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노동법률)

저출생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현상, 성별 격차, 직업 간 불평등. 한국 노동시장을 가로지르는 구조적 문제는 하나같이 풀기 어려운 숙제다. 청년층은 좁아진 일자리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중장년층은 조기퇴직과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력이 넘치고, 다른 한쪽은 일할 사람이 없다. 산업 전반에 걸친 불균형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기술 혁신이 맞물리면서 '일의 형태'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정년 연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 여러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더디다.

노동법률은 10월 22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한국 노동시장의 세대·성별·지역·직업 간 불균형의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법을 물었다. 

Q 현재 노동시장의 불균형에 대해 책을 저술하거나 강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제학자로서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경제학자인 동시에 전공 분야가 인구와 노동이다. 둘의 접점이 자연스럽게 인구 변화가 노동시장에 가져오는 충격으로 이어졌다. 그 충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불균형이다. 그 불균형이 발생하는 지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Q 한국의 노동시장은 저출생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성차별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다른 선진국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불균형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아직 가설 수준이긴 하지만 한국의 불균형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압축적인 성장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은 근대화 시기에 압축 성장을 경험한 나라다. 다른 선진국은 근대화, 경제 성장, 다산다사에서 소산소사로 넘어오는 인구변천 등을 100~150년에 걸쳐 진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 과정이 불과 30년 만에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선진국에서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저출생과 고령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가설이 하나 있다.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를 보고 형성했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출산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부모 세대는 고도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자란 자녀 세대의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현실은 저성장과 경쟁 심화로 이어졌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성차별이라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여성 차별이다. 그것 또한 한국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적인 변화를 겪다 보니 경제적 수준에 비해 전통적 성 역할 규범이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21세기적 가치관을 가진 세대와 20세기 사고방식을 지닌 세대가 공존하면서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세대 간 인식 격차도 불균형의 중요한 원인이다.

Q 한국의 노동시장 내에서 세대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청년층은 구직난을 겪고, 중장년층은 조기 퇴직 압박을 받는다. 이런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A. 제도는 고성장기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저성장과 인구 감소의 시대다. 과거의 출산율과 성장률이 높은 시기에 만들어진 노동시장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세대 간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연공제와 평생직장 같은 체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1980년대에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7.5% 정도였고, 기업은 꾸준히 신규 채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그때의 3분의 1도 안 된다. 성장률이 낮아지자 새로운 일자리는 줄어들고, 기존에 진입한 세대는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 속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청년층의 진입 공간이 좁아졌다. 노동시장이 과거의 연공서열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한 세대 간 불균형은 해소되기 어렵다.

Q 직무급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이 세대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나.

A.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지금은 나이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노동시장에 미리 진입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일자리가 안정적이지만,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그 안정에 따른 부담이 전가되면서 청년층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상황이다. 자신이 기여하고 생산한 만큼 급여를 받는 체계가 도입되면 청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분리되지 않을 것이다. 직무급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면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시스템이 지금보다 유연해진다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Q 최근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실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A. 정년 연장이 되더라도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체 고령 근로자 중 많아 봤자 30% 정도에 불과하다. 근로자 중 3분의 2 정도는 어차피 정년이 없거나 정년이 있어도 의미가 없는 일자리다. 일단 자영업에 있는 사람들은 정년과 관계가 없고, 중소기업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결국 정년 연장의 혜택을 여러 고령자에게 나눠 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년과 무관한 근로자를 위한 노동시장 정책이 따로 필요하다. 고령 친화적 일자리를 늘리고,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 그 예시다.

Q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노동시장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채용한 후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임금이 깎이거나 퇴직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고령층의 역량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나이보다 개인의 능력과 기여도를 기준으로 채용과 처우를 결정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처럼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노동법률)

Q 청년 인구 감소가 한국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A. 청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가 청년 인구 감소로 타격을 받는다. 밤새 장비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일이나 기술이 빠르게 바뀌어 따라잡아야 하는 일 등은 고령자들이 하기 힘든 일이다.

또한 청년 인구 감소는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지역이나 산업을 옮기는 데도 유연하다. 적응력도 높다. 즉 이동성과 적응력으로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게 청년층이다. 노동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이 줄면 노동시장의 이동성과 적응력이 떨어지고 불균형은 심화된다. 결국 산업 전반의 역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

