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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7-25 11:10:00

    수정 : 2025-07-30 10:37:17

‘E’만 있고 ‘S’는 없다?…노동, 국내 ESG 사각지대로 둬선 안 돼

2025-07-25 11:10:00



환경엔 적극, 노동엔 미온…“ESG 공시 의무화ㆍ중처법으로 압박 커질 것”
[2025년 8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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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자동차부품산업 ESGㆍ탄소중립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무게와 중력을 이용해 물품을 운반하는 시스템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ESG 방향이 '환경'에 집중되면서 노동이 있는 ESG로 가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SG 공시 의무화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표준화에 맞춰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국내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와 정치적 이견으로 지지부진했다.
     
    이 대통령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ESG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류 대표는 ESG 투자 연구 등 국내 ESG 대표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ESG 방향은 'E(Environmental,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양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0대 주요 기업들은 ESG 중 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이 67.4%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사회(18.6%), 지배구조(14%)가 따랐다.

    ESG, '환경'만 챙기고 노동은 뒷전
     
    '노동'과 관련된 이슈들은 ESG 중 S에 해당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다. S(Social,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요소로, ▲고용 ▲노동권 ▲근로환경 ▲인권 등 사회적 요소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이다.

    지금은 ESG 중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 그중에서도 노동을 주목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오랜 시간 자리 잡은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국내 기업은 노동에 대한 이슈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ESG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노동에 소홀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모두 25건이었다. 그중 근로자 관련 리스크로 기준을 하향 조정한 것은 총 11건으로, 44%에 해당했다. 근로자 사망사고 등 지속적인 안전사고 발생으로 등급이 조정된 회사로는 ▲계룡건설산업 ▲태영건설 ▲현대제철 ▲현대건설 ▲한화오션 ▲세아베스틸 등이 있었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 세종시 복합 개발사업 현장에서 안전 장비 미착용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대전, 청주 등 다수의 현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구조적 안전 불감증을 지적받았다. 이후 계룡건설산업은 지난 1분기 사회 부문 등급이 B에서 C로, 통합 등급이 B+에서 B로 하향됐다.

    하지만 이처럼 근로자 관련 리스크로 사회 부문 등급이 하향된 계룡건설산업 또한 이미 환경 부문에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계룡건설산업은 2034년까지 혼합폐기물 25% 이하 배출, 폐콘크리트 100% 재활용, 녹색제품 구매율 0.1% 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ESG를 강조할 때 환경엔 관심을 쏟아도 사회 부문, 특히 노동에는 비교적 소홀한 이유로는 '노동 경시 풍조'가 지적된다.
     
    강충호 아주대 ESG학과 교수는 ESG의 첫 출발이 투자 관점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현안인 기후 변화 등에 집중한 것이 지금처럼 환경 부문에 집중하는 풍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후 기업이 비교적 사회 부문에 소홀해진 것은 한국 사회가 노동 이슈를 불편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유럽 연합(EU)이 공급망 실사법(CSDDD)이 통과되면서 유럽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기업들은 ESG를 신경 쓸 유인이 더욱 늘어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환경에만 집중하고 사회 문제, 특히 노동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노동 경시 풍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기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ESG '완화' 추세지만 국내는 '강화'
     
    한편 최근 ESG와 관련한 글로벌 규제는 완화 기조로 전환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자 탄소중립 등 기후 규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안티 ESG' 정책이 일부 시행되면서 속도가 더뎌졌다.
     
    EU는 최근 ESG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CSDDD의 옴니버스 패키지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공급망 실사법의 대상과 의무를 완화할 전망이지만, S의 핵심인 인권 실사와 노동에 대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 정부 간 ESG 정책 기조가 엇갈린다. 연방 정부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 정부는 퇴직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ESG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티 ESG 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등 일부 주는 ESG 친화적이지 않은 산업에 신규 투자를 금지하거나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프로 ESG'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ESG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ESG 공시 의무화와 공급망 실사 법제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EU의 공급망 실사법과 유사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ㆍ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내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존 안전보건 규제와 맞물려 기업에 대한 노동 리스크 관리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수석위원은 지난 24일 열린 '인사담당자를 위한 ESG 인권리스크 세미나'에서 글로벌 규제 완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및 시민사회의 감시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SG 공시의 신뢰성과 공시 이행 수준이 기업의 자본시장 평판과 투자 유치에 직결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ESG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ESG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해도 인권 실사와 노동에 대한 리스크는 건재하다. EU, 미국 등은 노동과 관련해 인권 침해가 연루된 물품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아동노동, 강제노동 등으로 생산된 물품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올해 한국의 신안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이 강제노동에 연루돼 있다고 판단해 수입을 금지했다.
     
    이 수석위원은 기업 현장에서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이 요구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지표를 100% 충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거론했다. 오랜 기간 ESG를 선도해 온 국내 대기업조차도 유럽이 요구하는 지표에 비하면 충족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 수석위원은 "EU와 미국의 규제 완화 국면을 '쉬어가는 시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공급망 실사, 인권ㆍ노동 공시 등 핵심 사회(S) 요소에 대한 관리 체계를 ESG 팀과 인사ㆍ노무 부서가 협력해 미리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이미 노동 인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급망 관리, 협력사 교육, 인권 고충 처리 체계까지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수석위원은 이와 같은 모범 사례를 소개하며 "노동과 인권은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척도"라며 "공정한 전환과 인적 자본 관리 강화가 ESG 경영의 새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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