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고 6개월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정의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간접고용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불법파업이 늘어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앞으로 노란봉투법은 '진짜'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노동법률이 노란봉투법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정리했다.

하청과 '무조건' 교섭?…"거부 가능하지만 부노 처벌 가능성"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과 관계된 수십, 수백 개의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 산업 현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은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에 일일이 교섭에 나서야 할까?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이 하청 노조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지만, 조건이 붙는다. 바로 하청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즉,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더라도 원청이 하청 노조가 요구한 교섭 의제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없으면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

실질적 지배력 법리는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다. 그간 법원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하청 노조의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해 왔다.

법원은 하청 노조의 교섭 의제별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유무에 따라 원청의 교섭 의무를 판단해 왔다. 지난달 25일 선고된 한화오션 사건에서도 법원은 하청 노조가 요구한 교섭 의제인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노동안전 ▲취업 방해 금지 다섯 가지 의제 중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해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실질적 지배력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해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급심에서만 인정돼 왔던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책임이 노란봉투법 통과 시 인정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대법원은 실질적 지배력 있는 원청이 하청 노조에 대한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실질적 지배력설이 명문화돼 원청이 하청 노조에 대해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

원청으로서는 하청 노조의 교섭 의제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잘못할 경우 형사처벌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교섭 거부가 어려울 수 있다. 오용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실질적 지배력설이 노란봉투법을 통해 법으로 들어오면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 있는 하청 노조의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며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어 원청의 교섭 거부는 소극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형사처벌이 원청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형사처벌은 실무상 매우 드물고 관대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원청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해외 투자' 이유 파업 가능?…"원칙상 불가능, 가능성은 有"

경영계의 또 다른 우려는 쟁의행위 범위 확대로 인한 경영권 침해 우려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 사항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돼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 불일치에 대해서만 쟁의행위를 인정하지만, 입법된 노란봉투법은 범위를 넓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적법한 쟁의행위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법이 통과되면 정리해고와 같이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이더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사업 경영상 결정 중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근로조건의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경우 쟁의행위가 가능하다"고 했다.

고용부는 기업의 해외투자 결정까지 노조가 파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더라도 기업의 단순한 해외 투자나 공장 증설 그 자체로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실적으로 근로조건 변경이 구체화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다만 법률의 해석 여지가 많아 기업의 다양한 경영상 결정에 대해 노동계가 근로조건의 변화를 주장하며 쟁의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장재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정리해고뿐 아니라 기타 인력 구조조정, 인수합병, 영업양도, 회사분할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노조가 전방위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며 "해외투자 결정에 대해서도 국내 고용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에 의하더라도 정치파업은 여전히 합법화되지 않는다"며 "다만 불법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쟁의행위 목적에 구애 없이 노조가 파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변호사 A 씨도 "해외투자 결정이 국내 신규 채용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 노동계에서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할 여지가 있다"며 "해외투자뿐 아니라 정치파업도 법 조문 해석 자체로는 쟁의행위가 불가능하지만 노란봉투법으로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범위가 계속 넓어져 간다면 노동계에서 충분히 적법한 쟁의행위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쟁의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으로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만 오히려 파업이 줄어들 것"이라며 "파업은 노동자들이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실행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어떤 노동자도 자신의 일터가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원하청 노사관계에서 일어나는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청의 교섭 거부에 있었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원하청의 대화와 협상의 길이 열리면 오히려 불필요한 장기 투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불법파업 손배 불가?…"가능하나, 면책 확대로 악용 가능성"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 촉구 업종별 단체 기자회견'에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가 불법 쟁의행위를 해 사용자에게 손실이 생겨도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며 "산업 현장에 불법행위로 인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경영계의 우려처럼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을까?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더라도 불법 쟁의행위는 여전히 면책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불법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는 노조에서의 지위, 쟁위행위 참여 정도 등 책임 비율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 면제 범위를 넓혔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쟁의행위를 했더라도 사용자가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도 면책된다.

고용부는 노란봉투법이 불법 쟁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법이 아니라고 했다. 김 장관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 범위를 넓힌 것은 민사상 면책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취지"라며 "사용자의 폭력 등으로 쟁의권이 방해되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지 불법 쟁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도 여전히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지만 면책 규정의 확대로 불법 쟁의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 면책 대상인 '부득이한 경우'에 대해 명확한 범위를 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장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가 부득이하게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완전히 면제하고 있다"며 "부득이한 경우에 대한 범위가 불명확해 이를 악용한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과 책임 제한 조항으로 인해 노조 집행부나 간부들이 일반 조합원들을 선동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까지는 불법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회사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 면제를 거부해 왔지만 노란봉투법은 명문으로 사용자가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가 실제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유지하는 것이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불법 쟁의행위 증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극단적인 노동자 투쟁이 일어난 대부분의 원인은 사용자의 책임 회피가 원인이 돼 일어난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의 책임 회피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극단적 불법 쟁의행위를 오히려 줄일 것"이라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