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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2025년 청년 취업시장은 기술의 진보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디지털 관련 직종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10%에 이를 것이며,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 중심 직종이 디지털 직종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인문학 분야는 빠른 성장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문과 졸업생들이 직면할 취업시장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과 계열의 경우 연간 고용 성장률이 1~2% 수준에 머물면서 이공 계열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보다 심화된 경쟁 속에서 문과생들은 전통적인 취업 대비보다는 전문직 시험 준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취업 시장에서 문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전문직이 더욱 안정적이고 명확한 경력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일반적인 취업시장에서 혼란과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문과생들이 초기부터 전문직 시험 준비로 몰리는 것은 문과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편 문과생들의 취업난은 산업 구조와 교육제도 간의 부조화에 기인하고 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열의 취업률은 59.9%로, 전체 대졸 평균 취업률인 69.6%에 비해 현저히 낮다. 문과 졸업생들이 공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분야에 더 많이 진입하는 현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한다.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문과생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8%가 채용 시 문과생보다 이공계열 졸업생을 먼저 고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문과생들이 회계사 시험이나 로스쿨 입학 준비와 같은 전문직 시험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과생들이 전문직 시험에 몰두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커리어 경로와 높은 소득의 보장 때문이다.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은 보통 높은 연봉을 제공하고 명확한 경력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2024년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따르면 신입 회계사의 평균 초봉은 약 5000만 원으로 일반 문과생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적 보상은 많은 문과생들이 전문직 자격시험에 몰두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은 평균 3년의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준비과정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이는 문과생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과생들이 새로운 역량을 갖추고 취업시장에 재도전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의 전환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1만5000명 이상의 교육생에게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20%의 수료생이 문과 전공자였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증명한다. 또한,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및 LG의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문과생들에게 실무와 관련된 교육 및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국내 사례는 문과생들이 기존 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 차원의 일 경험 지원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2024년 '미래내일 일 경험' 사업으로 214개의 운영기관을 선정해 청년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직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증가하는 수시·경력 중심의 채용 경향에 대응해 청년들에게 직무 경험을 통해 취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2024년에는 285개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청년 7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 기업 탐방, 프로젝트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원형 일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련 직무 경험을 제공하고, 무신사는 광고 전략 실무를,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는 마케팅 기업 탐방을 진행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광고·마케팅, 생산·제조, 연구개발 등으로 직무 경험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경영·사무 및 광고·마케팅에 집중됐던 직무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더욱 다양한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청년들은 다양한 직무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종합 서비스 제공 업체 '라쿠텐'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라쿠텐은 일본 도쿄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취업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라쿠텐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대졸 신입사원을 700명에서 800명 규모로 다수 채용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문과와 이공계를 불문한 포용적인 채용 정책 덕분이다. 일본의 고용 문화 변화는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라쿠텐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성과 기반의 빠른 승진 시스템으로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문과생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웨덴에서는 다양한 업종에서 인문학적 창의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문과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스톡홀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몇몇 IT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는 인문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딩 부트캠프를 열어, 기술 능력을 함양할 뿐만 아니라 음악 및 미디어 콘텐츠를 더욱 창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위 해외 사례들은 문과생들이 디지털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에게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또한 다른 지역의 교육 정책과 기업 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문과생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실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인턴십과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을 확대하고, 통합적 산학협력 모델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직무 경험을 일찍부터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를 중시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하며, 회사에서 진행하는 교육 훈련 프로그램도 문과생들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과생이 다양한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나가야 하며, 이를 통해 문과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역량을 자산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즉 정부 정책 및 기업의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통해 문과생들이 더욱 다양한 산업에서 더 주체적이고 자신감 있게 고용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