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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논의 배경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 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28조 이하에서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신청 절차라는 행정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81조 제1항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했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했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제1호)와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노동위원회에 대해 사용자가 이 조의 규정에 위반한 것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제5호)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이러한 행위를 형사벌의 대상으로 규정함(노동조합법 제90조)과 동시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노동조합법 제82조부터 제86조까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취지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의 발령에 관한 사용자의 권한 행사에 '정당한 이유'가 요구된다는 점을 법정(法定)해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동 규정에 위반한 해고 등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민사소송상 정당한 이유의 존재에 대한 증명 책임은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의 취지는 정당한 노동3권의 행사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동3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함에 있다. 다만,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대한 증명 책임이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 제도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각 제도의 취지가 상이함은 물론 증명 책임 등 절차법상 취급도 상이하다. 따라서 '해고 등 불이익 취급'이라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부당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과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규정이 중복해 적용되는 경우 두 법률의 적용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위원회의 실무를 보면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증명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지만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대한 증명 책임은 근로자 측에 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인용하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하는 판정이 빈번하게 발견된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측면에서 해고 등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러한 실무 관행은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제도의 실효성에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부당해고 구제 제도와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상호 독립성'에 착안해 양자에 관한 판단도 상호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병합된 경우 바람직한 판단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부당해고와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 경합 시 판단 방법

부당해고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는 상당히 넓은 교집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자는 그 제도의 취지와 실정법상 근거가 상이하다. 하나의 해고에 대해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범적 판단의 경우의 수를 나눠 보면 아래 표와 같이 네 가지 유형이 가능하다.



이러한 유형 분석을 토대로 부당해고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의 관계를 도해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병합되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순서가 특별히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문제될 수 있는 쟁점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지 않아 부당해고만 다퉈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근로자의 신청을 인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다. 부당노동행위라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해고는 당연히 사법상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별도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위반을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병합된 경우다. 노동위원회 실무례를 보면 이러한 병합 사건의 경우 부당해고를 먼저 판단해 해고 등이 정당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를 기각하고, 해고 등이 부당할 경우에는 다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되 근로자가 부당노동행위 의사 등을 증명하지 못하면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실무례는 형식 논리만 보면 부당해고는 성립하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②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어 보이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판단의 증명 책임 분배가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성이 없다. 부당해고 성립을 부정하는 판단은 해고 등이 위 그림의 영역④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의미할 것인바, 이러한 판단은 논리적으로 해고가 영역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포함한다. 즉,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 자체에 그러한 해고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라는 판단이 논리적으로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증명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해고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 또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 책임을 근로자 측에게 부담토록 하는 현재 판례상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판단에 앞서 부당해고를 판단하는 실무방식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병합된 경우 반드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먼저 판단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했을 때는 다른 이유를 살필 것도 없이 해고 등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만 부당노동행위 이외의 사유로 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보다 발본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절차의 진행에 따라 판단 주체의 지위에 서기도 하고, 소송당사자의 지위에 서기도 한다. 즉,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를 근거 짓는 사실에 대한 증명의 주체가 아니라,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제출한 또는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한 사실에 근거해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판단 주체의 지위에 선다. 그러나 법원 단계, 즉 항고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부당노동행위를 근거 짓는 사실에 관한 증명의 주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조합(근로자) 측의 증명 책임 완화나 사용자 측으로의 증명 책임 전환 논의는 노동위원회 심판(審判) 과정에서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증명 책임 분배에 관한 문제로 국한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쟁송 구조가 노동조합과 사용자라는 사인(私人) 간의 법률관계에 관한 판단이므로 증거의 편재(偏在) 등을 이유로 양자 사이의 증명 책임을 조정하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항고소송 단계에서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를 통해 직권으로 부당노동행위 사실의 존부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공권력 주체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증명 책임을 사인(근로자, 사용자)에서 전환해야 한다거나 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증명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치행정(法治行政)의 원칙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3. 정리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 제도는 개별 노동관계의 법정 규율로서 강행법규 효과를 가지며 사용자가 해고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반면, 노동조합법의 부당노동행위 금지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조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 책임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귀속된다. 

이처럼 제도 취지와 증명 책임 분배가 상반돼 하나의 사실관계에 관해 동시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라는 상호 독립된 별개의 법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병합해서 심리하는 노동위원회는 증명 책임 불일치로 인해 부당해고는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는 부정하거나, 해고의 정당성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판단을 다수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부당노동행위 구제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기존 노동위원회 실무 관행은 이러한 병합 사건의 처리 시 부당노동행위에 앞서 부당해고에 관해 우선 판단하고 해고 등 불이익 취급이 근로기준법의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부당노동행위를 기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제시한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따라서 병합사건 처리 시 우선 부당노동행위에 관해 판단하고 부당노동행위 성립 시 무조건 부당해고도 인용하고, 부당노동행위 불인정 시 부당해고가 성립 가능한지를 별도로 살피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며 현실적 합리성도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노동행위 구제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증명 책임을 노동조합(또는 근로자)으로부터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부당노동행위 증명 책임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증명 책임 전환 문제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입법론적으로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제26조부터 제29조까지 및 제29조의2부터 제29조의7까지를 포함한다)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의 예에 따라 적어도 조합원이라는 지위를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증명 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증명 책임 전환 문제에 앞서 어떻게 하면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를 근거 짓는 사실에 관한 자료를 충실하게 수집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부당노동행위 구제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노동위원회의 직권조사 권한 강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실적으로 양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증거 편중이 발생하는 현상이 빈번하며 근로자 측이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의 적극적 조사권 행사는 증거 수집과 공정한 판단을 뒷받침할 핵심적인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