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노동법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6년 차를 맞았다. 법제화로 괴롭힘에 대한 인식·조직 문화 개선 등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었지만 허위신고, 을(乙)질, 등 새롭게 탄생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고(故) 오요안나 사건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법제화 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종횡무진 달렸던 사람이 있다. 바로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문강분 행복한일 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다. 문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연구를 위해서라면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등 세계 어디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노동법률이 6월 11일 서울 종로구 행복한일연구소 사무실에서 문강분 대표를 만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노동 사건 분야 중 직장 내 괴롭힘에 특히 더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A.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설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 금지법 입법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실제 입법이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제대로 입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당시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에서 직장 내 성희롱 강의를 했는데 언론에서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서 내가 마치 성희롱 가해자를 옹호한 것처럼 기사가 나갔다. 이로 인해 원래 있던 노무법인에서도 같이 일을 못 하겠다는 이야기도 듣고, 이곳저곳에서 공격을 받아 6개월 정도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보려 하던 차에 내가 피해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이를 계기로 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학회에서 괴롭힘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이후에 괴롭힘 포럼을 만들었다. 포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입법에 많은 목소리를 내고 실제 입법까지 이루어져서 보람이 컸다.

Q. 행복한일연구소는 미국 직장 괴롭힘 연구소(WBI)와 협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괴롭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A. 괴롭힘 포럼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미국 직장 괴롭힘 연구소(WBI)를 알게 됐다. WBI에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교육 과정에 2011년 참여했다. 3일 동안 하루 8시간씩 호텔 방 하나에 모여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열심히 공부했다. 

미국에서는 괴롭힘 연구가 활발하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지금도 괴롭힘이 매우 많고, WBI의 나미(Ruth Namie) 박사도 미국의 괴롭힘 실태는 최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미국은 언어적 성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금지법이 법제화된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국제괴롭힘학회(IAWBH)에 참여했을 때도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법제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학회에 참석한 영국 상원의원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미국과 영국은 아직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입법에 실패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업안전보건법에 괴롭힘 방지 의무가 있고, 괴롭힘 피해가 산재로 인정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법 제도만으로 보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있어 선진국이라고 할 만하다.

Q. 한국괴롭힘학회가 창립한 지 2년이 돼 간다. 괴롭힘학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A.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입법되긴 했지만 여전히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학회를 만들게 됐다. 학회가 점점 성장해 이제는 회원이 100명이 넘고 그간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문제, 고(故) 오요안나 사건 등 다양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에 대한 논의도 많이 진행됐다. 학회가 최신 이슈와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도 지금까지 잘 논의해 왔다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학회 내에 중립적인 관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구인 공정분쟁해결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Q.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년이 됐다. 괴롭힘 금지법이 우리 일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A. 법이 시행된 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미국, 영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적인 입법이 이루어진 점도 의미가 있다. 병역법이 개정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 규정이 생겼고, 선원법에도 괴롭힘 금지 규정이 들어갔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경비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 규정도 생겼고, 국가공무원법에도 징계 사유로 직장 내 괴롭힘이 포함됐다. 정말 많은 분야에 괴롭힘 금지법이 마련돼 괴롭힘 없는 사회를 위한 기틀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본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 사용자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괴롭힘이 인정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피해자가 승소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직장 내는 물론 각종 지자체 조례로 직장 외에서도 괴롭힘이 금지되는 추세다. 법제화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노동법률)

Q. 법 시행 후 허위신고, 신고 남용, 을(乙)질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A. 법 시행 이후 좋아진 점도 많지만 허위신고, 신고 오남용 등의 부작용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부작용은 법이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강하게 입법됐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법 제도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앞으로 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없다고 본다. 더 강한 법을 만들기보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집중해야 지금까지 발생한 부작용들을 줄여나갈 수 있다.

Q. 부작용의 원인으로 괴롭힘에 대한 모호한 정의 규정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지속·반복성을 괴롭힘 정의에 추가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개념 규정을 바꾼다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부작용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부작용 문제는 괴롭힘 정의 규정이 모호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개념이 자세해진다고 해서 부작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개념을 정밀하게 규정하려고 노력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개념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국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예방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지 개념을 정밀하게 만들려는 시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지속·반복성을 정의 규정에 넣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Q.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신고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시행 첫해에는 38건이었지만 5배 증가해 지난해에는 193건을 기록한 상황이다. 신고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지난해 전 세계 28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별, 빈부, 이념 등 12개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갈등 인식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수준이 높다. 이렇게 갈등 수준이 높다 보니 괴롭힘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중장년층 남성이 격려의 의미로 어깨를 툭툭 치는 행동이 20대 여성 근로자에게는 성희롱, 괴롭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갈등 해소의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은 심해져만 가는데 이들이 직장이라는 한 공간에 모여 지내다 보니 서로가 괴로움을 느끼는 상황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것이 괴롭힘 신고 건수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도 같은 이유다. 윗세대는 일을 알려준다고 자세하게 하나하나 지적하는 것이지만 '일을 못 한다'는 평가를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는 이를 괴롭힘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이 높아지고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것이 괴롭힘 신고 건수가 늘어난 주요한 이유라고 본다.

