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노조법 개정안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벌써부터 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 실체는?…"시행령ㆍ판결 정리 기다려야"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했다. 기존 사용자 정의에 더해 근로계약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사용자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질적 지배력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향후 개별 사안마다 실질적 지배력 해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길 일자리연대 정책위원장(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한국의 '실질적 지배력설'은 일본의 학설을 가져와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인 것인데, 일본에서는 사실상 폐기됐다"며 "일본의 경우 파견법의 법리에 근거하는 것으로 원하청 교섭 원칙을 세웠다. 일본의 선례처럼 파견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 없이 실질적 지배력설을 법으로 구체화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한 판례와 판단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실질적 지배력의 모호성은 시행령과 향후 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변호사 A 씨는 "결국은 시행령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의 요건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원청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력업체처럼 독립성이 없는 협력업체여야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협력업체와 원청이 교섭해야 한다고 할 경우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A 씨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CJ대한통운 사례 같은 경우에도 협력업체(대리점)가 CJ대한통운 외의 다른 원청과 계약하지 않았으며 협력업체가 CJ대한통운의 의사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등 발언권이 거의 없는 사례였다"며 "즉, 실제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됐다. 이러한 특징이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고용부 측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구체화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위임입법 없이 매뉴얼을 만든다면 매뉴얼을 만든 위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법적 분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법원의 판단기준이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 지금까지 나온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판결은 그 기준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기준이 세워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실질적이라는 말은 가치관이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의 판례에서도 특정 의제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다른 의제에서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이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는 결과들이 쌓이면서 귀납적으로 대략적인 판단기준이 정리될 것이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소송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원이 2015년에 근로자 파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세운 다섯 가지 기준을 조금 완화해서 적용할 것 같다"며 "근로자 파견은 몇 년에 걸쳐 법정 다툼 끝에 기준이 정리됐다.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도 법정 다툼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섭 절차는 어떻게?…시행령으로 '진짜' 정리될까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이 가능해지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원청이 모든 하청 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에선 조선업계와 같이 하나의 원청이 100여 개의 하청을 두고 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원청이 교섭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다 해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교섭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해야 하는지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는 것이 경영계의 공통된 요구다.

고용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교섭창구가 단일화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김 장관은 "개별적으로 수백 개가 각각 원청과 교섭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부터 단일화 절차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 단체교섭 대상 및 절차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 "시행령 혹은 시행규칙으로 할지, 하위 법령으로 할지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필요한 절차를 시행령, 시행규칙 또는 하위 법령으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에 기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에서는 법률을 통과시킨 뒤 관련 절차는 고용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비해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한 대응이 완벽할 수는 없다. 많은 경우의 수와 여러 쟁점이 생길 텐데, 이를 모두 예측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애초 노란봉투법을 설계할 때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정부와 국회는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있어 고용부가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 알 수 없다"며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을 때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예외로 한다'와 같은 조항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하나의 원청에 하나의 하청 노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청 노조가 여러 개 일 수 있고 규모도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교섭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분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진행하더라도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따로 둘 것인지, 원ㆍ하청 노조를 함께 묶을 것인지 다양한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시행령으로 분명히 정하지 않으면 분쟁이 난무할 것"이라며 "실질적 지배력부터 분명히 정의해야 교섭 절차를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섭노조 분리신청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노사 양측 모두 분리신청을 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하면 원청 노조가 다수노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청 노조는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며 "원청 노조가 하청 노조에 대표성을 갖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가 노노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 자칫 '확대 해석'으로

노동쟁의 개념 확대 또한 분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입법된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사항으로도 노동쟁의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한 발생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의 개념에 포함했다.

이 같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는 자칫하면 확대 해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리해고, 채용 감소로 이어지는 모든 경영상 결정에 대해 쟁의행위가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확대, 기업 변동 등이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해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실적으로 근로조건 변경이 구체화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충분히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가 밝힌 '근로조건 변경이 구체화되는 정도'라는 기준 또한 법적 효력이 없는 고용부의 입장에 그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입법안에 따르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이 다 노동쟁의의 대상이기 때문에 확대해석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고용부 브리핑에서는 '현실적으로 근로조건 변경이 구체화되는 정도'라고 말했지만 입법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고용부가 만든 자료는 효력이 없으니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고용부의 해석이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현행법은 이익 분쟁에 관해서만 노동쟁의를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권리 분쟁도 일부 노동쟁의의 범위가 된다. 일단 M&A(기업인수합병)를 포함한 기업 변동은 구조조정의 위험이 있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러한 모든 의제에 대해 근로자와 교섭해야 한다면 경영계 입장에서는 난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A 변호사는 "해외에 투자하면 국내 투자를 줄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국내 신규 채용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 또한 근로조건에 대한 변동으로 보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 또한 국내 철수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은 법 시행 이전에 국내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등 근로조건이 바뀔 수 있으니 그런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조항은 M&A를 염두에 둔 조항인 것 같다. 기업 변동 과정에서 인원 감원 등의 상황에서 노동쟁의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동쟁의 규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정'이라는 단어다. 결정은 결국 단체협약 체결을 말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의 불일치만 노동쟁의라고 보고, 노동쟁의 상태가 노동위원회에서 조정되지 않으면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21대 국회까지의 개정안에서는 '결정'만을 삭제해 단체협약 체결 과정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 이후 단체협약의 문구나 조문의 해석, 이행에 관한 분쟁 상태도 모두 노동쟁의에 포함시키는 것이 취지였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단체협약의 해석이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견의 불일치로 확대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성안됐다"고 덧붙였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