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들어가며

현대 사회의 노동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와 근로자 집단 간 임금 격차 확대는 우리 노동관계에서 주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존의 기업별 교섭 체제가 가진 한계는 명확히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초기업별 교섭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전환이 단순히 제도의 변화를 넘어, 기존 기업별 교섭 체제 아래서 각 당사자가 누리던 기득권을 내려놓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이든, 자본이든 기존의 분권화된 기업별 교섭 체제에서 누리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초기업별 교섭 체제 도입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논의의 시작은 현행 헌법의 노동 관련 규정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헌법 제32조 제2항의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과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두 조항을 기능적으로 통합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래 헌법 제32조 제2항의 근로조건 '법정(法定)' 원칙은 근로기준법 등 국가의 후견적 개입으로 근로조건의 최저한을 '법률'로 정한다는 취지로 이해됐고,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들이 집단적 자치를 통해 스스로 근로조건을 법정 수준 이상으로 향상하는 것을 보장 및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그런데 노동의 균질성이 해체된 오늘날의 상황에서 모든 근로조건을 국회가 입법한 법률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의회가 입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 이외에, 국가에 의해 그 적용 범위가 단체협약의 직접 체결 당사자 이외의 노사에게 확장(강제)되는 단체협약도 헌법 제33조 제1항의 법률 개념에 포함된다는 방식의 해석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국가에 의해 '만인효(Erga Omnes)'를 부여받은 단체협약은 그 성립의 경로가 의회 입법과 다르지만 객관적 법규범으로 규범력이 있고, 법원에 의해 집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과 기능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해석론에 따른다면 단체협약의 산업별 효력 확장 제도는 헌법 제32조 제2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의 당연한 요청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체교섭의 산업별 확장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고 동시에 확장의 대상이 되는 산업별 단체협약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별 단체교섭 체제로의 전환은 단체협약 적용률 제고를 위한 법 제도적 대응 방법으로 주장되고 있는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 개선의 사실상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초기업별 교섭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조가 그 주된 활동 무대를 기업 밖으로 옮겨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은 사실상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능을 포기해야 한다. 전자는 기업별 단체교섭 관행의 폐기이고, 후자는 취업규칙 제도의 폐지다. 이렇게 되면 개별 기업 차원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에 공백이 발생한다. 이러한 공백을 '산업별 단체협약 및 그러한 협약의 효력 확장'과 '사용자와 일정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사업장 수준에서의 법정 근로자대표 사이의 협정'을 통해 메우는 것이 필자가 구상하는 초기업별 교섭 체제 전환 방안이다. 이 경우 특정 산업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직무별 임금이나 안전보건 등 산업별로 유사한 규율이 필요한 사항은 산업별 단체협약의 대상으로 하고, 성과급이나 인사평가 원칙 등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이 강하게 요청되는 사항은 사업장 협정의 대상으로 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사업장 단위 법정 근로자대표 도입 및 취업규칙 제도 개선

