리 기간이 늘어나 산재 피해자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업무상 질병' 소송ㆍ패소 모두 증가
 
이날 국정감사에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 처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재해조사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공단의 사고 처리 평균일수는 17.5일, 질병 처리 평균일수는 235.4일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현행 산재보험의 문제는 신속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아닌 근로고통공단으로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수행한 소송 건수는 ▲2019년 2640건 ▲2020년 2887건 ▲2021년 3056건 ▲2022년 3182건 ▲2023년 3505건 ▲2024년(8월) 3314건으로 지난 6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소송 건수뿐만 아니라 공단의 패소율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10.2%였던 패소율은 2024년 8월 기준 15.6%로 5%p 증가했다. 김 의원은 "패소율이 증가했다는 건 공단에서 산재 결정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공단의 패소가 항소, 상고로 이어진 경우도 확인됐다. 공단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4건 중 1건꼴이었다. 2024년 8월 기준 1심 패소 건은 246건이었고 공단은 이 중 63건(25.6%)에 대해 항소했다. 상고는 1ㆍ2심 패소 53건 중 7건(13.2%)에 대해 이루어졌다.
 
김 의원은 "공단이 산재 피해 노동자를 상대로 승소하겠다고 항소와 상고를 제기하고 있다"며 "소송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비싼 치료비와 산재로 인한 고통을 견뎌야 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새로운 업무상 질병 케이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공단의 입장은 너무 수동적인 자세"라며 "인과관계가 다소 명확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질병을 인정할 만한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면 산재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4건 중 1건을 항소한다는 건 4건 중 3건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업무상 질병의 경우 공단이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그대로 일반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의 경우엔 선례가 없거나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을 대상으로 최종심을 받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패소가 반복되는 업무상 질병은 공단의 판단기준을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바꿔야 공단의 패소율이 낮아지고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판단을 법원에 맡기면 재판이 길어지는 동안 고통은 노동자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선(先) 보장 후(後) 판정'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노동자 생계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1심에서 패소 시 해당 노동자에게 선 보장 후 판정을 받도록 해 이후 필요한 경우에 비용을 회수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이 같은 피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