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민주노총)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결정할지를 두고 노사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보다 40원 인하한 1만1460원을, 경영계는 40원 인상한 1만70원을 2차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27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날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2차 수정안, 노 "1만1460원" 사 "1만70원"…격차1390원
 
이날 노사는 회의를 거쳐 1차 수정안과 2차 수정안을 차례로 제출했다. 근로자위원은 1차 수정안으로 최초 요구안과 동일한 1만1500원을, 사용자위원은 최초요구안보다 30원 인상된 1만60원을 제시했다.

이후 발표된 2차 수정안에서 근로자 위원은 1차 수정안보다 40원 줄인 1만1460원을 제출했다. 사용자위원은 1만70원으로 1차 수정안보다 10원 인상했다. 최초 요구안에서 1470원이었던 격차는 2차 수정안에서 1390원으로 80원 줄어들었다.

노동계는 고물가 국가인 한국에서 실질임금은 지난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실질임금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ㆍ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노동계는 노동계의 이번 근로자위원의 최저임금 요구 수준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은 수준이고 이는 비상계엄 이후 급격히 침체된 내수경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자위원의 최초 요구수준은 1만1500원으로 지극히 합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자료로 제공한 생계비 보고서에도 나타났듯, 최저임금 근로자 가구 생계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침체된 내수경기를 반영해 최저임금 요구안을 설정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의 가난한 삶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의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많은 가정에서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가족 구성원이자 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존재"라며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한배를 탄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밥그릇을 빼앗아선 안 된다.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이 없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ㆍ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생계비 또한 최저임금 수준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책 대상이 되는 '비혼 단신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수준은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8만8000원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 209만6000원보다 낮다. 소상공인과 영세ㆍ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은 이미 한계"라며 "노동계가 주장하는 생계비 측면도 최저임금의 정책 대상인 비혼 단신 저임금 근로자 생계비 수준은 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제도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기업은 사회복지 기관이나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다. 경영을 통해 이윤을 내야만 생존 발전이 가능한 조직체"라며 "낮은 임금으로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발표한 후 수정안을 통해 입장차를 좁혀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듭된 수정안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중재안인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표결을 통해 결정하기도 한다.

제8차 전원회의는 오는 7월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