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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9-18 18:05:55

    수정 : 2025-09-26 16:22:41

코앞까지 온 ‘주4.5일제’ 도입에 웃지 못하는 중소기업

2025-09-18 18:05:55



규모별 적용보다 산업별 적용 먼저…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2025년 10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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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철 법제처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필요 법령은 총 966건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주4.5일제를 국정과제로 확정한 가운데 중소기업에도 주4.5일제가 정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소기업에 주4.5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규모별로 적용시기를 유예할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적용시기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국정과제엔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노동 공약으로 강조해 왔던 주4.5일제가 포함됐다.
     
    정부는 주4.5일제 실현을 위해 먼저 중앙ㆍ지방정부에서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실노동시간 단축법을 제정ㆍ시행한 뒤 노사 자율 확산을 촉진한다. 이후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4.5일제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주4.5일제는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치로 단축하기 위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노동 공약이기도 했다. 2023년 기준 OECD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717시간인 반면,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74시간이다. 이 대통령의 목표치만큼 단축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근로시간을 157시간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 8월 31일 주 4.5일제 도입 지원에 내년도 예산 325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직원 1명당 월 20~25만 원을 지원한다. 주 4.5일제를 시행하며 직원을 추가로 뽑을 경우, 신규 채용 인력 1명당 60~80만 원씩 장려금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기업, 주4.5일제 시험대…중소기업은 어려움 호소
     
    주4.5일제 시행으로 노동시장 전반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이미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제도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통해 2주 동안 근무시간 80시간을 충족하면 금요일은 휴무가 가능한 주4.5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월 평균 주40시간을 채우면 주5일 출근하면서 출퇴근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주40시간 내 자기주도적 근무시간 관리제를 채택 중이다.
     
    대기업들이 시행 중인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법적으로 정해진 주 40시간 틀을 유지하면서도 근로자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근무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는 동일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업무 밀도를 조절해 '짧게 일하고 길게 쉬는 구조'를 경험한다.

    근로자들이 이 같은 구조에 익숙해지면 주4.5일제가 법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주5일제를 실시하는 지금과 같은 노동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대기업의 유연근무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향후 주4.5일제 도입 시 충격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제도를 안착시키는 '실험적 전환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다가오는 주4.5일제 도입에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주4.5일제가 시행될 경우 납기 준수의 어려움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의 42.1%는 '납기 준수의 어려움', 24.1%는 '인건비 부담'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항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바쁠 때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원청이 요구하는 납기 기한을 맞추려면 현행 52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모든 인력의 근로시간이 4시간 줄어들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차라리 문을 닫겠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의 인건비 문제도 지적됐다. 이 본부장은 "국정 과제 발표 내용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이 증가하는 부분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주4.5일제 도입, 산업별 연착륙 필요
     
    이처럼 중소기업 현장에서 주4.5일제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4.5일제가 중소기업에 정착되기 위해서 규모별로 적용시기를 조정하는 것보다는 산업별로 적용시기를 조정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규모별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은 산업별 도입"이라며 "산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와 관계없이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 들여오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영세한 기업은 장시간 노동자도 많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도 많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런 양극화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과거에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산별교섭으로 주40시간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급물살을 탔다"며 "단시간,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비슷한 산업별로 묶어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노민선 중소벤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전 업종,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보다는 업종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주4.5일제가 시행될 수 있는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임금에 대한 정부의 지원 또한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임금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기업에,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할 경우 근로자에게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우에는 가장 작은 규모의 사업장까지 확대되려면 5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 대기업의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비용이 하청에게 전가되기도 할 것"이라며 "규모별로 큰 시차를 두지 않고 도입하되, 프랑스의 경우처럼 중소영세기업에게는 임금보존기간을 길게 두고 많은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 1월 1일부터 법정근로시간을 주35시간으로 단축하는 '오브리법'을 제정했다. 중소영세기업은 시차를 두고 2002년 1월 1일부터 도입했고, 프랑스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에 임금보존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했다.

    노 연구위원은 "임금 감소에 대한 부분 또한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임금 감소가 있는 근로시간 단축과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임금 감소가 없을 경우 기업에, 임금 감소가 있을 경우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임금 감소가 있는 쪽과 없는 쪽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4.5일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중소기업의 자가 진단과 정부의 컨설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과제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4.5일제가 현실화된 만큼 중소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주4.5일제를 도입한 뒤에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미 경기도에서는 다수의 사업장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진단과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주로 임금, 노무와 관련된 컨설팅을 받는데, 근로자의 근로 전반에 걸친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업무의 불필요한 요소, 자동화 또는 IT 기술 도입이 필요한 부분,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해 최적화해야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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