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재적 300인 중 재석 179인, 찬성 177인, 반대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정책에 크나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정부가 노동공약으로 내건 노란봉투법, 주4.5일제(주4일제), 정년 연장, 포괄임금제 금지 등은 대선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실현될 경우 기업 현장에 한바탕 파란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큰 방향성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국정기획위원회 논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표 노동공약 중 기업 현장에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올 정책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이 꼽힌다. 주4일제, 정년 연장 등과 비교하면 국민 체감이나 인지도 측면에선 훨씬 떨어지지만, 현실화될 경우 한국 노사관계의 근본 틀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으로 진짜 사장이 책임지는 고용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노란봉투법 재입법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추진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로선 향후 추진될 노란봉투법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떤 문구로 개정될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기업은 지금까지 발의되거나 논의된 개정안을 중심으로 앞으로 닥쳐올 노무 리스크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범위 확대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 하나는 '사용자 범위 확대'다. 현행 노동조합법 2조에 있는 사용자 정의를 넓혀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사용자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역시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를 단서로 추가했다.
이는 '실질적 지배력' 개념을 사용자 정의에 도입한 것으로,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노동조합법에 명시해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법상 의무를 회피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 9일 법무법인 태평양 웨비나에서 "개정안은 원칙적으로는 근로관계나 또는 양자관계를 전제로 하되 그렇지 않은 제3자관계의 경우엔 사용자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취지"라며 "사용자 정의가 개정되면 이처럼 양자관계를 원칙으로 하되 제3자관계를 예외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난 19일 법무법인 율촌 세미나에서 "실질적 지배력설과 관련해서는 현재 CJ대한통운 사건과 현대중공업 사건 2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으로 입법이 먼저 될지, 대법원 판결이 먼저 선고될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실질적 지배력설에 관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여러 실무상 쟁점이 있다. 먼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혼란이다. 하청 근로자로 조직된 하청 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일례로 원청에 이미 노조가 있다면 원청 노조는 하청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원청과 하청 사이에 공정대표의무는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는지, 하청업체가 수십 개인 사업장에서 각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경우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이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송 변호사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개정안은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가 않다"며 "실제 입법이 이루어지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남겨진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근로 금지 역시 쟁점 중 하나다.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사용자가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ㆍ대체할 수 없고, 중단된 업무를 도급ㆍ하도급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청 노조가 파업할 경우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면 같은 상황에서 원청이 외부에서 데려온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노동조합법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자'로 대체하는 방법이 열려 있다. 원청 소속의 근로자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자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쟁의행위 대상 확대
노동쟁의 정의에 대한 개정, 즉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 노동쟁의 정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체협약 위반이나 불이행,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또한 이미 노사가 합의해 시행 중인 단체협약, 취업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로 노사 간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도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부당노동행위 철회,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등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현 노동쟁의 개념은 이익분쟁 중심인데, 권리분쟁까지로 확대되면 법원 판결을 통해 진행 중인 노사 간 분쟁도 노사 현장으로 들어와 쟁의행위를 통해 힘과 힘의 대결로 번질 수 있다"며 "단체협약, 취업규칙을 체결할 때 해석상 불명확한 부분이 없도록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 쟁의행위 대응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 등이 대응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책임 제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3조도 개정안에 포함된다. 현행법은 불법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적용 범위를 줄이고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지난 2023년 6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때문에 이 부분은 노란봉투법이 제정되지 않더라도 판례 법리를 통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신원보증인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이때 각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하게 될 경우 사용자 측이 귀책사유나 기여도를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 입장에선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 조합원은 무슨 행동을 했고 저 조합원을 무슨 행동을 해서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사람마다 예상하는 바는 다르지만 해당 조항이 신설되면 손해배상인정률이 30% 미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도 "이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과 달리 불법행위 참가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입증이 필요해져 사용자 입장에선 채증을 게을리하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채증 과정에서 초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충돌도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