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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3-21 17:49:00

    수정 : 2026-09-07 14:01:02

중처법 시행에도 ‘영세 건설현장’ 사망은 오히려 늘었다

2025-03-21 17:49:00



‘대기업 중심 감독ㆍ법 모호성’ 지적…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도 필요
[2025년 4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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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뉴시스)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현장 감독이 대형 건설사에 집중된 점이 문제로 꼽히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원ㆍ하청 책임을 모호하게 규정해 하청 영세 건설사들의 안전관리 부실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난 영세 건설업 사망사고…"영세 현장도 감독해야"
     
    고용부는 지난 11일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사고를 뜻한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수는 589명으로 2023년에 비해 9명(1.5%)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업의 지난해 사고 사망자 수는 276명으로 2023년에 비해 27명(8.9%) 감소했다.
     
    건설업의 사고 사망자 수 감소는 건설 경기 침체가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착공 동수는 7.4% 감소했고, 건설업계 취업자 수는 2.3% 줄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영세 건설현장의 사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의 사고 사망자 수는 2023년 77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7.8% 증가했다.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건 지난해 1월 27일부터다.

    사망자 수 증가 원인으로는 고용부의 '대형 건설사 중심 관리ㆍ감독'이 꼽힌다.
     
    박세중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는 "고용부가 대형 건설사 현장만 집중적으로 감독하고 중소형 건설사 현장은 감독을 거의 나가지 않는다"며 "열악한 곳을 점검해서 관리해야 하는데 재정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대형 건설사만 감독하면 영세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도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인력을 2배 이상 늘였지만, 고용부는 늘린 인력으로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 예방점검을 집중해 영세 사업장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5조 지원책, 있었나…"적극적 현장 지원책 펴야"
     
    고용부는 지난해 상시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자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용부는 ▲산업안전 대진단 및 종합 지원체계 구축 ▲안전보건 관리역량 확충 지원 ▲작업환경 안전 개선 지원 ▲민간 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지원책이 영세 건설사들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고용부는 늘어난 예산과 인력을 안전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을 지도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지원책은 영세 건설사들이 산재 예방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영세 건설사들이 민간 안전컨설팅 업체에 안전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며 "민간업체는 전문성도 부족하고 책임감도 없다. 고용부가 나서서 제대로 컨설팅하고 예방 행정에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박 국장도 "정부는 현장 위험물을 센서로 감지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스마트 안전 장비 보급을 말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영세 건설사들은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원래도 어려웠던 안전 투자와 인력 확보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세 건설사들은 안전모, 안전대 지급조차 버거워하는데 한 명당 200만 원이 필요한 스마트 안전 장비를 어떻게 도입하겠나"며 "현실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모호한 중처법ㆍ집행유예 판결 多'
     
    중대재해처벌법이 원ㆍ하청의 의무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원은 하청 건설사 소속 근로자의 사망에도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론건설 사건에서는 하청 사업주에겐 집행유예, 원청 사업주에겐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원ㆍ하청의 책임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법원이 원청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경우 원청이 안전관리 책임을 떠맡게 돼 실제 현장을 잘 아는 중소 하청업체들이 안전관리에 더 소극적이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특성을 잘 아는 중소 하청업체들이 안전관리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늘어난다"며 "중소 하청업체 현장에서 사고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하청의 안전관리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사망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사업주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건뿐이다.
     
    박 국장은 "중소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법원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판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중소 건설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기 어렵다. 법원의 보다 강하고 객관적인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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