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 정기상여금에 대한 '재직 조건' 문제
최근 대법원은 2025. 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에서 "노사가 어떤 임금의 내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그 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임금이 지급되기 위한 기준 내지 임금의 지급 대상을 정하는 것이지 이미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게 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 조건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한다. 가령 어떤 임금 항목에 재직 조건이 부가돼 있어 그에 따를 때 기준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해당 임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그 임금 항목이 다른 법정수당의 산정 기초를 이루는 통상임금인지는 이와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라는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필자는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다만, '한국식' 정기상여금에 재직 조건을 붙이는 것이 자율의 영역에 속하는가에 대해서는 2019다204876 판결과 생각을 달리한다.
⑴ 한국식 정기상여금은 '상여금'인가?
1) 상여금의 개념
우리나라에서 상여금은 일반적인 언어관용으로는 정기적인 임금 이외에 분기별 또는 특정 기간에 일반적으로 기본급 또는 기본급에 일정한 수당을 포함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금액을 1년에 몇 차례 나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 초과근로가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임금 비중을 낮추기 위해 사용자가 통상임금 산정 기초에 포함되지 않는 정기상여금 등의 임금 항목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임금인상에 반영되도록 해 왔다. 물론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는 상여금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상여금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서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등의 하나로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 능률수당 또는 상여금'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상여금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상여금에서 상여(賞與)란 '상으로 준다'는 의미이므로, 상여금은 근로에 대한 보상(報償)이 아니라 근로자의 공로나 업적에 대한 포상(襃賞)으로 지급하는 금품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의 상여금은 본질상 그 지급 여부나 금액이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노동기준법의 제정 직후인 1947년에 이미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또한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것은 상여로 보지 않고, 정기 또는 임시로 근로자의 근무 성적에 상응해 지급돼 그 지급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것만을 상여로 본다"는 행정해석이 명확하게 제시됐고 이러한 행정해석은 현재까지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지급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본래 의미의 상여에 대해서는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나, 지급액이 확정된 금품의 경우에는 그 명칭과 관계없이 이를 상여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금품은 일본 노동기준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매월 지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여금의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일 이전에 근무한 기간에 상응하는 상여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다퉈진 사안에서 대법원은 1981. 11. 24. 선고 81다카174 판결을 통해 상여금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돼 있다면 이는 당시의 근로기준법 제36조 제2항 단서 및 동법 시행령 제18조 소정의 '임시 지급의 임금'으로 볼 수 없고 '정기일 지급 임금'의 성질을 띤 것으로 봐야 하며, 따라서 상여금의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엄격한 의미의 상여금,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 따라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쳐 기업의 경영 실적, 근로자의 근무 성적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따라서 본질상 그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변동적일 수밖에 없는 금품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상여금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에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서 상여금을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예외로 규정함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그리고 그 지급액이 고정된 금품은 그 명칭과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 소정의 상여금의 개념에 포섭될 수 없다.
2) 비교법적 고찰
가) 일본
에도 시대의 상가(商家)에서는 설과 백중을 전후해 고용인이 휴가를 얻어 귀향하는 때 '오시키세(お仕着せ)'라고 불리는 의복과 함께 용돈을 주는 관습이 있었고, 이러한 관습이 상여의 기원이 됐다는 견해가 있다. 한편, 메이지 시대 초기에는 직원(職員)과 공원(工員)은 신분적으로 뚜렷이 구분됐는데, 임금 지급에 관해서도 상급 직원(上級職員)은 연봉제, 일반직원(一般職員)은 월급제, 공원(工員)은 시간급, 일급 또는 청부급(請負給)으로 관리됐다. 상급 직원과 일반 직원의 경우에는 실적이 오르면 상여(賞与)가 대폭 지급됐으나, 공원에게는 상여가 지급되지 않았다. 메이지 시대 후기에 이르러 근대 공업이 방직공업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성과급(出来高給)이 보급되자 장기 근무를 장려하기 위해 근속장려금(勤続奨励金) 명목으로 근속에 따라 공원에게도 상여가 지급되기 시작했다. 다이쇼 시대가 되면서 직원과 일부 보직 공원(役付工員)에게 지급되던 상여를 평공원(平工員)이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대기업의 경우 공원에게도 오늘날과 같은 상여가 지급됐다.
한편, 공원에게 정기적인 상여 지급이 명기된 것은 2차대전 중이었다. 2차대전의 종전을 앞둔 1945년 4월 후생성(厚生省)이 작성한 근로자(공원)급여제도의 지도에 관한 건[勤労者(工員)給与制度の指導に関する件]에서 상여를 정기상여, 특별상여, 임시상여로 구분하고 정기상여에 대해서는 연 2회 직계(職階) 및 근무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명기됐다. 이후 종전 후인 1951년에는 국가공무원의 기말·근면수당 및 장려수당에 관한 권고에 따라 매년 6월과 12월, 연 2회의 일시금 지급이 일반화됐다.
