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규세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이영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최만복 안산노동안전센터 사무국장(노동법률)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영세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2분기 155명에서 올해 176명으로 늘어났다.

노동법률은 산재 방지를 위한 여러 정책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노동 현장의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듣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안산시 안산노동안전센터를 방문했다. 안산시 반월·시화공단에서 현장 안전 점검을 당담하는 노동안전지킴이들은 반복되는 영세 사업장 산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9월 11일 안산노동안전센터에서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최만복 안산노동안전센터 사무국장, 이규세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이영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만났다.
 
Q 안산노동안전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안산지부의 사회연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만의 이기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를 극복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돈을 모아 만들어진 사단법인이다. 안산노동안전센터는 안산시 노동안전지킴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노동안전지킴이 선발,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 상담 업무, 정책 연구 사업도 하고 있다. 최근엔 휴게 실태조사, 급식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국말이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에게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안전 수첩도 배포한다.

Q 고용노동부가 영세 사업장 산재 감축을 위해 노동안전지킴이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안전지킴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현장에선 어떤 실효성이 있는가.

정현철 : 노동안전지킴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만든 정책이다. 초기에는 경기도가 예산 전액을 지원했지만, 이후 점차 기초지자체의 예산 부담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현재 안산의 경우 경기도가 30%, 안산시가 70%의 예산을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최만복 안산노동안전센터 사무국장 : 노동안전지킴이는 경기도에서 모집 공고를 내면 기초지자체 면접을 통해 안전지킴이의 적합성을 판단해 최종적으로 선발한다. 안산시의 경우 안산노동안전센터가 수행기관으로 정해져 현재 6명을 선발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계약은 9개월 단위로 매년 갱신하고, 희망자는 재심사를 거쳐 재선발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안전 관련 자격증을 가진 퇴직자들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규세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한 지 4년 차다. 현장의 반응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현장 방문을 나가면 '아, 쟤네 또 왔네' 이런 반응이었는데, 각 국가별 언어로 번역된 이주노동자 안전관리 책자, 소화기, 마스크 등 안전용품을 주면서 천천히 친분을 쌓았다. 이제는 안 가면 오히려 섭섭해할 정도로 현장 방문에 대한 경계가 사라졌다.

이영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 친분을 만들고 실질적인 안전 지도를 통해 현장을 개선해 나가니 사업주들이 협조적으로 변했고 현장도 정말 많이 개선됐다. 노후화로 문제가 될 만한 슬링벨트는 사업주 동의하에 우리가 가서 직접 뜯어 버렸다. 이렇게 뜯어 내야 하는 설비가 예전엔 30개나 있었는데 안전 점검을 반복했더니 이제는 10개 정도로 줄었다. 지게차에 안전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이제 90% 정도에 안전장치 부착이 완료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인 물질안전보건시스템(MSDS) 배치도 꾸준히 현장 관리자들에게 이것이 왜 배치돼야 하고, 배치됐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설득했더니 대부분의 사업장에 배치됐다. 현장 산업안전 관리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노동안전지킴이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반대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지도 궁금하다.

이규세 : 지속적인 방문으로 기업이 잠재된 위험 요인에 대해 개선 조치를 완료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현장 점검을 통해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사업주와 소통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간다. 안산의 경우 대부분이 공단에 위치한 영세 사업장들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개선 요구가 지연될 때도 많다. 그럴 때는 같은 사업장에 세 번씩 방문해서 조치를 요구할 때도 있다. 그래도 결국 개선 조치가 완료되면 보람을 느낀다.

