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정부가 '산재 감축'을 대대적으로 선포하면서 산업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전한 일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질에선 2026년부터 직장 내 정신건강 관리가 의무화돼 모든 사업장은 일터에서 정신사회적 위험요인을 예방ㆍ관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인도는 개별법으로 존재했던 산업안전ㆍ보건 규율과 근로조건 규율을 2020년 일원화했고, 베트남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줄이기 위한 '직업 안전 및 위생에 관한 법률'을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 정신사회적 위험요인 관리 의무 도입
 
브라질에선 2026년부터 직장 내 정신건강 관리가 의무화된다. 브라질 노동고용부(Ministério do Trabalho e Emprego)는 2024년 8월 27일 행정명령(Portaria) 제1419호를 통해 산업안전ㆍ보건 규제 표준인 NR-1을 개정했다. NR(Normas Regulamentadoras)은 브라질 통합노동법(CLT) 제5장에서 정한 산업안전ㆍ보건 원칙을 구체화하는 세부 규정으로, 각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할 실무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개정으로 브라질은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위험요인(이하 정신사회적 위험요인)을 기존 산업안전ㆍ보건 관리체계에 통합했다. 이번 개정에 따른 규정은 2026년 5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며, 모든 사업장은 위험관리프로그램(Programa de Gerenciamento de Riscos, 이하 PGR)에 정신사회적 위험요인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이를 예방ㆍ관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도 직장 내 위험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안, 우울증, 번아웃(Burn-out)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근로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직업적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으로 분류해 국제질병분류 (ICD-11)에 등재했다. 브라질에서도 근로자의 약 3분의 1이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브라질 노동고용부는 NR-1을 개정해 모든 사업장이 PGR에 정신사회적 위험요인을 포함하고, 이를 예방ㆍ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 체계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개정된 NR-1은 정신사회적 위험요인을 PGR의 다음 두 영역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직무 관련 위험요인 목록(inventário de riscos) 내 반영
- 각 위험요인의 설명,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질병, 노출 근로자 집단의 기재
 
▶ 실행계획(plano de ação) 내 반영
- 위험요인별 제거ㆍ완화ㆍ통제 조치, 이행 기한, 책임부서, 결과 평가 지표의 명시
- 정기 건강검진 시 번아웃ㆍ불안장애 등 조기 발견을 위한 전문 의료평가 도입 검토
 
브라질 정부는 이번 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 1월부터 약 900명의 근로감독관을 신규 채용하고, 정신사회적 위험요인 관리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할 예정이다. 개정 규정 시행 이후 위반이 확인될 경우엔 사업장 정지나 폐쇄, 시정합의서(TAC) 체결, 고액의 과태료 부과 등 중대한 행정 제재가 부과될 수 있어 브라질 진출 기업은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인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작업장' 보장
 
인도는 2020년 9월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조건 통합법(Occupational Safety, Health and Working Conditions Code, 2020; 이하 OSH 코드)'을 제정했다. 이 법은 산업분야별로 파편화된 13개 개별법을 일원화해 산업안전ㆍ보건과 근로조건 규율을 일원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OSH 코드를 포함한 인도의 신(新)4대 노동법은 모두 공포된 상황이지만, 아직 발효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법의 적용 범위는 공장ㆍ광산ㆍ항만ㆍ건설ㆍ운송ㆍ플랜테이션ㆍ신문ㆍ영상제작, 계약ㆍ이주노동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공장의 경우 전력 사용 여부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달라지는데, 전력을 사용하면 20인 이상 공장이, 전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40인 이상 공장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일반적인 사업장(Establishment)에선 10인 이상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 되며, 제조업 외 서비스업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대상 사업장은 법 시행 후 60일 이내 전자등록을 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추가 인허가가 필요할 수도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전자형태의 근로자 명부ㆍ임금명세ㆍ사고통보 등 기록ㆍ보고의무가 함께 강화된다.
 
핵심 의무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작업장'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가능한 범위에서 안전한 설비와 작업체계, 물질 취급의 안전, 필수 정보ㆍ교육ㆍ감독을 제공하고, 특정 근로자에 대한 연 1회 건강검진을 무상 실시해야 한다. 이때 안전ㆍ보건에 대한 비용을 근로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근로자는 '임박한 중대위험을 우려할 합리적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에게 즉각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시정이 불충분하면 감독관(Inspector‑cum‑Facilitator)에게 직접 신고할 수 있다.
 