법적 관점에서 보면, 1880년의 공장법(안) 제17조는 직공규칙(職工規則)에 규정할 사항으로 '상여, 징계에 관한 규정'이라고 해 상여와 징계를 하나의 호에서 규정하고 있었고, 동 법안의 제25조는 도제규칙(徒弟規則)에 규정할 사항으로 '상여, 징계에 관한 규정'이라고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1923년의 공장법시행령동시행규칙개정안요항(工場法施行令同施行規則改正案要項)에서는 취업규칙에 규정할 사항으로 '상여 또는 제재에 관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상여라는 말은 본래 징계 또는 제재와 병치해 사용된, 지금으로 치면 '표창(表彰)'에 해당하는 용어였다. 이후 노동기준법이 제정된 직후인 1947년에 이미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또한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것은 상여로 보지 않고, 정기 또는 임시로 근로자의 근무 성적에 상응해 지급돼 그 지급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것만을 상여로 본다"는 행정해석이 명확하게 제시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지급액이 가변적인 본래 의미의 상여는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또한 그 지급액이 확정된 금품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상여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지급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상여의 경우에는 '임금 정기일 지급의 원칙'이 배제되나, 정기적으로 지급액이 확정돼 지급되는 금품은 그 명칭의 여하와 관계없이 일본 노동기준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매월 지급돼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노동기준법 시행규칙 제21조는 가족수당, 통근수당, 별거수당, 자녀교육수당, 주택수당, 임시로 지급된 임금,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은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정기적으로 지급액이 확정돼 지급되는 상여금은 노동기준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매월 지급돼야 하므로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될 것이다. 일본의 하급심 판결 중에는 원래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산입해야 할 수당을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서 제외하기 위해 종래 1개월마다 지급한 무사고수당, 출근수당에 관해 그 액수를 2배로 해 2개월마다 지급하기로 정한 단체협약은 무효이고, 이러한 임금은 할증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산입된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나) 미국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 FLSA) 제7조(a)(1)은 사용자는 1주에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서는 그의 통상임금률(Regular Rate)의 1.5배 이상의 비율로 보상(Compensation)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서 통상임금률(Regular Rate)은 1시간당으로 계산한다. 주급제 및 월급제인 경우에는 주당의 임금액을 주의 소정근로시간수(소정근로시간수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근로시간수)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위험수당이나 교대(Shift)수당 등이 추가될 경우 그 추가된 수당 부분도 포함해 주의 임금총액을 주의 실근로시간수로 나눈다. 한편, 근로자의 통상임금률은 근로에 대한 모든 보수를 포함하되, 제7조(e)(3)(a)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상여금(Bonus)은 통상임금률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7조(e)(3)에 해당해 통상임금률(Regular Rate)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재량상여금'이라고 하고, 반대로 제7조(e)(3)에 해당되지 않아 통상임금률(Regular Rate)에 포함되는 상여금을 '비재량상여금'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29 C.F.R. §§778.208 - 778.215에서 통상임금률에 포함되는 상여금의 범위와 통상임금률의 계산 방법에 관해 상세한 행정해석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중 29C.F.R. §778.208은 Inclusion and exclusion of bonuses in computing the "regular rate"라는 상여금이 통상임금률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Discretionary Bonus, 재량적 상여금)과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Noniscretionary Bonus)의 구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바, 원칙적으로 상여금의 지급에 관해 ①근로자가 상여금의 지급에 대해 어떠한 기대권을 갖지 못하고(No Expectation of Payment), ②사용자가 상여금의 금액과 지급 시기에 관한 재량권(Discretion Regarding the Amount and Timing of Payment)을 보유하고, ③상여금의 지급이 특정한 기준이나 목표의 달성과 관계되지 않으며(Not Tied to Meeting Specific Standards or Goals), ④상여금의 지급이 연장근로수당의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No Effect on Overtime Rate Calculations)에 그러한 상여금이 통상임금률에 포함되지 않다. 반면, ①상여금의 지급에 관해 근로자의 기대권이 있거나(an Expectation of Payment), ②상여금의 금액과 지급 시기에 관한 재량권이 없거나, ③상여금의 지급이 근로자의 성과 기타 다른 구체적인 지급조건(Employee Performance or Other Specific Standards or Goals)에 연동된 경우에는 그러한 상여금은 통상임금률에 포함된다.