이영선 : 가장 힘들 때는 사업장에서 방문을 거부할 때다. 여전히 3~5% 정도의 사업장에선 노동안전지킴이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거부하는 사업장이 나오면 안타깝고 답답하다. 또한 개선 요구를 했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는 사업장이 나올 때도 어려움을 느낀다. 노동안전지킴이의 개선 요구의 경우 제도적 강제성이 없다 보니 조치를 하지 않아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분명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인데 위험한 환경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Q 올해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가 전체의 68.7%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영세 사업장의 실태를 가까이에서 확인했을 텐데, 유독 영세 사업장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정현철 : 영세 사업장은 납기에 맞춰 작업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대부분 자금 여력이 없어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경영자들이 자신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원청이 안전문제 해결 비용을 납품단가에서 빼다 보니 투자할 여력이 없어 산재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영세 사업장에서 산재를 줄이려면 원청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 하청 대부분이 원청에 사실상 종속돼 있어, 원청의 변화 없이 안전관리를 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원청이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안전 정책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산재 감축 정책은 대부분 노동자를 '관리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설계해 왔다. 이제는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작업중지권을 확대했더니 산재가 줄어든 삼성물산의 사례가 있지 않나. 작업중지권을 보장해 준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그 권리를 남용할 확률은 매우 낮다. 노동자, 노조의 안전 관리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 간의 안전 네트워크를 만들면 지금보다 산재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지자체의 역할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노력해서 산재를 감축하는 것은 이미 최대치에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지자체가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특히 산재가 집중된 영세 건설업의 경우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건축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건축 인허가 단계부터 안전 문제에 개입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이영선 : 50인 미만 사업장이 문제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안에서도 규모별로 조금씩 문제가 다르다. 그나마 30인 이상 사업장은 어느 정도 안전 관리 구색을 갖추고 있지만, 문제는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안전 관리를 할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다. 안전 관리를 하려면 한 사람이 1인 2역, 1인 3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해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Q 영세 사업장 산재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도 있다.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정현철 :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는 컨설팅 위주고, 노동자 참여가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의 사례를 소규모 사업장에 맞춰 컨설팅하다 보니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 일도 있다. 컨설팅 결과로 기업들이 서류 작업에만 치중하게 되는 경향도 보인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려고 관련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한다. 이를 중소기업이 따라해 서류만 잘 준비한다고 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노동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왼쪽부터 이영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이규세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최만복 안산노동안전센터 사무국장,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노동법률)

Q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는가.

이영선 :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된 이후 영세 사업장 사업주들의 안전 의식은 높아졌다. 하지만 의식만 높아졌을 뿐, 실제 현장을 보면 작업 환경 개선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처벌받지 않을까 두려워만 하지, 이것이 실제 작업 환경 개선으로는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현장 정리정돈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사업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현철 :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만 너무 강조되다 보니 법 취지와 기능, 의미에 대해 사업주들이 잘 모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예방조치를 제대로 안 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법인데, 사업주들 머릿속에는 '사고가 나면 처벌 받겠구나'하는 두려움만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예방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처벌 강화를 통해 사업주들에게 공포만 가져다준다고 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업주들의 산재 예방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을 강화할 것이냐를 두고 비생산적인 논의만 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산재 예방을 가져올 수 있는 작업중지권 현실화부터 추진해 나가야 한다.

최만복 :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중대재해의 개념이 달라 문제가 생긴다. 두 법의 내용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빠르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장의 혼선이 줄어든다.

Q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벌 강화를 통한 산재 감축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 각종 제재 강화가 산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현철 : 처벌 강화만이 답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SPC에 방문해 장시간 노동 문제를 지적했다. 산재 문제의 핵심을 이 대통령이 제대로 짚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재는 후진국형 산재라고 할 수 있는 끼임, 추락이 많다. 이런 유형의 산재는 대부분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처벌을 강화하고 제재 수준을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산재도 줄어든다.

Q 산재 감축을 위해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산업단지 영세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근로조건이 열악하지 않나.

정현철 :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도 낮고 복지도 거의 없다시피 한 곳들이 많다. 영세 사업장에선 노동자들이 입사했다가 도망가는 일이 많아서 '추노'하러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나온다. 쉽게 말해 한번 들어오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산업단지에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여서 원청과의 계약에 의존하다 보니 고용이 불안정하고 이직도 잦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산업단지에 없다. 내국인 노동자들은 평균 나이가 50세에 육박하고, 신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다.