Q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기술이 청년 인력 감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A.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저연차 변호사) 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그 예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전면적인 대체는 어렵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청년이 부족한 분야에 AI가 도입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인데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분야는 일할 청년들이 넘쳐나는데 AI가 도입돼 청년 실업 문제만 커질 수 있고, 어떤 분야는 일할 사람은 없는데 AI가 들어온다 해도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미스매치 때문에 기술 변화가 곧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직업별 불균형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Q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지역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A. 장기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은 과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자체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집값이 올라가고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한 비용 요인이다. 집적 경제라고 부르는 인구 과잉으로 인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동시에 비용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과밀화가 이루어져 비용이 증액되면 인구가 많아서 발생하는 비용이 편익을 넘어서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지방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서비스나 인프라가 유지되려면 인구가 적절하게 있어야 수요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 인구가 너무 많이 줄게 되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인프라가 붕괴된다. 의료, 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하다못해 마트까지도 인구수가 너무 적은 지역엔 존재할 수 없다. 인프라가 무너지면 지역 붕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이후에는 지방 재정이 악화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지방 재정이 약화되면 결국 중앙정부가 재정을 메워야 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Q 지역 격차가 단순히 경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한국은 산업의 이중구조가 뚜렷하다. 지역의 일자리가 좋아지려면 결국 첨단산업이나 대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기업들이 지방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지역에 양질의 인적 자본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 특히 고학력 인력이 지역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면 굳이 지방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다. 결국 인력이 부족하니 기업이 지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기업이 없으니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Q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단순히 임금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3명 중 1명은 어떤 근로조건이라도 지방 일자리엔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A. 어떤 사람이 어떤 곳에 가서 산다는 것은 굉장히 종합적인 요인을 따지는 일이다.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정착할 때는 임금 외에도 주거,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 삶의 질 전반을 고려한다. 그러나 지방은 지금 그런 전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 지역에 살면서 내가 애를 잘 키우고 살 수 있는지, 내가 아플 때 쓸 수 있는 의료 시설이 있는지 등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생활 여건, 인적 네트워크, 문화, 의료 인프라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노동법률)

Q 성별 간 불균형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결혼과 출산 시점에서 급격히 커진다. 결혼 전에는 남녀 임금이 비슷하게 가다가 결혼하고 출산하는 시점부터 급격히 벌어지기 때문에 전체 임금 격차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 비해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한국에서 불리한 여건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이 발생하면 이후 복귀하더라도 질 낮은 일자리에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시장이 굉장히 경직적이기 때문에 경력 단절 전 임금의 80%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경력 단절 이후에 들어가는 일자리는 연공제 일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Q 육아 휴직이나 유연근무제 확대가 오히려 가사 돌봄을 여성의 일로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A.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를 줄이려면 일하면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여성들은 일과 가정이 충돌할 때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 충돌을 완화하는 게 일과 가정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육아 휴직이나 유연근무제 확대 같은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들이 결혼하고 일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 만족하는 상황은 아니다. 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한 뒤에도 다른 직원과 똑같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여성들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가사 부담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구라고 하더라도 여성이 전체 가사노동의 4분의 3 이상을 담당한다. 아이까지 낳게 되면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첫 번째로 일의 부담 자체가 줄어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정책을 만들어도 경력 단절에서 복귀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 배분에 있어 성평등이 실현돼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이 결혼에 있어 페널티가 줄어든다. 정책적으로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최근 모 대기업이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사례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났다. 육아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고, 둘째를 낳았을 때도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쓰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변화들을 통해서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가 완화돼야만 성별 간 불균형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직업별 불균형에서는 인력난이 심한 직종과 아닌 직종이 나뉜다.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로는 돌봄·운송·외식업 등이 꼽힌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돌봄 인력 수급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돌봄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인력은 임금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첫 번째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요양보호사 같은 경우 공공 분야에서 임금이 정해져 있고 그 임금이 낮아서 젊은 세대가 진입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기술을 도입해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돌봄 로봇과 보조 웨어를 도입해 생산성과 근무 환경을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 한국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운송업과 외식업은 젊은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젊은 세대가 줄면 결국 인력난이 심화된다. 이 분야도 처우가 개선돼야 할 문제인데 공공 자금이 일부 투입돼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많은 선진국들이 그렇듯 외국 인력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개호 인력이라고 부르는데, 요양병원 등에서 15%의 인력을 외국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Q 직업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A. 교육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직업 불균형이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인력 사이의 미스매치다. 대학의 학과 구조와 커리큘럼이 경직돼 있고 노동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교육할 때 노동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교육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의 여건이 바뀔 때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다. 임금 체계 개편 등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임금 체계가 경직적이면 이동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언제든 학습과 재취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Q 향후 10년, 한국 노동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나.

A.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보이는 흐름으로 볼 때 몇 가지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는 불확실성의 확대다. 과거에는 5년, 10년 뒤의 산업 구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최근은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AI, 디지털 전환, 친환경 전환, 워라밸 중시 같은 사회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노동 수요의 방향을 계속 바꾸고 있어서 개인이 어떤 역량을 쌓아야 유리할지를 미리 판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는 노동 형태의 다양화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가 점차 약화되고, 시간제,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공존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지난 10~20년 동안 이런 흐름이 시작됐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셋째는 이동성의 확대다. 기술 변화와 수요 변동이 잦아지면서 미스매치가 더 심해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일자리로 계속 옮겨 다니게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노동시장은 '예측 불가능성과 끊임없는 이동'이 특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