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사진=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영성과급과 장기근속 격려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소정근로 대가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한국수력원자력 근로자 A 씨 등 88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본상여금, 경영성과급, 장기근속 격려금, 장려금, 자체성과급,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A 씨 등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했다.
 
기본상여금에는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재직 조건이 붙었고, 경영성과급은 매년 경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졌다. 장기근속 격려금은 5년 단위로 지급됐지만 5년이 도달하기 전에 퇴직하는 경우 지급이 제외됐다. 장려금과 자체성과급은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됐지만 실적이 미달하더라도 기준 임금의 200%는 지급이 보장됐다. 복리후생비는 회사 내규 기준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모두 지급됐다.
 
A 씨 등은 기본상여금, 경영성과급, 장기근속 격려금, 장려금, 자체성과급,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회사에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 경영성과급ㆍ근속 격려금은 통상임금서 '제외'
 
1심과 2심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성을 판단했다.
 
1심은 장려금과 자체성과급 최소지급분, 복리후생비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장려금과 자체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지급분이 달라지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저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정기ㆍ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사전에 지급이 확정된 복리후생비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기본상여금은 재직 조건을 이유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1심은 "기본상여금은 지급일에 재직자에게만 지급돼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경영성과급과 장기근속 격려금도 소정근로 대가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은 "경영성과급은 매년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고 장기근속 격려금도 5년을 채우기 전에 퇴사 시 지급하지 않는다"며 "소정근로 대가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했다.
 
2심에선 기본상여금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다. 2심은 재직 조건이 붙었더라도 기본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2심은 "재직 조건은 임금 정산 방법에 불과하다"며 "기본상여금 지급일에 퇴사하더라도 상여금 전액을 미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재직 일수에 비례해 일부를 지급하고 있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정성 폐기 새 법리에도…대법 "통상임금 아냐"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지난해 12월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새로운 법리를 적용했지만 원심과 결론은 같았다. 대법원은 고정성이 폐지됐더라도 경영성과급과 장기근속 격려금은 소정근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 판단기준에 포함해 경영성과급과 장기근속 격려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잘못된 판단"이라면서도 "고정성을 제외하더라도 통상임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직 조건이 붙은 기본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직 조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무효가 아니다"라며 "재직 조건이 고정성을 제외한 나머지 통상임금 판단 요건에 영향을 주지 않아 기본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장려금 최저지급분이 기준임금의 200%가 아닐 수 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장려금은 최저지급분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다"면서도 "최저지급분을 기준임금의 200%로 확정한 원심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 파기환송심에서 추가적인 심리ㆍ판단이 필요해 일부 파기환송한다"고 했다.
 
그간 재직 조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 여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엇갈려왔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가 고정성을 폐기한 후 재직 조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판결 경향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IBK기업은행 임금 사건과 지난 3월 경기도 여주시 임금 사건에서도 재직 조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봤다. 또한 대법원은 같은날 선고된 서울특별시 강남구 등 5개 기초지자체 임금 청구 사건에서도 재직 조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