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S타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고령자 계속고용의무 제도화 공익위원 제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원회)가 약 1년간 논의한 결과물을 들고나왔다. 여기에 붙여진 이름은 '고령자 계속고용의무 제도화 제언'. 노사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해 공익위원들의 제언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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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들의 제언은 정년 연장을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에 맡기고 정년퇴직하는 근로자가 더 일하길 희망하면 기업에 계속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언이 발표되자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한 노동계와 '선택적 재고용'을 주장한 경영계 양측 모두 제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계속고용위원회는 "고령 빈곤 문제와 고령자 노동시장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감안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여건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60세 이후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과도기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
 
노동법률은 이번 제언이 나오게 된 배경, 우려와 비판에 대한 답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지난 1년간 계속고용위원회를 이끌어온 위원장이자 공익위원 대표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동국대 경영관 그의 교수실에서 진행됐다.
 
- 그간 회의체를 운영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회의체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는데, 제언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작년 6월 위원회를 발족하고 5개월간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노사 입장을 밝힌 다음 이제 공익위원 입장이 뭔지를 들어보자는 타이밍이었는데 12ㆍ3 비상계엄이 터졌다. 이 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그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위원의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번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하게 됐다.
 
처음엔 공익위원 내부에서도 노사가 주도하는 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이 의견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논의를 다시 시작할 텐데 조용히 있는 게 낫지 않나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경사노위에서 계속고용연구회를 1년간 운영했고, 위원회 활동도 6개월 정도 해온 상황에서 그간의 논의를 정리해 추후 새 정부가 출범해 새로운 논의를 하더라도 그 시작점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공익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
 
다만, 권고보다는 수위를 낮춘 제언 형태로 정리했다. '공익위원들의 의견은 이러하니 참고하십시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공익위원안은 추후 입법 단계에서 좀 더 구체화되고 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 계속고용의무제도 운영 원칙 중 하나로 노사 참여를 강조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보단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많고,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가 없는 사업장(30인 미만 사업장)도 있다. 사업장마다 노사 참여 격차가 상당할 것 같은데, 제언대로 노사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까.
 
공익위원이 제언한 계속고용의무제도는 만 60세 정년퇴직을 하는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계돼 있다. 이 대상들이 주로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 살펴보면 공무원, 공공부문, 대기업 생산직 정도로, 노조나 노사협의회를 운영 중인 사업장들이다. 애초 제도의 초점이 주된 일자리에서 만 60세에 정년퇴직하는 근로자에게만 맞춰져 있는 건 공익위원안의 한계이긴 하다.
 
문제는 질문한 것처럼 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도 없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에선 정년이나 계속고용이 큰 쟁점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근로조건이 안 좋아서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고 회사에서도 근로자를 붙잡아놓을 방법이 없다. 이게 인력난 문제로 번져 근로자가 만 60세가 됐다고 회사에서 내보내는 경우도 잘 없다. 지금의 정년 이슈는 정년이 된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어도 연공성 강한 임금을 사용자가 감당하지 못해 내보내는 경우다. 이런 문제가 중소기업에선 큰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 계속고용의무제도에서 정년 연장을 노사 합의의 영역으로 남겼다. 노조의 힘이 세거나 협상력이 높은 대기업 유노조 사업장에선 정년 연장을 노사 합의로 이뤄낼 가능성이 높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거란 비판이 나온다.
 
노사 합의로 사용자가 정년 연장을 받으려면 노조도 임금 수준을 양보해야 한다. 노조가 양보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동의하기 어렵다. 노조 입장에서도 정년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직무유지형 계속고용' 단계로 넘어가야 하니 양보하려고 할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정년 연장을 노사 합의로 남겨두는 것이 일률적으로 법정 정년 연장하는 것보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공익위원들의 제언 취지다.
 
-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대기업ㆍ공공기관 계속고용특례다. 이 같은 특례를 계속고용의무제도에 포함시킨 이유는.