이영선 : 근로 환경도 열악하다. 특히 여름에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곳들이 많다. 그래서 현장 점검을 하면서 최소한의 냉방은 되는지 같이 점검한다. 지금은 85% 정도는 기본적인 냉방 장치가 있지만 여전히 없는 영세 사업장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Q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2023년부터 상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다. 영세 사업장에 휴게실은 다 설치된 상황인가.

정현철 : 그렇지 않다. 다만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문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영세 사업장들은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과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휴게실을 만들 수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공동 휴게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안산노동안전센터 1층에도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 휴게실을 만들었다. 주변 노동자들이 쉬러 많이 온다. 센터 차원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공동 휴게실을 늘려야 한다. 안산시의 경우 이동 노동자 쉼터를 시의 동서남북에 하나씩 만들었다. 이동 노동자 쉼터 개설이 안산시장의 공약이었다고 한다. 지자체의 의지만 있으면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 휴게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왼쪽부터 이영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최만복 안산노동안전센터 사무국장, 정현철 안산노동안전센터 센터장, 이규세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노동법률)

Q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노조 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 노조에 대한 인식은 어떤 상황인가?

정현철 :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의 노조 조직률이 대략 3%다. 공공기관이 포함된 수치라서 민간기업만 보면 2% 정도일 것으로 본다. 현장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한다고 임금이 인상되거나 근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다. 오히려 회사와의 관계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개별 사업장의 조직화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초기업 교섭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침 이재명 정부에서도 초기업 교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 산업단지 전체를 조직 대상으로 보고 초기업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정부뿐 아니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에서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또한 공동근로복지기금 제도도 활용했으면 한다. 노조가 조직화된 영세 사업장들은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최소한의 복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명절선물이 중요하지 않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통해 명절에 작은 명절선물이라도 주는 것부터 하나씩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

Q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산업단지 노사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까.

정현철 : 노동조합법 3조 개정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노동조합법 2조 개정은 산업단지 영세 사업장의 노사관계에도 분명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산업단지 영세 사업장들은 대부분 하청회사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면 하청노동자 조직화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다. 원청이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하청 노사에게 스스로 문제를 풀라고 하니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영향은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Q 이재명 대통령은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내세웠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실현된다면 영세 사업장 근로조건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정현철 :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이 제외되고 있는 규정은 주52시간, 각종 법정수당, 연차유급휴가, 해고예고 등 근로조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들이다. 빠른 시일 내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돼서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Q 안산 반월·시화공단에는 이주노동자도 많다.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산업안전은 어떤 상황인가?

이규세 : 현재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신규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이주노동자들 기준으로는 높은 임금이어서 월급이 높다고 만족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인식도 높아졌다. 예전에는 건설 현장에 안전 점검을 나갈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모 미착용을 지적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에는 '안전모 안 쓰면 사장님이 잡혀간다'고 얘기를 하니 우리가 멀리서 보이면 재빠르게 안전모를 쓴다. 지금은 안전모를 제대로 쓰는 비율이 80%는 넘는 것 같다.

정현철 :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안전은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계속 머무는 정주노동자가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노동자들이 오는 구조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열심히 관리·감독해서 안전 규정을 지키게 해 놓으면 돌아가고, 새로 오는 이주노동자에게 다시 안전 교육을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안전 문제뿐 아니라 임금 체불 문제, 각종 차별 문제 등 문제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은 언어도 다르고 노조도 없다 보니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혼 이민 등으로 입국한 정주이주민과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국가별로 커뮤니티가 있고 대부분 안산 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가별 커뮤니티는 결혼 이민 등을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정주이주민들이 이끈다. 이들과 만나고 교류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취합하고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