단체교섭권의 '최대 보장' 측면에서 기존의 노동조합법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미조직 사업장에서도 노조를 통한 단체교섭 이외의 대안적 방식으로 집단적 이해대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제91호 권고 제2조 제1항은 단체협약을 "일방 당사자로 사용자, 사용자 집단 또는 하나 이상의 사용자 조직과 하나 이상의 사용자 조직이, 상대방 당사자로 하나 이상의 대표하는 노동자 조직(Representative Workers' Organizations) 또는 그러한 조직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 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선출돼 (교섭권을) 수권(授權)한 노동자 대표(Representatives of the Workers)가 노동환경 및 고용 조건에 관해 서면으로 체결한 모든 합의"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항구적 조직인 노조가 없는 경우 민주적 대표성이 확보된 법정(法定)의 '노동자 대표'에게 단체교섭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규범적 차원에서는 단체교섭권을 개별 근로자의 '구체적 권리'로 재인식하는 것이 이러한 대안적 이해대표제도를 새롭게 정초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현행 취업규칙 제도의 위헌성을 고려할 때 대안적 이해대표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한 취업규칙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체협약은 단체교섭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 행사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 적용 대상인 조합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임된 대표자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규범력을 근거 짓는 민주적 정당성이 높다. 반면,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취업규칙(안)에 근로자 집단이 사후적으로 동의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낮다. 이처럼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은 이들이 갖는 규범적 효력의 근거가 되는 민주적 정당성 수준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노조가 단체교섭의 방식으로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사용자와 집단으로 거래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단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됐다는 이유만으로 과반수 노조에 당해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될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은 안 그래도 취약한 취업규칙의 민주적 정당성을 더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생각건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과반수 노조 유무를 묻지 않고 당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전부를 구성원으로 하는 근로자 집단의 총회(總會) 결의로 동의 여부를 의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사업장에 법정(法定) 근로자대표 기관으로 '근로자 총회(Employees' Meeting)'를 설치하고(다만, 노사협의회 설치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총회에서 노사협의회에 취업규칙 제정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규칙 제·개정은 이러한 총회의 결의를 통하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제안해 본다. 이러한 방식이 우리 법제에 완전히 생소한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작성과 변경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기존의 근로자참여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 체계 내에 근로자 총회와 노사협의회에 관한 장을 신설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러한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업 차원의 단체교섭은 사업장 단위에서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으로 포괄돼 해소되고, 자연스럽게 개별 기업을 넘는 초기업별 수준에서의 산업별, 업종별 교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공간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 변혁은 개별 기업에서 단체교섭권을 확보한 노조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걸 필자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 변혁이 전제돼야 초기업별 교섭 체제로의 전환이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업별 교섭 체제가 절대적인 선(善)이어서가 아니다. 분권화된 기업별 교섭 체제가 그나마 기능할 수 있는 현실적 토대가 됐던 종신고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말 그대로 형해화됐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가능했던 속인적(屬人的) 임금체계인 연공급도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 외에는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노조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 변혁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면 기존에 교섭권을 확보한 노조도 사업장 단위 근로자대표의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재확인받아야 하고, 법정 근로자대표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이 점이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 운영의 민주성이 제고될 수도 있다. 노조는 그 조합원은 물론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의 공통된 이익을 상시 살피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러한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비조합원의 무임승차를 제도화하는 노동조합법 제35조 일반적 구속력 조항을 삭제하고, 나아가 비조합원인 근로자의 조합비 납부에 관한 제도(Agency Shop)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3.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2010년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규제를 철폐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했다. 근로조건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교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의 조합원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배타적 교섭제도의 고향인 미국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A)와 차이가 있다. 또한,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에 대해서는 특별한 절차 없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인정하는 다수(多數) 대표제를 채택하면서도, 그러한 노조가 없는 경우 조합원 수에 비례하는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도록 해 비례(比例) 대표적 요소를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입법은 복수 노조 간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동시에 다수 조합에 의한 배타적 교섭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조합원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선거 절차를 별도로 두지 않은 점에서 독특한(비민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가 헌법재판소의 판단대로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 제도 시행 이후 한국 노사관계의 현실을 보면 개별 사업장 내의 복수노조 상호 간 및 노조와 사용자 간 이익 분쟁이 단체교섭 등의 방식을 통해 자주적으로 대사(代謝)되지 못하고,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신청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나아가 법원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국가공권력의 후견에 의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결국 개별 사업장의 노사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교섭비용을 사회로 외부화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나아가 노사관계를 집단적 자치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 종속시키는 사법화(司法化) 경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노동법 및 노사관계의 독자성을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당초 근로조건의 통일성 확보 및 교섭의 효율성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된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와 사업장 내 특정 노조 간 담합의 유인이 됐다. 이는 사용자에게 교섭대표노조의 결정에 개입하고자 하는 강력한 유인으로 기능했음은 물론, 사업장 내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한 치열한 조직 경쟁을 초래해 노조 상호 간 분쟁이 격화되는 문제를 초래했다.

