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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일본 노동기준법을 계수한 제정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과 관련해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청취할 의무를 부과했을 뿐 불이익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는데, 1989. 3. 29. 법을 개정하면서 법 제95조(현행법 94조) 1항 단서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즉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해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하는 위 규정은 대법원이 199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이후 일련의 판결에서 설시한 판례 법리를 입법화한 것이다. 

판례는 위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 방법을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라고 설시하고 있는데(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등 다수), 이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 여부에 관해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임을 전제로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해당 취업규칙 변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판결도 발견된다. 아래에서는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의 구체적 의미에 관한 관한 판례 태도 및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본다. 

2.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의 의미에 관한 판례의 태도 및 실무상 유의점

대법원은 회의방식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해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의 상호 간의 의견을 교환해 찬반 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형식도 허용된다고 한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2505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101145 판결 등 다수).

따라서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회합(기구별 또는 단위부서별 회합 포함)에서 근로자들의 상호 간의 의견 교환과 찬반 의견 집약·취합 절차가 필요하고(적극적 요건), ▲그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소극적 요건) 돼야 한다. 

가. 근로자들 상호 간의 의견 교환 및 찬반 의견 집약ㆍ취합 절차(적극적 요건) 및 유의점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하에 동의서 등을 회람해 개별적으로 서명하는 방식도 의견 교환 및 의견 집약 절차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 1.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23192 판결,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3다52456 판결 등 다수). 

구체적으로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은 동의서 등에 의한 개별적 서명 방식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사정이 전부 또는 상당수 인정될 경우 근로자들 상호 간의 의견 교환과 찬반 의견 집약·취합 절차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2319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10. 26. 선고 2021나204223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7. 17. 선고 2019나2012009 판결 등.).

다만 동의서 등의 회람에 의한 개별적 서명 방식은 자칫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을 쉽게 하고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을 저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으므로 동의서 등을 회람하고 이에 개별적으로 서명하는 방식의 유효성이 문제 된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는지,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을 통한 집단적 의사 형성이 수반됐는지 신중히 평가해야 판다는 취지의 판결들이 발견되므로(서울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나2049413 판결- 대법원 2017. 5. 31.자 2017다209129 심리불속행기각 판결), 특히 동의 절차 실행 시 아래에서 서술하는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 사용자 측의 개입ㆍ간섭 배제(소극적 요건) 및 유의점

판례는 회합을 통한 의견 교환 및 찬반 의견 집약·취합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인정되는 경우(근로자 과반수 동의서 등이 징구됐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동의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판례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에게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대법원 2010. 1. 1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고 해,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을 설명·홍보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 또는 간섭으로 보지 않고, 동의 강요 등으로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을 설명·홍보하는 것에 불과한지, 동의를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강요한 것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사용자 측 담당자(임원, 부서장, 인사 담당자 등)는 설명회 이후 퇴장, 근로자들의 동의서 직접 제출 조치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 및 동의 과정에 개입·간섭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① 회사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을 공지했거나, 이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근로자들에 공지 또는 설명해 근로자들이 변경된 내용을 파악할 기회 부여).

② 사내 게시판 공지 또는 설명회 이후 근로자들이 논의하거나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할 기회(시간)를 부여했다(근로자들이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할 기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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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변경하고자 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동의하는 근로자들은 동의서에 서명했고, 반대하는 근로자들은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음으로써 의사를 표시였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없었다(근로자들의 의견 교환 및 찬반 의견 집약ㆍ취합 절차 과정에서 사용자 측의 개입ㆍ간섭 배제).

3. 맺으며

판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방법으로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 집단적 대응 결정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자는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사를 표시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판례의 태도에 비춰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절차적 정당성을 완비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사내 게시판 등으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구체적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공고해 근로자들이 변경된 내용을 파악할 기회를 부여

② 전체 직원 설명회 또는 부서별 설명회를 열어 근로자들에게 변경되는 취업규칙 내용을 설명하고 사용자 측(임원, 부서장, 인사 담당 직원 등)의 개입 없이 퇴장 이후 근로자들이 전체 또는 부서별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동의 또는 반대 여부를 결정해 해당 의견(동의서)을 제출하는 기회 부여

③ 동의서를 징구할 때에는, 근로자들의 집단성ㆍ자율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사용자 측(임원, 부서장 등)이 근로자를 직접 대면해 동의서를 징구하는 것은 지양하고 (i)근로자들에게 동의서를 근로자들 개별적으로 담당 부서에 직접(사내 행낭 또는 이메일 포함) 제출하도록 하거나 (ⅱ)부서별로 연명에 의한 동의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용자 측(임원, 부서장 등)이 아닌 근로자가 나머지 부서원의 연명 동의서를 징구받아 담당 부서에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