3) 정기상여금의 임금성
상여금의 임금성은 종래 주로 상여금의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이 퇴직금의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의 산정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다퉈졌다. 종래 개별 사업장에서 상여금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금품의 임금성이 다퉈진 사례들을 ①지급 대상자의 개별성과 ②지급 시기·지급액의 고정성의 두 가지 기준으로 유형화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표> 판례에서 문제된 상여금의 유형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는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바, 사용자가 상여금이라는 명칭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이러한 임금의 개념에 포섭되는지에 관해 상여금의 명칭이라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경우는 임금이지만, 경영의 성과 등 불확실한 사유에 따라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경우는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대법원도 "이른바 상여금이 임금후불적 성질의 것인지 또는 은혜적, 포상적 성질의 것인지는 획일적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그 지급 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적이고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근무자에 대한 근무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급 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적이고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임금성 인정 여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고정급 형태로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늘날에는 유의미한 이견(異見)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에는 노동기준법 제11조에서 임금, 급료, 수당, 상여 그 밖에 명칭 여하를 묻지 않고 근로의 대상으로서 사용자가 노동자에 지급하는 모든 것을 임금으로 규정해 명문으로 상여의 임금성을 긍정하고 있어, 상여의 임금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석상 다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상여는 기본적으로 지급 대상기간의 근로에 대응하는 임금이지만 거기에는 공로 보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생활보전적 의미 및 향후 노동에 대한 의욕향상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이해함이 주류적인 해석이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본은 노동기준법 시행 직후부터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또한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것은 상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상여의 임금성 내지 법적 성격에 관한 일본의 논의는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가변적인 본래 의미의 상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의 임금성이나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붙이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관한 일본의 판례는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가변적인 상여금(예컨대, 국내의 다수의 기업에서 'Profit Bonus'나 'Profit Sharing'의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연말상여금 등)에 관해서나 참고할 수 있을 뿐이지, 한국과 일본은 고정급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법적 취급에 대해서는 국면을 전혀 달리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정급 형태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해당 정기상여금의 지급 기간에 근로자가 제공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금품이 해당 기간의 소정근로는 물론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 모든 근로에 대한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김성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연장근로가 통상적인 근로가 아님은 물론 정기상여금이 정해지는 시기에는 연장근로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이 근로의 대가 이외에 공로 보상 내지 생활보전의 성질을 갖는다는 이해는 정기상여금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리나라에서 고정급 형태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해당 정기상여금의 지급 기간의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이며, 따라서 당연히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의 임금에 해당한다.
한편, 그 지급 사유의 발생이나 지급액이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그러한 금품의 지급이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갖는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의 임금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 따라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을 것이다.
4) 정기상여금과 임금 정기일 지급의 원칙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은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위 조항은 임금지급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거나 부정기적으로 행해짐으로써 초래되는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안을 제거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근로의 대가의 성격을 갖는다면 이러한 금품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의 임금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러한 금품은 동법 제43조 제2항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정기일을 정해 이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동조 단서는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해서는 위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는 위 단서에서 말하는 임시로 지급되는 임금 등은 ①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의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정근수당, ②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을 계속해 근무한 경우에 지급되는 근속수당, ③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 능률수당 또는 상여금 및 ④그밖에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수당을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변동급의 정기상여금도 그러한 금품의 지급이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갖는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의 임금에 해당할 것이나, 다만 이러한 변동급의 정기상여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에 따라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기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금품 중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금품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러한 정기상여금에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이 적용됨은 물론이다. 다만, 이러한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각호가 정하는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금 정기일 지급 원칙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는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 능률수당 또는 상여금"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일견 고정급의 정기상여금도 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도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3호의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쳐 기업의 경영 실적, 근로자의 근무 성적 등의 사유에 따라 산정해 지급하는, 따라서 본질적으로 그 지급 여부 및 지급 금액이 가변적인 금품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기본급 등에 일정한 비율을 곱해 산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위 조항이 당초 예정한 상여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4호는 그 밖에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수당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고정급의 정기상여금도 이러한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수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 법문 자체가 수당이라는 문언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정기상여금을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수당으로 보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강행법규의 법문의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강행법규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긍정하기 위해 그 법문을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나아가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3조 제4호의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수당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이는 결국 대통령령으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의 적용 범위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사용자로 하여금 적어도 매월 한 번은 일정한 날짜를 미리 정해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요컨대,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일 지급 임금에 해당하며, 따라서 수개월의 간격으로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해 무효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무효 행위 전환의 법리에 따라 정기상여금 명목의 금품을 매월의 임금지급일에 분할해 지급하는 취지의 약정으로 전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인바, 이 경우 개별 계약이 아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근거한 재직 조건에도 무효 행위의 전환에 관한 민법 제138조를 유추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