나아가, 행정당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소위 '1사 1교섭'이라는 원칙(原則)으로 승격시켜 2000년대 초반 어렵게 싹을 틔웠던 산별 교섭 체제를 고사시켰으며, 불법 파견에 대한 규제의 실패로 인해 확산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 행사를 좌절시켰다. 이외에도, 사용자 재량에 근거한 개별교섭의 허용은 사용자 선호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대신 개별교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노사관계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에 배타적 교섭권을 인정한 이상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4. 노동위원회 통한 초기업별 교섭단위 결정 도입

현행 노동조합법 제30조 제3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조항에 따른 '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의 촉진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산업·지역별 교섭에 관한 교섭단위 결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은 교섭단위를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해야 하는 단위'라고 하면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다. 종래 이러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당연히 기업 또는 기업의 일부 사업 부문 단위로 해석됐다. 따라서 기존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기업별 교섭이라는 특정한 교섭 구조를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는바, 이는 노동조합법 제30조 제3항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은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절차와 분리됐던 단위를 통합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 또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요컨대,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은 단일한 사용자와 복수 조합 간의 교섭만을 전제로 설계된 규정이다. 따라서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처음부터 복수의 노조가 복수의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단일한 초기업별 노조가 복수의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 현행 노동조합법의 해석만으로도 통일교섭이 됐건, 집단교섭이 됐건 복수의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적용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의 교섭은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의 적용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초기업별 교섭의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3이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 통합에 관한 권한을 부여한 이상, 노동위원회에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개별 사업 또는 사업장을 초과하는 '초기업별 교섭단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일견 특정한 교섭 방식을 강제하거나 복수의 사용자들에게 사용자단체의 결성을 강제하는 것으로, ILO 제87호 협약에 위반된다고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하나의 초기업별 교섭단위일 뿐, 개별 노조나 개별 사용자가 이러한 초기업별 교섭단위를 통해 교섭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자유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노동위원회를 통한 초기업별 교섭단위 결정은 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촉진하는 기능을 할 뿐, 사용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ILO 제87호 협약 위반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5.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 개선

현행법상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은 노동조합법 제35조(일반적 구속력)와 제36조(지역적 구속력)에 의해 가능하다.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제도는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아니거나 그 구성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의 효력, 즉 노동조합법 제33조(기준의 효력)에 기한 권리와 의무의 기초를 법률이 승인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노동조합법 제35조(일반적 구속력)와 제36조(지역적 구속력)는 엄격하게 보면 기능하는 방식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전자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조의 구성원이 아닌 근로자에게 단체협약의 규범력이 확장되는 제도다. 따라서 이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에 의해 대표되는 자의 범위를 법으로 확장하는 제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기존의 근로자참여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 체계 내에 근로자 총회와 노사협의회에 관한 장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 변혁이 이루어진다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교섭은 새로이 도입된 사업장 단위의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 내로 흡수될 것이므로,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일반적 구속력 조항은 더는 유지할 실익이 없게 될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법 제36조의 지역적 구속력 제도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소위 만인효(Erga Omnes)와 관련이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실질적인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는 지역, 업종, 산업 단위의 복수 사용자들을 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현행 노동조합법 제36조(지역적 구속력)가 단체협약 확장 제도로서 실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제36조(지역적 구속력) 성립 요건에서의 쟁점은 복수 사용자 단체협약 확장을 지역으로만 정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은 직종이나 산업을 구속력 범위로 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협약임금 적용의 확대를 통한 양극화·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현행 노동조합법 제36조의 지역적 구속력 제도의 적용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적 구속력 이외에 산업별, 업종별 등의 범주에 따른 효력 확장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단체협약의 확장 여부 결정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어느 기관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에서 단체협약의 확장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용자들과 노조의 현실적 대표성 수준뿐만 아니라 공익적 필요를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구속력은 관련 당사자들의 사실상 대표성 정도뿐 아니라, 고용형태 격차 또는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공익적 필요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6. 정리

필자가 구상하는 법 제도 개선의 로드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