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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유병민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1. 들어가며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제3호에서 업무상 재해의 하나로 '출퇴근 재해'를 규정하면서 ①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가목)에 더해 ②그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나목)를 업무상 재해의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다.
나. 이러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은, 헌법재판소가 ①구 산재보험법(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사고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두고 ②"도보나 자기 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사업자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 취급이 존재하고, 이러한 차별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16. 9. 29. 선고 2014헌바254 전원재판부 결정)을 하면서 신설된 것이다.
다. 이 같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 신설 이후, 개별 사안에서 근로자가 선택한 방법·경로에 따른 출퇴근 중의 재해를 어디까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지속적으로 문제돼 왔는데, 이와 관련해 근로자가 자택 건물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출근을 시도해 출근 방식의 부상 위험성이 높았던, 다소 이례적인 판례 사안들을 소개해 근로자가 선택한 방법·경로에 따른 출퇴근 중 재해에 대해 산재보험법의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베란다로 뛰어내려 출근하다가 당한 부상, 업무상 재해인가?
가. 업무상 재해 부정례 : 서울행정법원 2021구단67094 등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원고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소속 근로자로 2021. 4. 19. 주거지 아파트에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자, 주거지 3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게 됐다.
이에 원고는 이 부상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출퇴근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출근 방식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결정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불승인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요양 불승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단67094호).
2)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①현관문이 고장 나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파트 3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이 결여되고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인 점, ②원고의 주거지와 회사는 거리가 가깝고 이동시간이 짧아, 원고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 소속 회사는 지각이나 결근에 대한 징계나 불이익이 없고 부득이한 결근의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사고 당시 아파트 3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출근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원고가 출근 중 입은 부상이 산재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4. 27. 선고 2021구단67094 판결).
3) 상급심 법원의 판단
원고는 1심 판결에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 이유에 더해 ①원고는 아파트 3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당시 충격 완화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것 이외에 다른 출근 방법을 시도하지도 않은 점, ②원고가 부상을 당해 출근하지 못해 원고 소속 회사에 업무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원고가 출근 중 입은 부상이 산재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22. 10. 26. 선고 2022누43551 판결).
원고는 항소심 판결에 상고했으나, 해당 판결은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됐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65450 판결).
나. 업무상 재해 긍정례 : 서울행정법원 2022. 5. 26. 2020구단72013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원고는 B 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로 2019. 5. 25. 자택에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자, 자택 건물 2층에 위치한 베란다 창틀 아래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게 됐다.
이에 원고는 ①이 부상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출퇴근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②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출근 방식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결정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불승인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요양 불승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단72013호).
2)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①사고 당일 원고가 근무 중이던 B 병원 소아 중환자실에 근무 예정이던 간호 인력은 해당 병실의 환자 수에 비해 매우 부족했던 점, ②원고는 입원환자 중에서도 중증 환자를 담당할 것이 예정돼 있었고 이 중에는 위중한 환자 역시 있었기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특히나 해당 일자는 다른 날에 비해 대체 근무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④원고는 사고 당시 현관문을 열기 위해 도어락 AS 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고 도어락 AS 업체에 AS를 요청하거나 119 구조 요청을 하고 기다릴 경우 정시 출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⑤원고의 주거지는 고층이 아닌 2층이었던 점, ⑥원고는 사고 당시 이불과 담요를 착지 지점에 던지고, 베란다 창틀을 잡고 최대한 아래로 내려와 착지를 시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 ⑦결과적으로 원고가 사고를 당해 간호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음에도 B 병원에 업무 공백 및 의료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없었으나 제반 사정을 볼 때 원고가 업무 수행을 못 할 경우 업무 공백 및 의료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출근 중 입은 부상이 산재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3. 31. 선고 2020구단72013 판결).
3) 상급심 법원의 판단
피고는 1심 판결에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 이유에 더해 ①출퇴근 재해에 관한 산재보험법 조항의 입법 취지상 단지 근로자가 종래 유형과 다른 출퇴근 경로와 방법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출퇴근 중 입은 부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점, ②원고가 다소 무리한 출근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반드시 엄수해야 하는 출근시간까지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점, ③원고가 이 같은 출근 방법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환자 돌봄에 대한 소명의식' 및 '동료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외에 다른 합당한 이유가 없는 점을 들어, 원고가 출근 중에 입은 부상은 산재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봐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22. 12. 8. 선고 2022누48150 판결).
이후 항소심 판결은 상고기간 도과로 확정됐다.
3. 마치며 :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두 판결의 시사점
가. 두 판결 사안은 ①근로자가 종전과 다른 이례적인 출근 방식을 택했고 그러한 출근 방식이 부상 위험성이 높았다는 부분에서는 유사하나, ②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
나. 두 판결 사안의 차이점에 비춰 보면, 근로자가 종래와 다르게 부상 위험성이 높은 방법으로 출퇴근을 시도했고 그러한 출퇴근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경우 원칙적으로 이 같은 출퇴근 방법을 선택한 것은 해당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고려되기는 하나 근로자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합리적으로 소명되고 이렇듯 위험한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와중에도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나름의 조치가 취해진 경우라면, 해당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실무 현장에서 역시 비록 근로자가 위험한 방식의 출퇴근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은 경우라 하더라도 ①곧바로 그러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고, ②구체적 경위를 통해 그러한 선택의 불가피성 내지는 위험 경감 조치의 시행 여부 등을 살펴, 문제된 부상의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