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노란봉투법의 공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가 개정돼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의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직접사용자만을 의미했다. 그런데 위 조항의 개정 법률이 2025. 9. 9. 공포됐고 2026. 3. 10.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에서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후단 규정을 신설했다. 후단 규정에 의한 사용자를 간접 사용자 또는 간주 사용자로 부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법률 규정 자체에서 '본다'라는 간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간주 사용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원청의 입장에서는 원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사용자 겸 하청들의 근로자들에 대한 간주 사용자라는 이중의 지위를 갖게 된다. 이는 미국에서 말하는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와는 다른 개념이다. 개정법에서 원청은 원청대로 직접사용자 겸 간주 사용자가 되고, 하청은 하청대로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사용자가 되는 것이다. 하청 근로자에 대해 원청과 하청이 공동 사용자로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노란봉투법의 공포(公布)는 기업들에 대해 그야말로 공포(恐怖)가 됐다. 언론에서는 그 공포를 계속 '확대재생산'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말미암아 대기업들은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단체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혼란과 부담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식이다. 노란봉투법의 해석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공포가 현실로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그 혼란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합리적 해석의 단초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7. 3. 13. 노동조합법의 전면 개정으로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됐으나, 부칙 신설 및 거듭된 개정에 따라 13년 동안 시행이 보류됐다. 마침내 2020. 1. 1.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 규정이 효력을 갖게 됐을 때, 노사정의 타협은 국회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신설하는 법 개정으로 이어져 2011. 7. 1.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됐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2012년 합헌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해 교섭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본문). 이러한 노동조합법상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병존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 즉 복수의 노동조합이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상호 간의 반목 및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 효율성의 저하와 교섭비용의 증가,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무관리상의 어려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소속에 따라 상이한 근로조건의 적용을 받는 데서 발생하는 불합리성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하면서 제1차 합헌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제2차 합헌결정(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237등 결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 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 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이 어디든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개별 교섭 조항(제29조의2 제1항 단서), 교섭 단위 분리 조항(제29조의3 제2항), 공정대표의무 조항(제29조의4) 등은 모두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고,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제2차 합헌결정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단체협약 체결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해금 쟁의행위를 주도하도록 하는 것은 교섭 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 체계를 구축하고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이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제41조 제1항),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노동조합의 투표 과정 참여를 통해 쟁의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면서, 창구 단일화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관한 조항은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도 함께 내렸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단체교섭권뿐 아니라 단체행동권도 질서 있게 행사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3.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현행 노동조합법의 해석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규정은 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당연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다른 규정에도 적용된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본문에서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괄호 안의 내용 생략)을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교섭 요구의 상대방은 사용자이고, 사용자의 개념이 제2조에 따라 확장됐기 때문에 제29조의2 사용자 개념도 당연히 확장된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는 자신이 직접사용자가 돼서 채용한 원청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원청 사용자가 간주 사용자로 돼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강행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을 '원청 기준설' 또는 '교섭창구 단일화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존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기업 단위에서만 적용되고 초기업 단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서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들과 개별 교섭을 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 견해는 '개별 교섭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견해의 핵심은 어느 하청 기업 내에 복수노조가 존재해 하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면 그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추가적인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청 사용자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교섭설에 따라 원청이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단체교섭에 직면하게 된다는 엄청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위의 공동교섭을 선택함으로써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리적으로는 원청기준설과 개별 교섭설이 모두 성립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원청기준설을 채택해야만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만일 개별 교섭설을 취하면 원청은 수십 수백 개의 단체교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법 제30조 제3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ㆍ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2021. 1. 15.에 신설해 2021. 7. 6.부터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ㆍ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에 따라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지금까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앞으로 그 노력을 기울여서 기업ㆍ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마련하더라도 노동관계 당사자는 이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청, 원청 노조, 하청, 하청 노조 중 어느 하나의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공동교섭 등은 실행될 수 없다. 결국 개별 교섭에 따라 수십 수백 개의 단체교섭은 방치될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하나의 단체협약도 제대로 체결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그 목적으로 삼고 있는 진짜 사용자가 서명하는 단체협약은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실제로 체결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비해 원청기준설은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 취지에 부합된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 체계를 구축하고, 복수노조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목적은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보다 초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체계에서 훨씬 더 필요성이 크다. 개별 교섭 조항, 교섭 단위 분리 조항, 공정대표의무 조항 등은 모두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특히 원청 기업, 원청 노조, 하청 노조는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 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 원하청 사이의 교섭 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원하청 사이의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 분리된 교섭 단위를 통합하는 신청도 물론 가능하다. 원청기준설이 수십 수백 개 단체교섭의 난립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가장 큰 장점이다.

4.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

원청기준설을 취하면 현행 노동조합법과 그 시행령 규정을 그대로 두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혼란을 방지하고 노란봉투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몇 가지 개선할 점들이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때 노동조합의 명칭, 종사 근로자인 종업원 수 외에 간주 사용자를 상대로 한 경우에 한해 '교섭의제'를 적은 서면을 제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간주 사용자는 전면적인 근로관계에 관한 교섭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 및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 한해 교섭의무를 진다. 이에 따라 교섭의제가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간주 사용자에 대한 교섭 요구의 경우 교섭 단위는 간주 사용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시행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청 기업의 경우 직접사용자로서 교섭의무를 지는 노사관계와 간주 사용자로서 교섭의무를 지는 노사관계 사이에서 교섭 단위의 분리 또는 통합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하청 단체교섭과 관련해 '노동위원회'가 간주 사용자 해당 여부, 교섭의제가 간주 사용자의 교섭의무에 포함되는지 여부, 교섭 단위의 결정과 분리 및 통합 등에 관한 사항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노동위원회의 판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명령 절차는 정지해 두어야 나중에 큰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