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장재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1. 들어가며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25년 7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노란봉투법의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하청 소속 근로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 제도화'로 보인다. 이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자'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원청의 입장에서 하청 소속 근로자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그동안의 노동위원회 판정,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어떠한 경우에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됐는지 정리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노동위원회 판정 및 법원 판결의 동향

노란봉투법 입법 이전에 소위 '실질적 지배력설' 이론에 근거해 원청의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 대다수의 사건은 하청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원청이 교섭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하청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의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실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와 같이 진행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하급심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긍정했던 사안(대법원 2024두37015호)과 부정했던 사안(대법원 2018다296229호)에 대해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그 외에 하급심이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그중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된 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

하청업체(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원청(A 사)의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을 인수받아 이를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던 사안에 대한 판결이다. 이 판결의 제1심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A 사)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집배점 택배기사들이 요구한 1~6의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하면서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나. 중앙노동위원회 2022. 3. 24.자 중앙2021부노268 판정 

*이 글은 해당 사건에 대한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선고가 나오기 전 작성돼 판결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하청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원청(B 사)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관련 등 4개 교섭 의제를 제시했던 사안에 대한 판정이다.

이 판정은 원청이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①교섭 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업체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②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업체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는지, ③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업체와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 판정은 B 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어 이에 대한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 반면, 나머지 의제의 경우 B 사의 교섭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B 사의 교섭 의무를 인정했던 판단기준별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다. 중앙노동위원회 2022. 12. 30.자 중앙2022부노139 판정

*이 글은 해당 사건에 대한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선고가 나오기 전 작성돼 판결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하청업체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원청(C 사)을 상대로 ①성과급 지급, ②학자금 지급, ③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노동안전, ⑤취업방해 등의 교섭 의제를 제시했던 사안에 대한 판정이다.

이 판정은 위의 두 판결 및 판정례와 달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C 사에게 교섭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의제별로 교섭 의무를 판단하지 않았다. 또한 해당 판정은 교섭 의무는 인정했으나 단체협약 체결에 대한 권한은 원청이 아니라 하청업체에 있다고 판단하는 등 위 두 판결 및 판정례와는 사뭇 다른 판시를 하고 있다.

이 판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단기준별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3. 시사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경우 사건별로 다른 판단기준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현재까지의 법원 판결, 노동위원회 판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하청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근무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의 시설에 대한 개선을 비롯해, 특히 사내 하청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원청의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아가 하급심 법원은 택배기사의 급지수수료, 주5일제 등 근무일정 등에 대해서 원청과 하청이 중첩적으로 교섭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를 고려하면 원청과 하청 사이의 계약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일단 원청의 교섭 의무 자체는 인정될 소지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경우 하청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원청으로서는 자신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하청의 교섭 요구에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