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HOME > 법률
  • 등록 : 2025-06-12 15:08:00

    수정 : 2026-09-07 11:33:11

수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에서 도급인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2025-06-12 15:08:00



이슈 더하기
[2025년 6월호 vol.0]
  • PDF
  • 장바구니에 담기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산업안전에서 도급인의 책임 확장 및 최근 판결을 둘러싼 논란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이면에는 산업안전에 관한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가 존재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보건관계법령은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지속적인 제·개정을 거듭해 왔으며, 그 핵심 방향 중 하나가 도급인의 의무 및 책임 범위 확대다.

    도급 관계에서 업체의 규모, 인력,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인이 도급인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안전보건체계 구축 및 조치 이행에 있어 수급인의 역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면에서 단순히 도급 업무의 직접 수행자가 수급인 소속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 관련 책임을 면제한다면 '위험의 외주화'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인 재해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안전보건관계법령 제·개정에 반영됐다. 2020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도급인의 의무를 확대한 것은 물론, 산업안전 분야에 가장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도급인 의무 및 책임 확대는 전문성과 자본력을 갖춘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 영역에 대해 안전보건에 대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수급인이 도급인의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도급이 이루어진 업무'에 관해서는 수급인이 담당하는 고유의 업무 영역이 존재하며, 민법상 인정되는 '지시권'의 범위를 넘어 도급인이 직접적 지휘 및 통제를 할 수는 없다(이는 파견법 위반 쟁점과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i)수급인과 도급인이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지, (ii)특정 재해와 관련해 양자가 항상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지속적인 쟁점이 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수급인과 도급인의 죄책을 달리 인정하는 판결(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5. 16. 선고 2023고단1699 판결, 이하 '대상판결')을 했고, 이에 관한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조심스럽게 도급인과 수급인의 책임을 구분 지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견해를 제시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도급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며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 성립 여부를 중심으로, 법원 판단의 구체적 내용 및 그 법리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향후 대상판결의 취지와 관련해 고려해 볼 사항들을 함께 논하고자 한다.

    2. 대상판결 요지

    가. 사실관계


    건설사 A(도급인)는 군산시 수도사업소로부터 하수관거 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공사')을 도급받아 시공하는 시공사이고, 건설사 B(수급인)는 건설사 A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하수도 공사 등을 하도급받은 업체다. 건설사 B가 담당하는 작업 중 흙막이 지보공을 시공할 경우 공사시방서상 흙막이 지보공을 뽑기 전에 되메우는 작업을 해야 했으나, 실제로는 흙막이 지보공을 제거한 후 되메우게 되면서 지반이 붕괴했다. 지반에 매몰되면서 당시 붕괴 장소로 공구를 챙기러 내려간 재해자가 흉복부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이하 '이 사건 재해')했다.

    나. 대상판결 요지

    법원은 수급인 B 소속 현장소장에 대해서는 공사시방서에 기재된 시공 순서(되메운 후 흙막이 지보공 철거)와 달리 공사의 편의를 위해 흙막이 지보공을 제거한 후 되메우게 하고, 이로 인한 굴착에 의한 지반의 붕괴 등 위험이 있음에도 출입 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의 성립을 인정했다.

    반면 도급인 A 소속 현장소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 현장에서 B 소속 관리감독자 등이 작업하고 있었는데, 현장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안전한 작업방법을 결정하고 지휘하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는 B이므로 A의 근로자가 그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i)이 사건 재해는 공사시방서와 안전관리계획서에 기재돼 있는 작업방식을 따르지 않고 근로자의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B 소속 작업반장 등의 과실로 발생한 점, (ii)A 소속 현장소장이 위와 같은 잘못된 방식의 작업을 지시하거나 위와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3. 대상판결과 관련해 고려해 볼 사항

