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HOME > 법률
등록 : 2025-09-02 14:20:00
수정 : 2025-09-02 14:27:10

한화오션 및 현대제철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판결의 의의와 과제

2025-09-02 14:20:00

서울행정법원 선고 2025. 7. 25. 2023구합55658, 2023구합56231(병합)(한화오션) 및 2022구합69230(현대제철) 판결

[2025년 9월호 vol.0]

2,000원

[노동법률]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선고 2025. 7. 25. 2023구합55658, 2023구합56231(병합)(한화오션) 및 2022구합69230(현대제철) 판결

1. 사건의 개요

2025. 7. 25. 서울행정법원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이하 한화오션) 사건과 현대제철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의 (일부)인용 판결을 내렸다.

쟁점은 원청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회사 소속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 원청이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대법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에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책임(노동조합법 81조 4항)이 처음으로 인정된 이래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판례와 학설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근거하여 불이익 취급이나 지배·개입을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노동조합법 81조 1, 4항)를 넘어, 원청의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할 '적극적인 의무'(노동조합법 81조 3항)가 있는 사용자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유형별 차이점은 단체교섭 제도와 부당노동행위가 적극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건 쟁점과 관련된 도급과 위임 또는 업무위탁 그리고 파견계약 등 이른바 다면적 근로관계에서의 (원청) 사용자성과 책임 범위 및 그 인정 요건은 아직 명확한 입법론적 기준이 부재한 채, 그간 주로 판례와 학설 등에 의하여서만 논의되어 왔다. 원청의 교섭 의무에 대한 대법원의 CJ대한통운 사건 판결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두 사건에 대한 초심 판결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원청 사용자의 교섭 의무 책임이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확정된다면 이는 택배업뿐만 아니라 제조·용역 등 다양한 산업에 중요한 의의를 갖게 된다. 핵심은 당사자 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부재한 상태임에도 하청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실적 관계가 있으면서, 실질적이며 직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원청에 사용자로서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지금까지의 주된 법적 근거는 헌법 33조의 노동3권과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 국제조약에 따른 것이었다.

원청의 집단법상 사용자 책임과 관련하여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개별적 근로계약관계가 전제가 되지 않는 사용자단체와의 초기업별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이미 규범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법률관계에 근거하여 해석하는 이른바 '(실질적) 근로계약관계설'을 비판하는 논의가 있다. 결국, 법률관계가 아니어서 추상적 범주에 머무르고 있는 실질적 지배력설상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어떤 법적 기준, 요건, 범위에 걸쳐 구체적·직접적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향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후속 논의 과정에서도 이것이 핵심 사안이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적용 범주 및 법적 기준의 단서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