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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8-11 11:16:00

    수정 : 2025-08-11 11:20:53

노동조합의 전자회의ㆍ투표 도입 시 유의점

2025-08-11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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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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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정경심 법무법인 한결 공인노무사

    1. 머리말

    우리나라는 2025년 5월 기준 챗GPT 유료 가입자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가히 IT 강국, 빨리빨리 근성의 국민이라고 할까. 어느새 사회 각 조직에서 전자투표, 전자회의를 도입한 지도 꽤 오래된 듯하다. 노동조합도 예외는 아니어서 웬만큼 숫자가 되는 조직에서는 전자투표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자투표나 전자회의가 법 제도상 가능한지, 규정은 잘 갖추고 있는지, 실무상 제기되는 문제를 잘 정비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2. 노동조합의 전자적 방식 회의 및 투표의 근거

    가. '회의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 기재 사항으로 정한 노동조합법

    상법 제368조의4는 주주총회의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의 행사, 즉 전자투표를 허용하고 그 요건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5항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집합 제한 시 전자적 방법으로 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9조 제6항은 전자적 방법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의 총회, 대의원회, 집행 회의를 전자적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1조는 노동조합이 규약에 회의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회의 방식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규약에 전자적 방식의 회의 진행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다면 이를 통해 전자회의를 실행할 수 있다.

    나. 규약에 전자회의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

    규약이나 규약에서 위임한 회의 규정에서 회의 방식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 경우 노동조합의 회의를 전자회의나 전자투표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총회란 총회 구성원이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 모여 안건에 대한 토론을 거쳐서 의결에 이르는 집회 방식의 의사 수렴 절차이므로 전자회의나 전자투표를 하려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과거의 회의는 동일한 장소에 구성원이 모여 토론과 심의를 거쳐 의결에 이르는, 이른바 대면 집회 방식이었지만 근래에는 전자회의도 주류의 회의 방식으로 대두되고 있으므로 규약에서 전자회의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약에서 전자회의나 전자투표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그것이 조합원의 의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실행될 수 있다면 전자회의나 전자투표 방식의 회의 절차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돼 ①노동조합 규약에 (ⅰ)총회의 회의 장소를 명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거나 (ⅱ)온라인방식의 회의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온라인 방식의 회의가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②직접·비밀·무기명 투표의 원칙이 침해되지 않는 한 온라인 방식의 총회 진행도 가능하다고 본 판례가 확인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0. 25. 선고 2021가합110463 판결

    가) 온라인 투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온라인 방식으로 결의를 한 것은 적법하다.

    ① 피고 규약 제17조 제2항, 제16조 제1항에 의하면, 임시 대의원대회의 소집 공고를 함에 있어 일시, 장소, 회의안건 등을 명시해야 한다. 원고들은 위와 같이 개최 장소가 특정돼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투표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다수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금지 또는 제한되고 있었고, 피고의 대의원의 수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었으므로 비대면 방식의 회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위 규약 내용은 정해진 회의 장소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지 반드시 장소를 한곳으로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없고, 모바일 또는 원격영상의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으로도 안건에 대한 설명ㆍ토의 등을 거쳐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 방식의 의결이 가능하다.

    ② 피고 규약 부칙 제2조는 '이 규약에 미비한 사항과 규정돼 있지 않은 사항은 관습, 조리, 관계 법령 등과 민주주의적 통상 관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 규약에서 온라인 방식의 회의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반드시 대면 방식의 회의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사태 등 대면 방식의 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 원칙 등 의결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온라인 방식의 회의는 가능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전자회의 시 갖춰야 할 규정 및 요건

    가. 규약 및 회의 규정상 명시적 근거 마련

    1) 전자회의 및 전자투표 허용 규정

    위 하급심 판결은 규약에 전자회의 허용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그 유효성을 인정했으나, 해당 사건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조건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법원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2) 전자회의 진행 절차

    전자회의 소집 방법 및 통지 절차, 전자회의 참석 확인 방법, 전자회의 진행 방식 및 발언권 행사 방법, 의결 방법 및 의결권 행사 확인 절차와 관련된 실무지침을 준비해야 한다.

    나. 기술적ㆍ절차적 요건

    1) 본인 확인 절차와 회의 참여의 안정성 보장

    모든 조합원이 접근 가능한 플랫폼을 선택하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 구축해야 한다. 기술적 문제 발생 시 대응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회의 기록 및 보존

    전자회의 내용의 기록 방법을 결정하고, 회의록 작성 및 보존 기간 규정화해야 한다. 회의 참석 기록은 보존이 필요하다.

