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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박의근 코리아노무법인 공인노무사
 
Ⅰ. 들어가며
 
존재하지 않는 노동을 존재한 것처럼 의제해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어떤 요건과 한계가 필요할까.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약정범위와 법문 취지의 한계를 넘어 어느 일방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킨다면 이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지금 이 문제 제기는 퇴직금과 관련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579, 2023. 2. 22.)에 대한 것이다.
 
고용부는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 평균임금보다 통상임금이 높은 경우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역산된 통상일급(예 : 1주 5일, 1일 8시간, 1주 40시간제 근로의 경우 월급을 209라는 기준 시수로 나눠서 시급을 산출한 뒤, 1일 약정 근로시간 8시간으로 다시 곱해 산출한 통상일급)을 의미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렸다.
 
이 행정해석은 연장근로가 없는 직종들이 다수 포진한 중견기업들, 글로벌 기업들, 지자체, 공공기관들, 나아가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돼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게 됐다. 또한 파트타임, 일용근로자들을 사용하는 카페, 편의점, 마트 등 소규모 사업체들에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퇴직금을 강제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뿐 아니라, 자칫 휴업수당 제도의 취지를 파괴할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해당 행정해석의 문제점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Ⅱ. 기계적 행정해석, 그 논리 모순과 위험성에 대해
 
고용부는 행정해석 당시 문언 해석의 원칙을 강조한 판례를 인용했는데, 이 판례는 심지어 노동 사건과 관련된 판례도 아니었다. 기계적 해석만이 정답이라는 것이 해당 행정해석의 근거라면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에는 통상임금 준용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에 고용부의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식으로 비판 논거를 제시할 경우 구체적 타당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생략하고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1. 근로기준법과 관련해서만 살펴보더라도 이 행정해석의 논리적 정합성은 매우 부족하다
 
1) 근로기준법 제2조 1항과 2항의 법문 구조, 각 임금의 기능적 차이를 살펴보더라도 해당 행정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평균임금의 정의 규정 앞에 위치한 것은 '근로계약'이란 무엇이며, '임금'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정의규정이다.
 
임금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근로에 대한 대가를 뜻하는 개념이며, 임금은 실제 제공한 총근로에 대한 '총임금'의 개념과, 노사 간에 앞으로 제공할 근로에 대응해 정하는 이른바 '약정임금'의 개념으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실제의 임금과 미래의 임금이라는 개념의 우선순위를 놓고 보면, 실제적 임금이 우선적으로 위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임금'체불이라고 하면 이미 발생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를 먼저 떠올리듯 말이다. 실제의 법문으로 보더라도, 조문의 구조 또한, 원칙인 제2조 1항 6호가 먼저 위치하고, 그 다음에 제2조 2항이 위치한다.
 
또한, 각 임금의 법적 성격을 살펴보더라도,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에 3개월간 제공된 총근로에 대한 임금을 3개월간의 역일수로 나누는 등(즉, 장기간의 기간을 산정베이스로 한다는 점에서 통상의 생활임금, 제공된 노동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대가라는 법원 판례 법리가 등장) 평균임금은 현실적으로 제공된 노동을 기초로 산출되는 '노동에 대한 사후적인 평가' 내지 '실재하는 노동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임금'이라는 성격이고, 통상임금은 조만간의 미래에 제공될 어떤 노동(시간외 근로)에 대해 어떻게 지급하겠다는, 어떤 상황을 의제한 '사전적인', 내지 '가상적인 산정을 대비하는' 사전적, 미래적 성격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성격'인 평균임금이 먼저 위치하고, 가정적 내지 '가상적인 성격'인 통상임금이 뒤에 위치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점만 생각해 보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6호의 평균임금보다 통상임금이 높을 때 통상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 2조 2항은 '평균임금이 통상의 생활임금을 반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을 상실'했을 때, '가상적 기능을 갖는 통상임금을 동원'함으로써 '정상적인 근로를 하지 않았지만, 일정 정도는 정상적으로 근로를 한 것처럼 의제'해서라도 '근로자를 반드시 이만큼은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 연혁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퇴직금 제도가 도입될 당시 주6일제가 시행되고 있었고,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경우, 달리 말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균임금은 통상임금을 항상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무렵의 근로기준법 시행령(1962년도 개정 시행령)에서 평균임금 산정 제외기간으로 규정되고 있었던 내용을 보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업기간,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한 기간 등이 위주였다. 오늘날처럼 '사용자가 승인한 휴직기간'이나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근로가 제공되지 못한 기간', '산전후 휴가기간' 등은 평균임금 산정제외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정상적으로 근로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근로를 할 수 있었을 것' 내지 '최소한 이 정도는 근로제공을 한 것처럼 가상적으로 의제를 해서라도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 때문에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을 비교해 통상임금이 높은 경우 통상임금이 평균임금을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이처럼 연혁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조 2항이 어떤 상황일 때 적용돼야 하며, 그 적용의 한계를 어떻게 설정하려는 의도로 입법된 것인지는 명확해 보인다. 적어도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할 수 있는 경우까지 고용노동부의 방식으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을 비교하여 평균임금을 산출하라"는 취지로 근로기준법 제2조 2항이 입법되지는 않았을 것이리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2. 구체적 타당성의 파괴와 관련한 문제점들
 
