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쉬는 청년 문제가 연일 화제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일주일간 "쉬었다"라고 응답한 청년이 예상외로 많아지면서 정부 당국과 언론에서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쉬는 청년 문제가 가장 주목을 받았던 시기는 2023년 2월이었다. 15세에서 29세 청년인구 중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 비율은 2023년 2월에 5.9%로 이 조사가 진행된 이후 월별 통계에서 최고 수치를 보여 줬다. 인구 규모로 환산해 보면, 49만7000여 명이 쉬는 청년인 셈이다. 연간 추세도 살펴보면, 2003년 조사에서 24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중 2.3%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주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5.0%로 44만70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이후 엔데믹이 되면서 안정세로 돌아서는가 했는데 2023년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왜 이때 쉬는 청년이 크게 늘었을까? 단기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존재한다. 청년 남성의 일자리 중에서 코로나19 시기에 크게 증가했던 배달 라이더들이 엔데믹 이후 배달 주문이 크게 줄어 일시적으로 쉬는 청년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 청년 여성의 경우 보건이나 의료 관련 일자리가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히 늘었는데 일종의 소진 상태(Burn-out)에 들어갈 정도로 힘들게 일을 하다가 엔데믹 이후 휴식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단기적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 일시적일 것이라고 여겼던 쉬는 청년 증가는 2024년까지 낮아지지 않고 계속 기록을 경신하며 증가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쉬는 청년 비중은 겨울에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봄부터 낮아지는 추세를 꾸준히 보여 왔는데 2024년 들어서 이러한 경향이 무너졌다. 2024년 5월에 쉬는 청년 비중은 4.9%였는데 6월에 5.2%, 7월에 5.4%까지 증가하더니 8월에는 5.7%까지 치솟았다. 8월에 쉬는 청년은 2023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46만여 명까지 늘어났다.
8월은 또 다른 의미로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대체로 실업률과 쉬는 청년 비율은 같이 올랐다가 떨어지는 동조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7월부터 9월 사이에 이러한 동조현상이 깨졌다. 청년 실업률은 떨어졌는데 쉬는 청년 비율은 증가했다. 실업률은 고용률과 함께 전통적인 고용지표로, 노동시장의 상황을 진단할 때 필수적으로 다루는 지표다. 고용률은 오를수록, 실업률은 떨어질수록 좋다고 볼 수 있는데 노동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도 쉬는 청년은 늘고 있으니 단기적인 원인 파악만으로 이 문제를 진단해서는 안 된다.
일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임금을 비롯해 일자리 환경에서 차이가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을 양산하는데,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취업 준비도 포기하는 청년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쉬는 청년 중에서 전직이 있는 경우가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직장을 포기하고 전직을 준비하는 청년 중에서도 일단 쉬고 보자는 청년이 늘어난 것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쉽고 빠른 선택보다는 어렵고 긴 선택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 중 또 다른 하나는 겨울에 쉬는 청년 비중이 상승하는 경향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2월과 3월은 학교 졸업 시점으로 졸업예정자들이 바로 취업하지 못하면서 쉬는 청년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년 5월에 조사가 이뤄지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 조사에 졸업이나 중퇴 후에 취업에 이르는 기간을 발표해 오고 있다. 2024년 5월 결과를 보면, 졸업 및 중퇴 후에 취업에 이르는 기간이 12개월이 걸리고 3개월 미만으로 조기에 취업이 이뤄진 경우가 47.7%로 나타났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4년 5월 결과를 보면 취업에 이르는 평균 기간은 10개월이고, 56.3%가 조기에 취업했다. 지금 졸업예정자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졸업예정자의 어려움은 기업 채용 방식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시 채용에서 경력자를 중심으로 한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쯤 되면 쉬는 문제를 단순히 개인 사정이나 노력 부족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은 근본적인 처방 중 하나인데 이 문제의 해결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풀 수 있다. 반면, 학교에서 일자리로의 이행을 돕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재 졸업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2024년 졸업하는 학생 수가 39만여 명이고, 대학과 전문대의 졸업생은 합쳐서 45만여 명 정도다. 청년 전체나 전체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보다 대상이 명확하고 해법도 분명하다.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진로 설계와 취업 연계를 지원하는 조기 개입을 통해 졸업 전이나 직후에 취업이 이뤄진다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본은 학교와 기업 간의 협력으로 80% 이상이 졸업 전에 취업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원화 제도(Dual System)로 재학 중에 현장에서 일을 하며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고 있다. 많은 경제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가 좋은 청년 고용 지표를 보여 주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획재정부에서 올 케어 플랫폼을 통해 학교와 노동시장 정보 통합에 나섰고 고용노동부에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를 통해 재학 단계에서부터 고용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교육부에서는 실업계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중앙과 시·도의 취업 지원센터를 통해 학교와 일자리 연계를 돕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지방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 학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 졸업 전부터 학교와 일자리 사이의 이행 과정을 촘촘히 살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쉬는 청년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