    가. 도급인은 면죄부를 획득했는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범위가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도입된 이후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통상 도급인과 수급인이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수사 및 판결이 진행됐던 최근의 경향에 비춰 볼 때, 수급인 측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책을 인정하면서도 도급인에 대해서는 부정한 대상판결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표면적으로만 보면 마치 수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도급인은 그 책임에서 용이하게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점을 지적하면서 일각에서는 '엉터리 판결'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대상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면 이는 사안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대상판결만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영역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해 발생의 주요 원인은 수급인 B 측 근로자들이 편의상 시방서 등으로 사전에 계획돼 있던 작업순서를 임의로 변경한 점, 그에 따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점에 있다. 이때 산업안전보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B 측이 그 죄책을 부담하는 건 법리적으로 당연하다. 그리고 만약 도급인 A 측이 시방서상 계획된 작업순서에 근거한 작업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수급인 B 측의 작업순서 변경을 승인 또는 묵인했다면 A 소속 현장소장 등도 동일하게 죄책을 부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 A 소속 현장소장은 계획된 작업순서대로 작업이 이루어질 경우를 전제로 한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준수한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사전에 계획된 작업 순서를 B 측이 변경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법원은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 도급인 측에게 그 죄책을 확장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법리 구조는 '도급인과 수급인' 관계라는 점에서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개인적 일탈로 인해 안전 수칙을 위반했을 경우 발생한 재해(근로자 실수 등으로 구획된 안전 구역에서 무리하게 벗어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책을 지우기 어렵다는 기존 판례들의 법리적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대상판결은 도급인 측이 사업장 내 이루어지는 작업에 관해 충분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했다면, 수급인 측이 이례적으로 사업장 내 구비돼 있는 안전보건조치사항들을 지키지 않고 일부러 위험 작업으로 나아간 경우까지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도급인이 수급인과 거의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할지라도 양자는 별개의 수범자에 해당하므로 수급인의 법 위반이 도급인의 법 위반으로 즉시 의율될 수 없음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조와 형사책임의 대원칙상 당연하므로 대상판결이 종전 사례들과 달리 특별히 도급인의 면책에 대해 광범위한 가능성을 열어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상판결 취지에 의할 때 수급인 측에 죄책이 인정되면서도 도급인 측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①도급인과 수급인의 협의된 작업 내용대로 수급인이 작업을 진행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이행됐을 것 ②수급인이 독단적으로 작업방법을 변경하거나 안전조치를 생략함으로써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했을 것 ③도급인이 수급인의 독자적 행동을 인지할 수 없었고 예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점이 모두 인정돼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의 우려와는 달리 대상판결이 도급인들에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면죄부를 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대상판결의 판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도급인의 관리 범위를 고려할 때 여전히 도급인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고 예견된다.

    나. 도급인이 수급인의 작업에 관해 인지 또는 감독해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전술한 것처럼 대상판결에서 도급인 측이 면책된 주요 근거는 수급인의 작업순서 변경에 따른 위험 요인 발생에 대해 도급인이 지시하지 않았으며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반대로 해석할 경우 만약 도급인이 수급인의 작업 현장에 더 깊이 관여하고 안전 관련 지휘,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수급인의 독자적 이탈 행위를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면책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다. 이는 적극적 역할을 한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오히려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도급인으로 하여금 수급인의 직접적 작업에 최소한의 개입만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안전보건관계법령이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려 한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대상판결의 위 판시는 해당 사안에 한정된 개별적 사실관계에 대한 사후적 판단에 불과한 것이고 도급인 A 측이 현장 관리에 더 깊이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수급인 B 측의 돌발적 작업순서 변경에 대한 조치를 즉각 실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을 도급인의 면책을 위한 역할 축소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위 쟁점은 결국 도급인의 지시 및 감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지와 관련되는데, 개별적인 도급 관계에서의 역할을 법령 등으로 일일이 사전에 정해 놓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구체적 영역은 사례별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된 바와 같이 도급인은 최소한 작업의 시작, 작업의 주요 절차 이행 과정, 작업의 종료 시점에는 (i)수급인이 예정된 작업 방법 및 순서 등에 의해 안전하게 작업을 이행하고 있는지 (ii)작업 관련한 안전조치는 충분히 준수했는지를 파악하고 미비한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이며 만약 이러한 역할조차 수행하지 않고 수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면책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4. 나가며

    대상판결의 취지 및 결론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판결 결론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의 죄책을 달리 판단한 대상판결의 논리 및 취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관련한 도급인과 수급인의 역할 분배 및 사업장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도급인이 개입해야 하는 정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관련해 각자의 위치에 기초한 첨예한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론에 대한 피상적 다툼보다는 판단의 기초가 된 도급인의 역할 확정 및 이에 관련된 제도 개선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시면 노동법률이 제공하는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로그인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목록보기 버튼

    리포트 LIST

      • 1

        개정 형사소송법과 노동감독관 수사 : 주요 변화와 실무상 쟁점

      • 2

        준법투쟁에 관한 판례 동향과 기업의 대응 방안

      • 3

        근로자파견 소송에서의 금전청구에 관한 대법원 판례 동향

      • 4

        인사ㆍ노무 담당자가 알아야 하는 손해배상 소송의 쟁점

      • 5

        퇴직 근로자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청구권에 관한 대법원 입장

      • 6

        별개 법인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하는 경우

      • 7

        근로관계 발생 이전 비위행위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 종료 시 유의점

      • 8

        징계 전 사내조사, 무엇을 지켜야 할까?

      • 9

        직장 내 괴롭힘ㆍ성희롱 사건에서의 비밀유지의무

      • 10

        이것도 괴롭힘? : 판례로 살펴보는 직장 내 괴롭힘 경계

    제보 및 기사문의

    - 이동희 기자
    • 광고, 제보
    • (02)2231-2463, 이메일:dhlee@elabor.co.kr
    • 구독
    • (02)2231-7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