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노동법률)

제8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박종필 전 고용노동부 대변인이 새롭게 취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2025년 4월 21일부터 2028년 4월 20일까지다. 노동법률과 만난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어색하진 않지만 낯선 느낌"이라는 취임 소감을 전했다.

박 사무총장이 노사발전재단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 이유는 그가 고용부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사발전재단은 고용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노사발전재단의 사업은 곧 고용부의 사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박 사무총장은 고용부에서 근로감독정책단장, 근로기준정책관 등을 역임하면서 근로조건 제도 개편, 사업장 지도와 근로감독, 불법파견 해소, 비정규직 차별 개선, 노동약자 보호 등 개별적 근로관계 관련 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이 같은 업무들은 재단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 차별 없는 일터 지원단,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 근로자 이음센터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노동법률은 지난 7월 9일 서울시 마포구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실에서 박 사무총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노동정책 변화, 노사발전재단 청사진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취임하고 3개월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

A. 고용노동부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하고 올해 4월 21일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와서 보니 우리 재단이 2007년 설립되고 올해로 18년이 됐더라. 지난 18년간 재단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노동약자 지원, 일터혁신, 중장년 고용 안정, 고용·노동분야 국제협력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의 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용부 재직 시절엔 정책 수립을 위해 '제도와 숫자'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정책 집행을 위해 '사람과 현장'에 집중하려고 한다. 자리가 달라졌으면 보는 시선, 생각의 방향, 쓰는 언어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후 재단 내 본부는 물론, 5개 지사(서울·중부·충청·영남·호남지사)를 순회하면서 현장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나왔던 의견들을 차분히 정리해 앞으로 재단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현장성, 실행력, 소통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조직관리 실태, 사업운영 상황을 살펴나가려고 한다.

Q. 고용부 재직 시절에 고용·노동과 관련된 여러 요직을 거쳤다. 그간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A. 30년간 고용부에 있으면서 본부의 실장과 국장, 지방청장,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용센터소장 등 정책 기획과 현장 집행을 두루 경험했다. 본부 기획조정실에선 기획, 조정, 예산 업무에 대해 많은 경험을 했고, 근로감독정책단장과 근로기준정책관을 연이어 거치면서 근로기준·감독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췄다. 인사담당 서기관과 과장을 4년여 지내면서 조직 관리와 인사 운영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변인 업무는 국장과 실장 직급에서 2번 경험하면서 소통 능력과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들었다.

Q. 사무총장 임기 3년 동안 집중하고 싶은 것은.

A. 사업적으로는 재단 사업이 일터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현장성과 실행력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그간의 사업들이 '명실상부'하게, 즉 원래의 취지대로 달성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개선을 해나갈 계획이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재단의 컨설팅을 받고 일터가 정말 혁신됐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등 진정성을 담아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 운영 측면에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조직문화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역량개발과 내부 소통이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Q. 고용부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업무가 대변인 업무인 만큼 재단 홍보나 사업 홍보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것 같다.

A.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재단은 노사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업을 20여 년 가까이 수행하고 있지만, 노력과 성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 앞으로 현장에서 재단 사업을 제대로 알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핵심은 시선의 전환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우리 재단이 무엇을, 어떻게 할 계획이다'라는 식의 정보 제공은 공급자의 시선이다. 수요자인 국민의 시선에서 '현장의 노사가 이런 지원을 받았고 그 결과 우리 일터가 이렇게 변했다'라는 식의 사례 발굴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 재단은 현장에 정책을 전달하고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생생한 사례 발굴에 최적화된 기관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현장 중심의 생생한 사례 발굴 ▲ 영상 등 시각 콘텐츠 확대 ▲대국민 공감형 콘텐츠 개발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와의 직접 소통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홍보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노동법률)

Q. 새 정부 출범으로 한국 사회의 노사관계, 노동정책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재단의 경우 이러한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곳인데, 변화에 따른 계획이나 구상이 있나.

A. 새 정부의 노동정책 핵심 철학인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나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우리 재단의 역할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노동정책 중 몇 가지는 재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재단이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면 재단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먼저, 노동시간 개혁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 측면에서는 주4.5일제 단계적 도입 등 실노동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금지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재단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에도 구조적인 변화와 확장이 필요하다. 새로운 컨설팅 모델을 설계하고 보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컨설팅이 단순한 제도를 안내하거나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현장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도록 업종별·수준별로 컨설팅의 접근 방식을 정교화할 계획이다.

또, 새 정부는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중장년층의 고용안정, 재취업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중장년내일센터를 통해 중장년에게 맞춤형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재단에선 지속가능하고 부가가치 높은 고령친화적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선도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단순히 중장년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력설계-전직 지원-재교육-고령친화 일자리 창출' 구조로 발전시키고 생애설계 프로그램도 고용 안정성과 직무 전환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재단은 노동 약자를 지원하는 정책과 현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욱 견고히 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근로자 이음센터를 통해 프리랜서 등을 위한 커뮤니티 형성, 의견 수렴, 법률 상담, 고용·노동 서비스 연계, 교육 등 권리 보호와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Q. 새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4.5일제(주4일제)의 경우 그간 재단이 일터혁신 사업을 통해 상당한 역량과 경험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4.5일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이 새 정부 노동정책으로 추진된다면 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 주4.5일제를 포함한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기업의 생산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로선 실근로시간 단축이 일터 현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야기한 것처럼 재단은 그동안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근로시간 관리, 조직문화 개선, 생산성 향상 등을 지원해 왔고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현장 안착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시간 관리 방안 마련, 근무체계 개편, 임금체계 재설계 등 정책에 맞는 컨설팅으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을 텐데, 생산성 저하 없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선진적 근무 환경을 구축하고 노사 상생과 노사 협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일터 문화를 개선하는 것 역시 재단의 역할이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을 개편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정부 정책과 현장 수요를 긴밀히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Q.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를 노동시장에 좀 더 붙잡아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장년내일센터를 운영하는 재단 입장에선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이 클 텐데, 중장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중장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선 중장년층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필수적이다.

먼저, 중장년층이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력 설계와 심리적 지원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도 중요하지만, 중장년 근로자가 새로운 역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과 기술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재교육과 직무 전환도 필수적이다. 고령친화적 일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자가 일터에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게 유연한 근무 환경과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중장기적인 고용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Q. 노사발전재단이 그려나갈 청사진은 무엇인가.

A.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와 사회, 인구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가 '노동'이다. 노동은 개인과 사회 공동체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토대다. 개인의 일자리는 생계 수단이지만, 사회 통합의 기반이 돼야 한다. 노사관계는 서로 생각이 달라도 연대의 장이 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져가야 할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헤쳐 나갈 때 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사 협력을 지원하고 일터를 혁신하는 것, 중장년 고용과 노동 약자를 지원하는 것은 통합과 연대의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재단은 '노사를 행복하게, 일터를 활기차게'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현장에서 이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재단의 청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현장을 만드는 데 우리 재단이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