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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정석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사업장 내 두 개 이상의 노조의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맞춰 단체교섭 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단체협약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교섭단위가 분리되거나 사용자의 동의에 따라 개별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으며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궁극적으로 교섭대표 노조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교섭대표 노조는 교섭 요구 노조들을 대표해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게 된다. 교섭대표 노조는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해야 하지만(노동조합법 제29조의4), 단체교섭 사안 선정 및 최종적인 단체협약 체결 여부 등에 있어 주도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조들은 교섭대표 노조로 선정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해 여러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되기도 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아래에서는 해당 판결을 비롯해 교섭대표 노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 될 수 있는 사안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2.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있는지

교섭 요구 사실 공고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시작을 알리는 단계로, 다른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사업장 내에 하나의 노조만이 있는 경우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교섭 요구를 할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종전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 사업장이 아니면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실제로는 복수노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에 가급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에 있었다(노사관계법제과-1838, 2012. 6. 15.).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두49387 판결). 노조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는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조가 있음을 알려 다른 노조나 근로자에게 향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또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를 반영할 기회 등을 제공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런데 교섭 요구 사실 공고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다면 2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여부가 좌우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는 공고 제도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사용자는 노조가 교섭 요구를 할 경우 그 사실을 반드시 공고해야 한다. 

3. 사업장 내 유일한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사업장 내 노조가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장 내 유일한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모두 마쳤다면 해당 노조를 교섭대표 노조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섭대표 노조는 여러 노조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사업장 내 단 하나의 노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사업장 내 유일한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더라도 교섭대표 노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교섭대표 노조는 모든 교섭 요구 노조를 대신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는데, 다른 노조의 의사를 반영할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경우에는 교섭대표 노조의 개념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주된 근거 중 하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단수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면 기존 단수노조와 새로운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을 요구해야 하며 기존 단수노조가 단독으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6. 18.자 2021카합10135 결정).  고용노동부 역시 단수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도중 새로운 노조가 신설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다[고용노동부,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22쪽].

4. 교섭 요구 노조가 확정된 후 신설된 노조가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앞선 사안과 달리 복수의 노조가 교섭 요구를 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교섭 요구 노조들은 14일 동안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하게 된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6). 이 기간에 사용자가 동의를 한다면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사용자와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 후 새로운 노조가 설립돼 사용자에게 개별교섭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설립이 늦어져 교섭 요구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자율적 단일화에도 참여할 수 없었기에 개별교섭에 응해달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는 해당 노조의 개별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임의로 위 절차를 변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위 대법원 2023두49387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고용노동부도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른 개별교섭 동의 기한은 강행규정에 해당해 교섭 요구 노조가 확정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만 사용자의 개별동의가 허용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다(노사관계법제과-626, 2011. 5. 6.).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임의로 신설 노조와의 개별교섭에 임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고용노동부,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질의회시집(2020. 9.), 301쪽].

5. 과반수 노조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

교섭 요구 노조가 자율적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조임을 통지하고, 이의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그런데 노조의 조합원 수는 시시각각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조 산정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조가 변경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에 따라 교섭을 요구한 노조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교섭을 요구한 노조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이란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 기간(7일간, 초일 불산입)'이 끝난 다음날을 의미한다. 다만 여기서 다음날 몇 시가 기준이 되는지 문제가 됐다.

그리고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을 요구한 노조의 명칭 등을 공고한 날' 0시를 과반수 노조 조합원 수 산정기준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중앙노동위원회 2023. 9 .18.자 2023교섭45 결정). 과반수 노조 결정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의 기준시점을 24시로 볼 경우 사용자가 교섭 요구 노조 및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확정 공고한 이후에도 조합 가입 및 탈퇴로 인해 조합원 수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혼란과 갈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입장에 따를 때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일의 '0시'를 기준으로 과반수 노조를 산정해야 한다.

6.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가 지연될 경우 과반수 노조 산정 기준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점에 따라 과반수 노조가 바뀔 수 있기에, 과반수 노조 산정 기준 시점은 중요하다. 그런데 사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상 정해진 시점보다 늦게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가 이루어질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조를 판단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경우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일이 돼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3875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3. 4. 17. 선고 2012가합35037 판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돼야 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자가 확정 공고를 지연함에 따라 과반수 노조가 달라지게 돼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용자가 교섭 요구사실 공고 또는 확정 공고를 언제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에 따른 날이 과반수 노조 산정 기준 시점이 된다고 행정해석하고 있다(노사관계법제과-1554, 2011. 8. 18.).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가 지연될 경우에는 실제로 확정 공고가 된 날이 아닌 법령상 확정 공고가 됐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과반수 노조를 산정해야 한다.

7. 마치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규정상 공백이 많아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14년의 세월 동안 판례들이 축적되며 점차 그 공백이 메워지고 있다.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최근 제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헌법재판소 2024. 6. 27. 2020헌마237 결정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자칫 절차를 잘못 적용했다가 애써 합의한 내용이 무위로 돌아가거나, 새롭게 교섭대표 노조를 선정해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 글이 노사관계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