고용부 행정해석의 가장 큰 문제점 두 가지는 ①이러한 가상적 의제를 동원해서라도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 못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②근로자의 귀책으로 결근이 발생하는 등으로 정상적인 근로제공이 안됨으로써 최소한의 근로를 의제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당사자간의 약정 범위인 1개월간의 약정 통상임금을 넘어 일방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지급의무를 부과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노동을 더 보호한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 타당성의 결여와 관련해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통상임금의 범위는 넓은데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없는 직종들이 다수 존재하는 중견기업, 글로벌 기업, 지자체, 기타 공공기관 등의 경우다. 두 번째는 편의점, 마트, 커피점 등 주5일을 일하지 않는 일용근로자, 내지 파트타임 월급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소규모 사업체, 건설업 등 주로 일용직을 사용하는 사업체들의 경우다.
 
특히, 후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사뭇 심각하다. 오늘날의 근로제공 형태는 이전과 다르게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예를 들어보자. 여기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카페(또는 마트, 편의점 등 소규모 사업체)가 있다. 근로자 A는 주3일을 근로하고 1일 8시간, 주휴는 편의상 8시간으로 설정, 시급은 1만5000원, 약정 통상월급은 208만5000원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근로자 B는 주2일을 근로했다. 근로자 A와 근로자 B가 일하지 않는 영업시간은 점주와 그 가족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건을 가진 사업체의 사례를 가정해 보자.

이 중 가장 장시간으로 일한 근로자인 A가 퇴직한 경우(결근, 기타 평균임금 산정 제외기간은 해당 없이 정상근로), 고용부의 행정해석처럼 사안을 판단하게 되면 사용자가 지급해야할 퇴직금은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6호의 법문대로 할 경우에는 1일 평균임금이 약 7만 원, 1년당 퇴직금이 약 210만 원가량인데, 고용부 행정해석을 적용하면 이 사업장에는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어 시급 1만5000원에 1일 소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곱해 1일 통상임금은 12만 원, 여기에다가 다시 30일을 곱해 1년당 퇴직금은 360만 원이 된다. 따라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한 사용자는 문자 그대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되어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 사안의 경우 고용부의 행정해석 방식처럼 법을 적용하면 사업주는 약정 월통상 임금의 약 1. 7배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며, 10년이 누적될 경우에는 무려 150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 이번엔 근로자 A와 근로자 B 가 모두 1일 8시간, 주 2회 근로하기로 한 경우로 가정해 보자. 고용부 행정해석의 원리처럼 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한다면,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어 이들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산출될 것이고, 1일의 통상임금은 통상시급에 1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1일 통상임금을 산출하게 되면 1일 통상임금은 12만 원, 1일 평균임금은 5만 원가량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예측한 금액의 2배가 넘는 퇴직금이 산정된다. 결국 존재하지도 않은, 아니 존재할 수도 없었을 노동에 대해서까지 퇴직금 지급을 강제되는 희한한 결과가 초래된다.
 
3. 휴업수당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된다는 문제점
 
해당 행정해석의 문제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행정해석의 방식처럼 평균임금을 산출하게 되면 휴업수당제도에도 큰 혼란을 초래한다. 가령 월 약정 통상임금이 곧 월 실질임금인 근로자들이 대부분이고, 사업장에 급작스럽게 재료수급 관련 문제가 발생(또는 기타 국가가 재난으로 규정하지 않은 전염성 질병이 발생)해 30일가량을 휴업한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런데 퇴직금과 관련한 고용부의 행정해석 중 통상임금이 평균임금을 대체하는 그 원리를 휴업수당제도에 대입한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고용부의 퇴직금 행정해석 방식처럼 역산한 1일 통상시급에다가 1일 근로시간을 곱한 임금은 1일 평균임금을 초과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경우 고용부 행정해석대로 역산한 1일 통상임금(1일 평균임금의 115% 수준의 금액)이 휴업수당의 조문상에 있는 '평균임금'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평균임금의 115%에 70%를 곱해 휴업수당을 계산해야 하는 희한한 순환구조가 도출된다. 종국적으로는 평균임금의 '70%'라는 법문의 개념, 노사를 균형적인 시각에서 의율하려 한 휴업수당제도의 근본적 취지 또한 흔들리게 된다.
 
Ⅲ. 결론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점점 사라지는 반면, 통상임금의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예전처럼 주5일제의 전형적인 양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존재한다는 점, 기타 소규모 사업체들의 경우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사정으로 인해 한순간에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일용근로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에 대해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노동을 의제함으로써 정상적인 노동제공이나 약정범위를 넘는 금액으로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게 될 뿐 아니라 이런 식의 행정해석 원리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할 경우 휴업수당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행정해석은 '결코'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축약해 말하자면 '존재하지 않는 노동'을 과장해 '존재한 것처럼 의제'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었던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행정해석은 일선에 있는 근로감독관들에게도 굉장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의 취지는 명백해 보이지만 기관 차원에서 내린 해석례가 있으니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고, 결국 그들은 비생산적인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앞으로 고용부가 행정해석을 내릴 때 이것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법적 논거와 논증, 그 적용한계의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