가장 첫 번째는 청년 신규채용에 대한 우려였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둘 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데 신규채용 규모는 제한돼 있다. 고령 근로자에 대한 계속고용의무가 시행될 경우 신규채용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대기업ㆍ공공기관 계속고용특례 : 청년층 선호가 집중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한해 당해 사업장 내 계속고용으로 인해 청년ㆍ중장년의 신규채용 규모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관계사로의 전적 등의 방식으로 계속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계속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특례조치는 청년고용 상황, 인력 수급 등을 고려한 임시적 조치로서, 기한을 정해 적정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 특례는 '관계사로의 전적 등'의 방식도 계속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례가 적용될 경우 과연 어디까지를 계속고용의무 이행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실제 공익위원안을 그대로 기업 현장에 도입하면 어려움이 있을 거다. 세부적인 내용은 입법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례는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의무화할 경우 청년 신규채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그 예외를 어느 정도 허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사실 공익위원들도 특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례에 대한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고 특히 노동계의 반발이 심할 것도 알고 있었다. 사용자 입장에선 특례를 오남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그러나 그럼에도 청년 고용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통로는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특례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에 제한조건을 뒀다.
 
- 기업이 계속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
 
기업이 계속고용을 하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처벌보다는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처벌이나 법원 판단에만 기대려고 하는 것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계속고용의무제도에 '임금체계 개편'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제도에 임금체계 개편이 빠진 것을 비판하고 있다.
 
제도에 계속고용의무 대상자에게 '생산성에 상응하는 적정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서 임금을 너무 적게 줘서도, 반대로 너무 많이 줘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임금체계 개편이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생산성과 역할, 직무, 숙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에 맞는 임금체계를 새롭게 만들어보라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 노동계는 공익위원안이 사실상 경영계가 요구해 온 재고용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년퇴직한 고령 근로자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선 경영계가 주장한 재고용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애초 경영계가 계속 주장한 건 '선택적' 재고용이었다. 경영계 요구는 기업이 재고용할 근로자를 선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고, 공익위원안은 근로자를 선별할 수 없고 근로자가 희망하면 재고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점에선 경영계의 요구와 크게 다르다. 공익위원안은 계속고용을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기업 측에 많은 부담을 주는 안이다. 물론 예외를 두긴 했지만, 이 예외로 기업이 계속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고용기회 부여의 예외 : 근로자의 건강 악화 등으로 업무 수행이 어렵거나, 업무해태ㆍ직장질서 위반ㆍ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다른 근로자 또는 조직에 큰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업 축소ㆍ폐지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계속고용기회가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 있을 것.
 
- 일본은 계속고용과 관련해 성공 사례로 여겨지는 나라다. 이번 공익위원안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인가.

일본에 방문해서 공무원, 대기업,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일본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먼저 일본은 임금피크제가 없다. 임금이 줄어들긴 하는데, 정년에 가까워진다고 해서 임금을 강제로 줄이진 않는다. 임금이 줄어드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정년이 가까워졌을 때 팀장에서 팀원이 되거나 직무가 바뀌기 때문에 임금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하더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공성을 줄이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노력을 해왔고, 연공성 기울기가 우리나라보다 완만해서 사용자의 부담이 훨씬 적다. 또, 노사관계가 갈등적이지 않은 것도 큰 차이다. 일본은 노사가 싸우는 일이 잘 없고 정부가 제도를 도입ㆍ시행하면 잘 따른다. 이러한 차이들로 일본 제도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 마지막으로, 이번 공익위원안의 의미는.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합의점을 찾든 못 찾든 고령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유럽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인데, 유럽은 2040년대 평균 나이 등 고령화 수준이 2060년대까지 비슷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를 비교하면 평균 나이가 훨씬 높아진다. 고령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지금이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번 공익위원 제언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위원장으로서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좀 더 멋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제도 개편의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공익위원들의 절박함을 제언에 담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공익위원 제언은 시작점일 뿐이다. 제언을 바탕으로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