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창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노동법률)

비상계엄이 발발한 지난해 12월 노동계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목표로 광장에 집결했다. 지난 4월 파면이 이루어진 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동계는 산업별로 하나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의 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마트 노동자들이 생존권 싸움에 들어갔으며, 코로나19로 해고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의 고공농성은 100일을 넘겼다. 택배업계에선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7일 배송체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업종산별 노동조합의 힘을 키워 투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서비스연맹의 일"이라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노동법률은 지난 5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Q. 지난 3월 위원장 임기를 시작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A. 지난 19년간 서비스연맹에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다.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서비스연맹은 업종산별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라 투쟁도 많고 연구해야 할 것도 많다. 앞으로 힘든 일이 많겠지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Q. 서비스연맹을 3년간 이끌게 됐는데 목표가 있나.
 
A. 내란 세력과의 싸움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그 자리를 서비스 종사자의 직접 정치로 채우고 싶다. 서비스연맹은 업종산별 노조의 연합체인 만큼 업종산별 노조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적, 조직적 지도를 강화할 생각이다. 규모 면에서는 현재 10만 서비스연맹을 15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Q. 올해 주력할 핵심 사업은.
 
A. 2025년 서비스연맹 슬로건이 '내란세력 척결, 사회대개혁 추진'이다. 지난 4월까지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전력을 다했다. 이어지는 대선의 성격은 내란 세력과 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대결이다. 서비스연맹의 다양한 업종별 의제들이 대선 요구안으로 반영되고 있다. 올해는 이 요구안이 새 정부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현안 투쟁으로는 홈플러스의 매각 구조조정, 세종호텔 해고자 고공농성, 한진택배 주7일 배송 등이 있다. 이 문제들은 미룰 수 없어 업종별 의제와 함께 병행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Q. 업종별 의제 외에 서비스연맹이 하나의 조직으로서 가져갈 공통 의제는.
 
A. 과거에는 공통 의제를 찾아보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조직이 커지고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공통 의제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서비스연맹은 업종산별 노조의 연합체다. 업종산별 노조가 자신의 의제를 가지고 투쟁하고 조직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연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연맹은 부서별 체계가 아니라 전략팀을 꾸려 업종별로 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정책, 조직, 교선, 법률원이 팀을 이루어 해당 업종산별 노조를 지도하는 사업체계가 서비스연맹의 실질적인 사업체계다. 무리하게 공통 의제를 만들려는 소모적인 노력은 지양하고 업종별 의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Q. 그동안 서비스연맹은 가전통신보안산업, 관광레저산업, 교육, 돌봄서비스, 물류산업, 운수산업, 유통산업 등 7개 업종 분과별로 업종노조 건설을 준비해 왔다. 현재 업종노조 건설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A. 2021년엔 질문처럼 업종별 구획을 선정했었다. 현재는 가전통신, 관광레저산업, 교육, 돌봄서비스, 택배 등 5개 업종산별은 구획이 정리됐고, 업종산별의 형식적 건설은 완료됐다. 유통산업노조 건설이 정체되고 있는데, 현재는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을 강화시켜서 유통산업노조로 건설하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향후 서비스 대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검토가 있긴 했지만, 확정된 노선은 아니다. 현 단계에서는 업종산별노조 연합체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Q. 업종노조 건설의 최종 목표는 산별교섭일 텐데, 현재 서비스연맹에서 산별교섭을 진행 중인 곳은.
 
A. 업종산별 노조의 산별교섭 단계는 노조별로 편차가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가장 높은 단계의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현재 대리점 연합회와 집단교섭을 하고 있다. 가전통신, 돌봄서비스, 마트, 관광레저는 아직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선은 교섭대표노조를 쟁취하는 것과 해당 업종산별 노조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병행하려고 한다.
 
