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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8-04 19:25:35

    수정 : 2025-08-28 09:31:00

“2시간 일하면 20분 휴식”…택배ㆍ배달ㆍ건설은 여전히 사각지대

2025-08-04 19:25:35



“체감온도 기준 설계는 국제 기준 아냐” 지적도
[2025년 9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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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개선사업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야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래 권고사항으로 있던 '2시간 작업 시 20분 휴식'을 입법화한 것에 불과해 대책이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택배, 배달, 건설 등 업종에서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7일부터 폭염 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사항을 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되고 있다.
     
    해당 규칙에는 체감온도 31도 이상 작업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규정하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환경에서 2시간 이상 작업 시 20분 이상 휴식 시간 부여 ▲작업 성질상 휴식 부여 곤란한 경우 이동식 에어컨, 산업용 선풍기 등 냉방 통풍 장치 설치 ▲폭염작업 중인 근로자 온열질환 발생 의심 시 지체 없이 신고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환경에서 2시간 이상 작업 시 20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이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획일적이라며 원안을 한차례 반려했으나, 이례적인 7월 초 무더위에 일하다 사망하는 근로자가 속출하자 원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폭염 관련 산업안전보건규칙은 7월 17일 원안대로 시행됐다.

    폭염 속 야외 근로자…현장은 어디까지 왔나
     
    노동계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이동 노동자들이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이기 때문에 이번 폭염 대책에 적용을 받지 못해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2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폭염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배달, 택배, 화물, 건설 등 이동 및 방문 노동자 다수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라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일하는 누구나 차별 없는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택배 기사들이 폭염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 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방침을 세우지 않으면 폭염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자체적으로 폭염 대책을 마련했다. CJ대한통운은 8월 14일부터 15일까지를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고, 택배 기사에게 자율적인 작업중지권을 부여했다.
     
    윤중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노조는 다른 물류 회사에도 CJ대한통운에 상응하는 폭염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의 경우 쉴 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지수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사무국장은 "사용자인 플랫폼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을 지킬 의무가 없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실질적으로는 지자체가 나서서 쉼터를 만들어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플랫폼이 배달 라이더들에게 법 기준에 맞는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도 폭염 대책이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7월 29일 건설업계 종사자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염 특보 발령 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이 잘 지켜지고 있냐'는 질문에 지켜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7%에 불과했다.

    건설업계에서 폭염 대책이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였다. 건설노조에서는 "현장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휴식, 이로 인한 공기 연장이 건설사에겐 추가 비용으로 여겨진다"며 "건설노조는 폭염으로 인한 공기 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을 법제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노동계는 폭염과 같은 기후 재난 상황에선 ▲생수 바우처 지급 ▲유급 휴업 보장 ▲작업중지권 사용 시 임금 보전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옥외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대부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인데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들에게 규칙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대구동구청의 사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플랫폼 종사자 등에게 바우처나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생수 등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폭염, 폭우, 폭설과 같이 이상 기후가 나타났을 때, 높은 인센티브로 배달 라이더들을 출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문제"라며 "사실상 실업급여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 배달 라이더들을 위해 고용보험 재원을 활용해 기후 위기 상황에서 유급 휴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앞으로의 폭염 대책으로 작업중지권이 반드시 나오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업중지권을 사용해도 임금이 보존되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인간의 노동력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온다. 이때 근로일수가 줄어들어도 근로자들의 임금을 보존하는 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감온도 기준으로 한 규칙, 국제 기준 아냐"
     
    폭염 대책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국제 기준이 체감온도가 아닌 습구흑구 온도(WBGT)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WBGT는 기온, 습도, 일사량을 종합해 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지표로, 산업안전ㆍ의료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폭염 작업의 기준을 체감온도로 정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손 소장은 "이번에 규칙에서 구체적으로 폭염 작업 시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 의무를 정하면서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폭염 시 보호 의무에 강제성이 생겼다는 것 정도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설계된 규칙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소장은 "고열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체감온도가 아니라 그 장소의 구체적인 온도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체감온도는 구체적인 기준이 아니"라며 "건설업계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온열질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체감온도가 아닌 구체적인 WBGT와 같은 기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염 대책에 온열질환 사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신규 작업 투입자에 대한 '열순응 조치 의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폭염 대책은 고열 작업 시에만 예외적으로 열순응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열순응 조치는 폭염 작업에 내성을 키울 수 있도록 작업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조치다.

    폭염으로 휴식하거나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 해당 시간을 유급으로 봐야 하는지, 무급으로 봐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그간 고용부의 권고 수준에 그치던 폭염 재해 예방 조치를 법령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며 "하지만 열순응 조치 의무가 고열 작업 시에만 부여된 점과 폭염 작업으로 부여된 휴식이나 작업 중지 시간에 대한 급여를 분명히 정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폭염이 예외적 재난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는 상황이므로 이를 고려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건설공사 기간의 연장 요청 사유로 폭염을 명시하거나 휴식 및 작업 중지로 인한 소득 감소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후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폭염 시 휴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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