국가ㆍ주(州) 자문위원회 설치, 점검ㆍ상담을 겸하는 감독관 제도, 일정 규모 사업장(일반 공장 500인, 유해공정 250인, 광산 100인)의 안전위원회ㆍ안전관리자 지정 역시 법의 주요 골자다.
 
또한, 1일 8시간, 주 6일 원칙과 시간외수당 2배, 연차 상한 30일(초과분 보상), 야간연속근무의 산정 방식 등 근로시간ㆍ휴가 규정이 명문화됐고, 여성의 야간근로는 본인 동의와 안전조치하에 허용된다.
 
계약노동과 관련된 규정은 지난 12개월 중 어느 하루라도 계약노동자 50인 이상을 사용한 사업장 및 공급업자에게 적용된다. 원칙상 계약노동자는 핵심업무 투입은 금지되지만, 다만 그 활동이 통상 외주로 이루어져 온 경우, 상시 풀타임 인력이 불필요한 경우, 일시적 물량 증가로 기한 내 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주간(州間)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왕복여비 지급과 공공배급제(PDS) 등 복지이동성 확대가 병행된다.
 
현재 법 시행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도 점검 포인트다. 구자라트 주(州)의 경우 2025년 6월 OSH Code 준비를 공식 통보했으나, 실제 발효는 중앙정부의 일괄 시행일 지정 이후다. 주별 세부규칙 제정 속도 격차를 고려한 전사(全社) 이행 계획이 필요하다.
 
인도 진출 기업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공장'과 '사업장' 이중 기준에 맞춰 범위 판정과 등록ㆍ면허 갱신 로드맵 즉시 마련 ▲공급망 전반의 계약ㆍ이주노동 관리, 여성 야간근로 안전, 유해공정 위험성평가ㆍ교육을 표준화 ▲전자 기록ㆍ보고 프로세스와 안전위원회 운영 내재화, 감독당국[인도 주(州) 정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국(DISH) 등]과의 소통 채널 정비 ▲시행 전 선제적인 내부 규정 실사ㆍ감사로 리스크 해소 등이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베트남의 법제 개혁
 
베트남은 산업화 과정에서 매년 수만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사고율이 높다. 이에 베트남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줄이고 근로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직업 안전 및 위생에 관한 법률'(Law No. 84/2015/QH13)을 2016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노동법에 산재 관련 조항이 일부 포함돼 있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법률로서 제정된 최초의 안전ㆍ보건 분야 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뿐 아니라 견습생, 수습생, 자유노동자까지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모든 형태의 노동 활동을 법적 관리ㆍ보호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산업재해 및 직업병 보상에 관한 제도도 명확해졌다.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 절차가 구체화됐고, 사업주의 책임도 강화됐다. 특히,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단순한 보상에 그치지 않고 예방 차원의 의무를 강조해 기업은 보호장비 지급, 정기적인 안전교육 실시, 작업환경의 유해 요인 점검 등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직업위생 관리 강화도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소음, 분진,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 요인 관리가 의무화됐으며, 노동자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또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작업중지권'도 법률에 의해 명문화됐다.
 
몇 가지 변화를 통해 올해 들어 제도는 더욱 정교해졌다. 2025년 7월부터 사회보험법 No. 41/2024/QH15가 시행되면서 직업 안전 및 위생법과의 연계가 강화되고, 산재보험 운영체계가 새롭게 정비됐다. 2024년 발표된 Decree No. 143/2024는 노동계약이 없는 근로자도 자발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해 비공식 노동자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한 국가 산업안전보건 프로그램을 통해 고위험 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교육, 감독, 국제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2025년 5월에는 전국적으로 '직업 안전 및 위생 행동의 달' 행사가 열려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안전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베트남 내무부(MOHA)는 직업 안전 및 위생 관련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기업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시행령과 회람을 통해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 투자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 법 시행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가 정착되고, 산업현장에서의 사망률과 직업병 발생률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이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베트남의 투자 환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 관계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기사 도움>
- 브라질 : 유정훈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ㆍ김윤서 법무법인 디엘지 연구원
- 인도, 베트남 : 김재영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