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박찬웅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3년을 향해 가고 있다.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 현대차 질식 사고와 같이 사회적 충격을 준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제는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의 대표 즉, 경영책임자까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듯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판결이 선고된 27건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 중 1건을 제외한 26건 모두가 회사의 경영책임자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심지어 나머지 1건은 유예 규정이 적용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 범위는 어떻게 될까?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직접 경영책임자에게 관련 의무를 부여하고 형사 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직접 대표이사에게 의무와 책임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일까?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처벌법과는 다소 다르게 형사 책임 규정을 두고 있는 가운데, 본 기고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형사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다음과 같은 사례를 가정해 보자.
A가 대표이사로 있는 건설회사 X가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B를 현장소장으로 임명하고, 그 아래에 C를 관리감독자로, D를 안전관리자로 선임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때 해당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2. 산업안전보건법상 양벌규정의 역적용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 사고(중대산업재해)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은 다음과 같은 체계에 따라 적용된다. '사업주'를 수범자로 해, 근로자에 대한 일정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고(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63조), 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동법 제167조 제1항).
여기서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자'를 말한다(동법 제2조 제4호). 즉, 어떤 사업의 경영주체로서 경영상 손익계산이 귀속되는 자로서 근로자를 사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개인'이나 '법인'이 사업주가 된다. 사업주가 자연인인 개인인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되는 것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인일 경우에는 사법상 의무주체가 될 뿐 일반적으로는 범죄능력이 없으므로 직접 처벌대상이 되는지 문제될 수 있고, 나아가 사업주가 아닌 개별 행위자들(예를 들어 법인의 대표이사)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은 제173조에 양벌규정을 둬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의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법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게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고 있다.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고 규정하고 있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함께 실제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돼 왔다. 이른바 '양벌규정의 역적용'의 문제다.
대법원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와 행위자를 구분하고 있는데, 사업주는 그 법인이지 대표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0743 판결). 다만, 위 양벌규정은 행위자나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것이므로, 양벌규정에 의해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도230 판결 등).
실제 행위자도 양벌규정의 역적용으로 위 양벌규정이 적용돼 처벌이 가능한데, 결국 위 양벌규정에서 말하는 행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처벌 대상의 범위가 결정될 것이다.
참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은 수범자를 자연인인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으로 규정하고 있고 벌칙규정 역시 동일하게 상정하고 있어 양벌규정의 역적용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3. 대표이사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가능성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관리감독자 등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그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제1항)이므로 양벌규정에서 말하는 행위자는 보통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말하고 건설현장에서는 통상 현장소장(또는 현장대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이 사례에서 현장소장 B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를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로 볼 수 있을까?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에는 행위자에 법인의 대표자를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와 달리 대표이사 등 법인의 대표자에게는 특별히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보통 현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나 기술적 사항에 관한 관리의무를 부담하지 않아 직접 행위자로 보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으로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 계획 수립 및 이행 의무가 추가됐는데, 이를 근거로 대표이사도 행위자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례가 확인되는데, 법원은 대체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등). 대표이사 등 회사의 경영자는 해당 공사 내지 작업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휘·감독 책임은 인정될 수 있으나,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거나 그러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한 행위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대표이사 A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체계하에서는 대표이사 등 회사의 경영자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경영책임자등을 수범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표이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여부에 대한 논의는 그 실익이 크지 않게 됐다.
4. 관리감독자 C, 안전관리자 D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가능성
가. 관리감독자
산업안전보건법상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와 그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을 '관리감독자'라고 하는데(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건설업에서는 직장, 반장, 조장, 팀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관리감독자는 기계·기구 설비의 점검, 보호구 착용·사용에 관한 교육·지도 등 일정한 유해 방지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해 지휘·감독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경우, 이론상 양벌규정 역적용에 의해 행위자로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원료를 이송하는 벨트 컨베이어에서 부품의 점검 및 교체작업을 실시하던 작업자가 롤러 사이에 끼어 사망한 사고에서, 원료부 부장이자 관리감독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확인된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2. 5. 31. 선고 2022고단108 판결).
이 사례에서 관리감독자 C는 자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근로자가 사망했고, 자신의 의무 위반이 원인이 됐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안전관리자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는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해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둬야 하는데, 이를 '안전관리자'라고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 이러한 안전관리자와 별개로 현장에서 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등 사실상의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산업안전기사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 관할 고용노동부서에 선임신고를 했는지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좌' 내지 '지도·조언' 업무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직접적인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안전보건 교육의 강사가 될 수 있으나, 안전보건 교육 자체가 직접적인 안전조치 의무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양벌규정에 따른 행위자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급심 법원은 안전관리자의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성을 대체로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안전 업무 관여 정도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량물인 강판 다발을 크레인으로 인양하던 중 위 강판이 균형을 잃고 전도돼 작업자가 바닥에 넘어져 사망한 사건에서, 하급심은 현장에서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담당 직원 B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선임된 안전관리자인지 단순히 안전관리에 관한 사실상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19. 1. 9. 선고 2018고단573 판결, B에 대한 무죄 부분은 항소기각).
이 사례에서 안전관리자 D는 현장 내 안전 조치에 대한 권한 내지 부여돼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전관리자라는 지위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의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 소결
정리하면, 관리감독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에 해당할 수 있고 안전관리자는 대체로 행위자성을 부인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각자의 의무와 업무를 규정한 조항에 비춰 보면 일견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5. 나가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법인 대표이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의 논의 실익이 크게 낮아졌으며, 현재 중대재해사건에서의 수사 실무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은 대부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특정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로서,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각자 독립적으로 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면밀히 살펴 대비할 필요성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본 기고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주체별 의무와 형사책임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고, 각 현장에서 각자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해 산업재해가 실질적으로 예방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