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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김문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초고령사회, 민간형 노인 일자리 필요성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시장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과 노동 수급 불균형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이자 충격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독일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인력 부족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고령자를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유입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해외 주요국은 고령 인력을 단순 노동력 아닌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숙련된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노동시장에 되도록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의 일자리 정책에 집중해 왔다. 

우리나라는 공적 노후 소득 보장체계가 미흡한 탓에 노후 소득을 보충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1·2차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노인 세대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고 직업 경험이 풍부하며 신체적으로 건강한 고령 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회정책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정년 연령과 관련된 논의와 사회서비스형 및 민간형 노인 일자리 확대 논의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고령 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노인 일자리사업은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기초연금수급자)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정책이 중심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학력이 높고, 직업 경험이 풍부한 신(新)노년세대의 생산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제3차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종합계획(2024년~2027년)]. 종합계획은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는 돌봄, 사회서비스 분야의 노인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신노년세대의 생산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인구변화에 따른 인력 부족 및 노동수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노동 생애를 확장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형 노인 일자리의 제도적 한계와 정책 과제

1) 적합 일자리 개발 및 인력수급 매칭 체계 개선

기존의 민간형 노인 일자리만으로는 신노년세대의 생산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먼저 민간형 노인 일자리는 공공형 일자리에 비해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부분이 청소, 경비, 배달 등 단순 노무 중심의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신노년세대가 가진 경력이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고령자의 신체적 조건, 경험, 기술력은 매우 다양하므로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직무 단위의 일자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고령자에게 적합한 민간 일자리에 대한 직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산업별 수요 조사, 직무 설계 등에 대한 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고령자 취업을 지원하는 매칭 플랫폼은 청년층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고령 인력에게 적합한 상담 서비스, 직업능력평가 기능이 매우 미흡하다. 이에 따라 민간 노동시장에서 고령 인력을 채용하려는 수요와 실제 취업 희망자 간의 수급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2) 고령 인력 재교육, 직무교육 활성화

신노년세대는 일반적으로 과거 노인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직업 경력이 다양하며 신체적으로 건강한 등 향상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교육·훈련을 통한 참여자 역량 개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음을 시사한다. 직무 맞춤형 교육과 훈련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령 인력은 과거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신기술이나 최근의 업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령 인력이 변화하는 업무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및 직업훈련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수요, 고령 인력의 특성과 선호에 따라 교육 및 훈련 분야를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고령 인력에 대한 단계적인 교육과 재교육을 통해 고령 인력이 노동시장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3) 채용 유지,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환경 조성(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환경 조성)

고령 인력 고용을 지속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꾸는 것(하드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인사·노무 제도와 조직문화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고령 인력의 건강 등 특성을 반영한 근무시간 조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경력형 고령자에게 적합한 멘토링 직무, 자문직, 전환형 직무 설계 등 고령 인력에게 적합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자를 위한 유연한 고용계약체계와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고령자 고용은 일정 부분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재고용, 계약직 활용 등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유연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노무관리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동시에 고령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 직장 내 차별 금지, 재교육 기회 제공 등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 고령 인력 채용, 채용 유지 차원에서 고령자에게 적합하도록 유연한 고용계약 체계와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4) 기업 유인 부족과 인센티브 확대

과거에 비해 고령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나 여전히 고령 인력의 생산성 저하와 산업안전에 대한 우려, 인사노무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고령 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면서 고령 인력을 다수 채용하고 있는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중장기적으로 고용안정성이나 고용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민간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향후 민간형 노인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를 통해 고령 인력의 생계를 보조할 뿐 아니라 고령 인력을 노동시장 불균형을 완화하는 핵심 인력으로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했으며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노인 세대 진입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노인 일자리 정책은 이들의 생산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들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어 고령자 스스로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맞춰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민간형 노인 일자리의 전략적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고령 인력에게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