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무제공자를 둘러싼 제도 개선 목소리가 오늘도 소란스럽다. 노무제공자가 제도 밖, 보호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늘도 소란스럽고 내일도 소란스러울 것이다. 노동법률 2025년 6월호(제409호) 특집 "노무제공자의 미래"는 이 소란스러운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총 7개의 글을 쓰고 받았다. 현재의 기록은 미래를 위한 것.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떤 과정을 거치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금과는 달라질 노무제공자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편집장의 글>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선 더 많은 노무제공자가 산재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있었고, 국회에선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별도의 법안은 거대 양당의 대선 공약으로도 이어졌다. 노무제공자를 별도의 법으로 포용하는 것이 아닌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안으로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尹, 산재보험 개정해 '더 많은' 특고 품었지만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노무제공자를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했는지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이다. 기존 '전속성' 규정을 폐지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2023년 7월부터 시행됐다.

법 개정 이전엔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가 산재보험료를 납부해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했다.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는 고용형태 특성상 두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흔한데,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 원 이상을 벌거나 93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이 바로 전속성이다. 이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14년 만에 전속성 요건이 폐지된 것이다.

또한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 노무제공자도 확대했다. 기존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14개 직종에서 방과후강사, 관광통역안내원, 어린이통학버스기사, 건설현장화물차주까지 추가돼 총 18개 직종의 노무제공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대상 직종이 18개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노동계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산재보험 직종 제한을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산재보험법 적용 직종을 시행령으로 정해 둬서는 안 된다"며 "산재보험을 노무제공자에게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 매듭 못 지은 법안 재추진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노동약자'로 불리는 노무제공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고, 거대 양당에서는 대선 공약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더불어민주당)과 '노동약자지원법'(국민의힘) 제정을 각각 꺼내들었다.

노동약자지원법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법안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어받아 공약으로 가져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민생토론회에서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은 사실 전부 근로자다. 대칭 개념의 사업주가 있어야만 근로자가 된다는 식의 노동법 시스템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특정 사업주를 전제로 하지 않는 노동보호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관련 법안을 빨리 제출해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약자지원법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산하 노동약자지원위원회 설치 ▲중앙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공제회 설립으로 소액 대부, 복지 증진 등 지원 ▲표준계약서 마련과 사용 권장 등이 법안의 핵심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무제공자, 플랫폼 종사자 등 노무제공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포괄해 보호하자는 취지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을 모두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서면계약 체결 의무화 ▲부당해고 제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금지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두 법안의 공통적인 취지는 별도의 법으로 노무제공자를 정의하고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 등 기존 법제도 안에는 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제공자를 기존 법제도 안으로 포함시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민주노총 측에선 우려를 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약자지원법은 특고 및 플랫폼 종사자를 취약계층으로 보고 본질적인 근로조건 개선 없이 실효성 없는 제도만 몇 가지 추가하는 법에 불과하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또한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내용을 대체할 수 없다"며 "노무제공자와 프리랜서를 보호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우선 과제로 채택했다.

더 강력해진 노란봉투법과 근로자 추정 원칙까지

국회에서도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기존 법제도인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에 이들을 포함시켜 보호하는 방안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윤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번이나 좌절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노무제공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담아 다시 돌아왔다.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다는 기존 노란봉투법 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3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노무제공자, 프리랜서 등에 대한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무제공자를 보호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노무제공자에 대한 '근로자 추정 원칙'을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해 2월 발의됐다. 현재는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성'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 자신이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 원칙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증을 사용자가 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특정 조건을 모두 입증하는 경우에만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조건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경우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적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등이다.

프리랜서 기상 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죽음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정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또한 다수 발의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노무제공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개정안들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2월 직장 내 프리랜서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존 법안에 특례 규정을 마련해 현행법상 근로자 여부와 상관없이 프리랜서들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때 근로자로 인정하자는 게 골자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5월 기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에 명시된 '직장' 대신 '일터' 개념을 도입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