▲김광창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노동법률)

Q. 홈플러스부터 세종호텔까지 서비스연맹에서 투쟁 중인 사업장이 다수 있다. 현재 상황과 서비스연맹 차원의 대응은.
 
A. 현안마다 별도의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거나, 각 조직이 자체적으로 투쟁과 정치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대응을 위해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노조, 입점 업체 점주까지 포괄하는 홈플러스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3월 4일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 이후, 사모펀드 MBK는 사재 출연 계획은 일절 밝히지 않으면서 기업회생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60여 개 임대 매장 중 17곳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임대계약이 종료되면 폐점 수순을 밟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해당 매장의 근로자들과 입점 업체는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MBK 건으로 부각돼 있기는 하지만, 결국 유통산업 전체의 위기다. 유통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인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정 협의나 논의 기구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종호텔 문제 역시 주요 현안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세종대학교 및 세종호텔 측과 교섭 테이블을 구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종대학교와 세종호텔 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이라 세종호텔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법률적인 해법에 기댈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회사가 어려워 근로자가 해고됐다면 이후 회사가 정상화됐을 때 근로자가 복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택배노조에서는 주7일 배송 반대 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택배업계의 이런 상황은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이 이슈인 우리 사회 흐름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유독 택배업계에서 이런 흐름이 발생하는 이유는.
 
A. 가장 명확한 답은 쿠팡 때문이다. 코로나19 시절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분류 작업은 회사가 책임지거나 60시간 이상 근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반영된 표준계약서가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업계 1위인 쿠팡이 이러한 약속을 흔들고 있다. 현실적으로 주7일 배송과 야간 배송을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절한 근로시간과 적절한 임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7일 배송과 관련해 택배노조가 마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CJ대한통운의 사례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은 주5일제를 원칙으로 근무하고,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서 휴일에도 근로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추가 수수료를 받고, 참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현재는 CJ대한통운의 사례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Q.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진행 중이다. 현실적으로 저성장 국면과 유동성 위기, 정치적 불확실성 등 탓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A. 근로자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윤석열 정권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를 경제적으로 어렵게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소한으로 억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침체됐고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워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10~15% 구간에서 결정하고자 한다. 이는 대폭 인상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가 위태로울 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자의 고통을 전제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자는 이데올로기는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Q. 그간 노동계에서 주장했던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구호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앞으로 최저임금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까.
 
A. 사회복지 체계가 취약한 한국에서 저임금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다.
 
현재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첫째, 재벌과 대기업이 부를 독점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자영업자와 저임금 근로자의 갈등으로 왜곡돼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가장 큰 부담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수수료다. 이 구조에는 개입하지 못하면서 인건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프랜차이즈 본사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둘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배달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가 3000원에서 지방은 2200원까지 떨어졌다. 시간당 4건을 해야 1만 원을 벌 수 있고, 유지비 등을 제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전통신 방문점검원의 시급은 5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김광창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노동법률)

Q. 서비스연맹의 대선 방침은?
 
A.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공식 방침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대선의 목표는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목표에 따라 조합원들이 직접 지지할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Q.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 이를 실현할 계획은 무엇인가.
 
A. 서비스연맹이 제시한 대선 요구안 중 3대 우선 요구는 급식실 근로환경 개선, 홈플러스 사태를 포함한 유통산업 구조조정 안전망 구축, 택배업계 야간 노동 및 장시간 노동 규제 법안이다.
 
그 외에도 서비스연맹이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업종들의 안전한 근로 환경을 위한 요구안을 총 16개 제시했다. 그 안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의 차별 개선도 있다.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4대 보험에서의 차별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또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표준 임금제를 마련하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연맹 및 업종산별 노조 차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책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정책 요구가 모두 실현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다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대선 국면을 맞아 주4일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프리랜서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 있다. 이들을 위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우선은 주4일제든 주4.5일제든 도입하는 과정에서, 주5일제를 도입했을 때처럼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실현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건당 임금을 받는 경우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이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보다 중요한 의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근로자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호받고, 사용자와의 교섭권, 최저임금 적용, 4대 보험의 차별 해소 등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 문제가 이들에게는 더 절박한 과제다.
 
대표적인 문제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는 국민연금에 있어서 직장 가입이 아니라 지역 가입이다. 그러면 국민연금 액수가 줄어든다. 실제로는 회사에 소속돼 일하고 있는 것이지 않나.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보인다.
 
Q. 위원장 임기 3년은 새 정부와 함께할 3년이 될 텐데,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A. 내 명함 뒷면에는 '우리 조합원과 서비스 노동자를 현장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으로!'라고 쓰여 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서비스연맹의 힘을 키우고, 현장에서 잘 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만 조합원을 15만으로 확대해 서비스 근로자의 현장 권력과 정치적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조합원을 대표하는 위원장이라는 자리가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조합원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연맹이 조합원과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