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청년일자리 매칭전담창구 안내문(사진=뉴시스)
 
쉬었음 청년이 50만 명을 돌파했다. 쉬었음 청년은 취업이나 진학 준비 없이 '쉬고 있다'고 답한 비경제활동 청년 인구를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청년 문제를 방치해 쉬었음 청년이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구직난, 저출생, 인력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202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의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2월과 비교해 6만1000명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대의 경우 1년 사이에 7만1000명(18.1%)이 '쉬었음' 인구로 편입되면서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쉬었음 청년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조사에서 쉬었음 청년은 24만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후 꾸준히 증가하더니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15~29세 인구의 5%가 '쉬었음' 인구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감소하던 쉬었음 청년은 2023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줄어들 거라 예상했던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과 보건ㆍ의료 직종 종사자의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달음식과 보건ㆍ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사그라들면서 실직한 청년들이 긴 기간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줄어들 거라 예상했던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시기에 특수한 필요에 맞춰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특정 직업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정상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시기 대표적으로 늘어난 직업은 배달 라이더, 보건ㆍ의료 직종 종사자 등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이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실직이나 퇴사로 이어졌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후 이들이 재취직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해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 일자리인데, 대기업 채용은 경쟁이 치열하고 공공 부문 채용은 그 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지방에 편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직장에 들어가느니 구직을 단념해 버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쉬었음 청년 문제는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는 '성장통' 정도로 바라봐야 할까. 지금 이 경고등을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걸까.

"공백 길어질수록 취업난 더욱 심화"
 
먼저, 구직 활동 없이 쉬는 기간이 쉬었음 청년 개인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시장에 진입하기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선 뚜렷한 이유 없이 취업 공백이 긴 지원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취업 또는 재취업하기 위해선 공백기 동안 직무 연결성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업 인사팀에서 긴 공백기를 포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기업 인사팀의 경우 공백이 있는 지원자를 보면 연속적으로 일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쉬는 동안 아르바이트나 자격증 공부 등을 통해 직무 연결성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직무 연결성이 존재하는 공백기는 경력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조직 문화는 그렇지 않다"며 "인사팀의 시각에서는 '같이 일할 동료를 뽑는다'는 전제하에 공백기를 엄격하게 본다는 원칙이 있다. 이러한 원칙은 변하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쉬어야만 했던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쉬었음 청년이 취업시장에 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쉬었음 청년이 단순히 일을 쉬는 데 그치지 않고 고립ㆍ은둔 청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당연히 구직은 더 힘들어지고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처음에는 경쟁이 치열하거나 눈높이에 맞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쉬게 된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한 뒤 쉬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고립ㆍ은둔 청년으로 이어져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고립ㆍ은둔 청년의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사회적인 비용을 치르는 문제"라며 "개인적으로는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이로 인해 복지나 지출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쉬었음 청년 증가, 저출생 심화로 이어진다

쉬었음 청년 문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장기화될 경우 저출생이 심화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청년층의 평균적인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가족을 형성하는 등 전반적인 인생 주기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일반적으로 사회가 규정한 인생 주기와 어긋나고 종국엔 출생률 또한 저하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 교수는 "쉬었음 청년이 많아질 경우 이들의 인생 주기에 영향을 받는다. 사회 진출 나이가 늦어지면서 이후 가족을 형성하고 출산을 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결국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현재의 인구 문제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취업이 지연되고 경제적으로 또래보다 뒤처지게 되면서 가족을 형성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궁극적으로는 쉬었음 청년 문제가 저출생을 유발해 사회를 지탱하는 데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쉬었음 청년 문제가 새롭게 형성할 가족뿐 아니라 이미 형성돼 있는 가족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들이 필요한 돈을 부모나 형제 등 다른 가족에게서 충당하게 되면서 결국은 가계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쉬었음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오랫동안 돌보는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개인이 평생 기간에 걸쳐 벌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재충전을 위해 쉬는 것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쉬는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가족 갈등 요인으로 번질 수 있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가족 간의 갈등이 경제적 어려움과 이어져 있어 매우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력 부족 한국…청년 노동인구 감소로 더 큰 손해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할 경우 청년 노동인구가 감소해 더 큰 손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금도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지방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날 경우 이러한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교수는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쉬었음 청년은 인력부족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산인구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인구의 역할을 하지 못해 양질의 노동력을 허비하고 있다"며 "국가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가능인구들이 일을 해 줘야 하는데 중심층이 되는 청년들이 투입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쉬었음 청년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20대 때 생산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청년들이 30대 때 입직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허비한 시간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역량이 부족한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쉬었음 청년이 일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국가경제에 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미 지금도 국가적 관점에서 인력난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쉬었음 청년의 수가 늘어나면 그 문제가 가속화된다"며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력은 부정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젊은층의 노동력 부족은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은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고, 대기업 가려는 청년들의 마음은 돌릴 수 없다. 그러면 구직의사 없이 쉬고만 있는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 등을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적으로 봤을 때는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할 청년들이 일하지 않으니 노동력의 손실 측면이 큰 손해로 다가온다"며 "취업을 하지 않아 근로소득을 내지 않으니 세수가 줄어든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인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