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노동법률)
두 회사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운영된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같은 외국회사를 지배기업으로 둔 두 회사가 근로기준법상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인지 다툰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1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주식회사 비코트립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고 제한' 적용되는 5인 이상?…해고 분쟁 법원으로
여행업체 비코트립은 다국적 기업 F의 종속기업이다. 비코트립은 F의 또 다른 종속기업인 G 사의 한국사무소와 2019년 3월부터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비코트립에서 회계 담당자로 일했던 A 씨는 2020년 10월 해고됐다.
A 씨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사건의 쟁점은 '상시근로자 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로 떠올랐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가 발생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비코트립은 상시근로자 수 3명을 두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정,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비코트립은 상시근로자 3명, G 한국사무소는 상시근로자 6명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 판정이 취소됐다. 중노위는 "비코트립은 G 한국사무소와 인사ㆍ회계 등이 통합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고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사건은 법원으로 향했다. 비코트립은 비코트립과 G 한국사무소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두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 1항은 근로기준법이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선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필요했다.
"같은 사무실서 같은 일, '경영상 일체성' 인정"
원심은 비코트립이 G 한국사무소와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고 상시근로자 수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중노위 재심 판정을 유지했다. 또, A 씨에 대한 해고도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원심은 "비코트립과 G 한국사무소는 2019년 3월부터 통합돼 하나의 조직으로서 해외 호텔예약 사업을 영위했던 것으로 보이며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며 "사무실 내의 공간이 법인별로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열린 공간에 책상들이 배치돼 각 법인 소속 직원들이 서로의 업무 상황을 확인하거나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해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말하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 무엇인지 판단기준을 내놨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며 "법인격이 다른 기업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이와 함께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의 기업조직이라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묶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의 기업조직 사이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특별한 사정 여부는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인사 및 노무관리가 기업조직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주체 내지 경영진에 의해 통일적으로 행사되는지 ▲각 단위별 사업 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돼 인적ㆍ물적 조직과 재무ㆍ회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운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비코트립과 G 한국사무소는 같은 사무실에서 호텔 판매업을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했다. 두 회사의 책임자는 지사장 C 씨로 동일했고, 직원과 관리자 모두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식했다. 비코트립 직원 중 상당수가 G 한국사무소로 소속을 옮겨 근무한 일도 있었다.
대법원은 "비코트립과 G 한국사무소는 이 사건 해고 무렵 이미 인적ㆍ물적 조직이 통합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서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돼 온 상태였다"며 "따라서 비코트립과 G 한국사무소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비코트립에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A 씨에 대한 해고 역시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