    다. 의사결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

    1) 충분한 정보 제공

    전자회의 소집 시 안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조합원들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

    2) 토론 기회 보장

    전자적 방식으로도 안건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3. 전자투표 방식 회의의 효력

    가. 회의 대체의 한계

    노동조합법 제16조 제4항은 "규약의 제정·변경과 임원의 선거·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중요한 안건에 대한 총회에서의 투표 방식을 법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회의 자체를 생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동조합의 회의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뿐만 아니라 안건에 대한 설명, 질의응답, 토론 등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자투표만으로는 이러한 회의의 본질적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판례 역시 노동조합 총회에서의 표결 방법으로 온라인 투표가 허용된다고 해 안건에 대한 토의 없이 총회 자체를 온라인 투표로 갈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바(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2. 12. 15. 선고 2022가합50143 판결) 전자투표로 인해 표결 이전의 토론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2. 12. 15. 선고 2022가합50143 판결

    3) 결의 방법 등의 문제

    다만, 총회에서의 표결 방법으로 온라인 투표가 허용되는지 여부와 총회 개최 자체를 온라인 투표로 갈음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조합원들의 의사를 올바르게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라도 개의해 안건에 대한 토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총회가 개최된 시점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서 50인 이상의 행사가 금지돼 있었으므로, 대면 총회가 개최되더라도 참석할 수 있는 조합원 수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점,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총회는 '연합단체(원고 및 D 단체) 탈퇴 및 조직 형태 변경'이라는 하나의 안건만을 대상으로 개최됐고, 위 안건에 대해서는 이미 1개월 이상 여러 경로로 충분한 찬반 논의가 이루어져 그 내용이 조합원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안건에 대한 추가 토의의 필요성은 적었던 점, 2차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개의를 요구하지 않은 채 온라인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해 달라고 독려한 점, 이 사건 총회의 안건은 찬성과 반대 내지 기권 등 택일적 선택을 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이고, 토의를 통한 원안의 수정 결의가 가능한 사안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총회가 별도의 개의 없이 안건에 대한 온라인투표만으로 진행됐다고 하여 이 사건 총회 결의에 그 효력을 무효로 할 만한 정도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전자투표와 회의 병행 필요성

    1) 안건 설명 및 토론 절차 필요

    안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 자료 사전 배포, 온라인 토론 게시판 운영,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질의응답 세션 마련, 안건별 충분한 검토 기간 부여 등의 방법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2)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

    규약에 전자투표만으로 회의를 대체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예컨대 임원 선거)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자투표 전 안건 설명 및 토론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 조합원의 의견 제시 기회 보장 방안, 전자투표 결과의 기록 및 보존에 관한 규정 등을 마련해야 한다.

    다. 전자투표 시 개인정보 제공 문제

    전자투표의 경우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것으로 노동조합에서 전자투표를 하는 경우 조합원의 성명 등과 함께 전화번호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의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는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동의의 예외 요건이 규정돼 있는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다. 노동조합법은 규약에 임원의 선거 절차에 관한 사항을 정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바 임원 선거는 법령에 의한 의무이므로 전자투표 실시를 위한 조합원의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은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

    다만, 전자투표는 전자적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에서 직접 수행할 수는 없고, 통상적으로는 전자투표 업체에 위탁을 한다. 이때 업체에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행위는 업무위탁 관계에서의 수탁자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정보의 제3자 제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 다만, 위탁하는 업무의 내용과 수탁자를 정보 주체가 언제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제26조 제1항 내지 제8항에 따른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라. 전자투표에서의 위임의 문제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 총회 등의 의결 위임에 대해는 어떠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본래 노동조합 총회는 조합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는 점, 흔히 주식회사의 총회 참석과 의결에 대한 위임이 다반사로 행해지지만 이 역시 상법과 회사의 정관에 정해져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노동조합의 규약, 회의 규정에서 위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의결 사항의 내용과 무관하게 위임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규약이나 회의 규정에서 총회 등 회의에서의 참석 및 의결의 위임규정을 둔다면 의결권의 위임 행사는 가능하게 될 것이다(규약의 제정·변경과 임원의 선거·해임에 관한 사항은 직접 투표가 법정화돼 있으므로 위임의 예외). 그런데 이와 같은 위임 규정을 전자투표에서도 적용시켜야 하는지에 대해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전자투표의 경우 대면 회의의 고충을 감하려는 위임의 필요성이 크지 않는 점, 전자투표에서 위임을 허용하는 경우 기술적으로 위임인 및 수임인의 인증과 보안이 가능할지 의문인 점, 전자투표에서까지 위임을 허용하는 경우 구성원의 자발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아직 위임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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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심

     법무법인 한결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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