Q. 괴롭힘 문제 해결 기관을 노동청이 아닌 합의제 행정청인 노동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 인력 문제로 미뤄지고 있지만 결국은 합의제 행정청인 노동위원회가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처럼 근로감독관 한 명이 괴롭힘 판단을 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근로감독관 한 명이 내린 결정에 대해 신고자와 기업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의 문제가 해결되면 노동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괴롭힘학회의 공정분쟁해결위원회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위원회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이관이 완료되려면 인력 충원뿐 아니라 시스템 보완도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과도기 동안에는 중립적인 판단기관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괴롭힘학회 공정분쟁해결위원회가 할 수 있다. 학회에 법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교수, 공무원, 전문가, 노사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학회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괴롭힘 문제 해결이 법적인 방법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해결 방법이 있나.

A.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노사 모두 법적인 해결 방법에만 집중하고 있다. 괴롭힘 신고의 결과가 반드시 가해자 징계 또는 괴롭힘 불인정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없다 보니 법적 해결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만 대부분이 의존하고 있다. 법적 해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원수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이 원수가 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도 좋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서도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DR)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갈등과 분쟁의 주인은 당사자다. 근로감독관이나 법관이 아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단체교섭이 있듯이 개인 간의 분쟁에서도 피해자, 가해자, 기업이 모여 대화하고 오해를 풀고, 문제를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은 비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고인의 고충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가해자에게 징계가 아닌 방식으로도 문제행동의 개선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Q.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는 잘 되고 있다고 보나. 법이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 지금의 제도는 사실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해 놨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피해자들이 신고 후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가 직장에서 괴롭힘, 성희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상담을 요청해 오면 신고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아마 이 현실을 아는 전문가들이라면 주변 지인들에게 신고하라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는 더 미흡하다. 영세 사업장은 당장 공간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도 없다. 피해자 보호가 미흡한 상황에서 어떻게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해 나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현장과 학계 모두에서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처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직장에 다시 녹아들 수 있도록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는데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신고자를 문제아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괴롭힘은 아니어도 분명 신고자의 괴로움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신고자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들에게는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이 없다. 괴로움 해결에 대한 대책 없이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만 고민하는 기업과 사회에서는 괴롭힘 문제 해결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노동법률) Q.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를 넘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은 예방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단 직장 내에서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더라도 피해자는 신고와 절차 진행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가해자도 동일하다. 사건이 종결돼도 무조건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차 가해 문제도 발생한다. 기업과 근로자가 치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크다.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노사협의회나 산업안전위원회에 괴롭힘 예방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능한 리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유능한 리더가 중간에서 갈등을 잘 조절하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효과가 크다. 또한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기업이 교육해야 한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20대부터 70대까지 한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오해와 괴로움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젊은 층의 고충이 무엇인지 윗세대가 공부하고, 젊은 층도 윗세대가 왜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Q. 고(故) 오요안나 사건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사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주장과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법이 사각지대 해소에 더 유용하다고 보는가.

A. 기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이용해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특별법을 제정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 보호에 당장의 실효성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특별법의 보호 범위와 괴롭힘 정의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또 다른 혼란을 만들 수 있고, 사각지대가 모두 해소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별법에 여러 가지 새로운 의무를 만드는 것도 실효적이지 않으면 기업과 프리랜서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이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잘 구축돼 있다. 근로기준법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는 현재의 방법을 유지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괴롭힘 문제를 건강권의 관점으로 접근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의 사회적 건강을 사전적으로 관리하고 괴롭힘을 예방하는 방식의 접근이 옳다.

Q. 괴롭힘 없는 사회를 위해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모두가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것이 최종적인 꿈이다. 괴롭힘을 연구하는 이유는 괴롭힘 없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산다. 그런데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불행해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래서 일터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일터가 행복하면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종속노동'을 하는 사회가 아닌 일터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서로 협력하고 성장해 나가는 곳이 되는 '존중노동'을 하는 사회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