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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1-12 16:15:00

    수정 : 2026-08-31 13:30:38

2025년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 및 제3조의2에 관한 해석론

2025-11-12 16:15:00



2025년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 및 제3조의2에 관한 해석론
[2025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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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서설


    우여곡절 끝에 2025. 9. 9. 노동조합법이 개정됐고, 세상의 관심은 이러한 법 개정이 '원하청 간 단체교섭'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당초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을 주된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었고, 실제로 노동조합법 제3조의 개정 및 제3조의2 신설로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해 상당히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개정 조항에 대해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론을 모색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2025년 개정법 제3조 및 제3조의2의 체계와 관련 조항의 상호 관계를 노동3권 보장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법문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석론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손해배상청구의 제한(제3조 제1항)

    2025년 개정법 제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제3조인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에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으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규정한 취지로 이해된다.

    본 조항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 단체행동 모두가 민사상 면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본 조항은 보호의 대상을 '이 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 조직(예컨대, 쟁의단)이나 개별 근로자의 단결 활동은 헌법 제33조 제1항 직접 적용에 근거해 정당화됨은 별론으로 하고, 본 조항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편, 본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제한받는 자는 '사용자'다. 따라서, 쟁의행위 등이 사용자 외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경우 제3자가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본 조항의 해석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 문제는 종래 '쟁의행위의 제3자에 대한 민사책임'이라는 문제로 논의되던 쟁점이다. 

    다만, 2025년 개정법 제2조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가 추가됐으므로, 이에 따라 사용자성이 긍정되는 자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의 경우 본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조항에 따라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행위는 '이 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이다. 여기서 '이 법에 따른'이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이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제반 규정을 준수했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며, 따라서 노동조합법의 관점에서 적법(適法)한 행위를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적법한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에는 불법행위책임의 요건인 위법성(違法性)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본 조항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러한 배상 청구의 원인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본 조항에 따른 민사 면책의 효과는 불법행위책임은 물론, 채무불이행 책임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의 내용 중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는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바목과의 관계에서 단체협약상 평화의무조항과 쟁의금지조항에 위반한 쟁의행위는 이 법에 따른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쟁의행위의 경우 노동조합이 해당 단체협약의 상대방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개별 근로자의 경우 파업으로 인해 근로관계가 정지(停止)된다고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근로관계가 정지되는 파업기간에는 근로계약의 불이행을 논리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별 근로자가 노무 제공의 불이행을 넘는 별도의 불법행위를 범한 경우 이를 이유로 해당 근로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파업 자체를 이유로 근로계약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3.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 행위(제3조 제2항)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2항으로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민법 제761조 제1항 본문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자기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제3조 제2항은 이러한 민법상 정당행위 조항을 집단적 노사관계의 국면에서 구체화한 특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조항에 대해서는 민법 제761조 제1항의 해석론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인바, 민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해석을 본 조항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위법하면 되고, 고의ㆍ과실과 책임능력 등 불법행위의 주관적 성립 요건까지 충족할 필요는 없다.

    ⑵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의미하며, 법률의 이상에 비춰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면 족하다. 방위는 권리와 법익의 침해를 사전에 억지 내지 회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 한편, 방위 의사가 주된 것이라면 동시에 침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의도가 부수적으로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허용될 여지가 있다.

    ⑶ 방위 행위는 부득이한 행위여야 하므로, 사용자의 침해행위가 급박해 국가의 구제를 구할 여유가 없고, 이러한 침해를 막기 위해 가해행위를 하는 것 이외에는 적당한 방법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쉽게 피할 수 있거나 제3자의 도움이나 국가기관에 대한 구제 요구로 침해를 방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부득이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⑷ 정당방위는 방위해야 할 법익과 상대방에게 주어진 손해(상대방의 피침해법익) 사이에 사회 관념상 합리적인 균형 내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하며, 방위 행위는 방위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도여야 한다.

    4. 개별 근로자의 책임 비율 산정(제3조 제3항)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과 개별 근로자가 동시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고, 따라서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르면 개별 근로자는 관련 손해 전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했다. 다만,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청구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소위 '개별 평가설'에 따라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을 긍정했다.

    2025년 개정법은 위 판례 법리를 수용해 제3조 제3항에서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해 ①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1호), ②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2호), ③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3호), ④임금 수준과 손해배상청구 금액(4호), ⑤손해의 원인과 성격(5호), ⑥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6호)에 따라 책임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했다.

    5. 배상액 감면 청구(제3조 제4항)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4항에 "제3조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배상 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따라서 본 조항은 민법 제765조의 배상액의 경감 청구권을 집단적 노사관계의 국면에서 구체화한 특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민법 제765조 제1항은 "본장의 규정에 의한 배상 의무자는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배상으로 인하여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에는 법원에 그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은 전항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 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가해자의 과책의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의 내용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지만, 민법 제765조에서는 예외적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배상 의무자의 경감 청구를 배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는 사안은 대부분 노동조합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민법 제765조에 근거한 배상액의 경감 청구권이 적용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민법 제765조와 달리 2025년 개정법 제3조 제4항은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 측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위 조항에 따라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민법 제765조 제1항은 '본장의 규정에 의한 배상 의무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에 위 조항을 채무불이행에 관해 준용하는 규정은 없으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해서는 배상액의 경감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반면,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4항에 "제3조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전술한 바와 같이 2025년 개정법 제3조 제3항은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등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개별 평가설을 취한 판례 법리를 성문화한 조항이라는 점에서 동법 제3조 제4항도 불법행위책임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입법 의사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해 개정법은 제3조 제4항에 따른 배상액 감면 청구권이 긍정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4항에 "제3조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라는 규정과 관련해 전술한 바와 같이 동법 제3조 제3항은 개별 근로자의 책임 비율 산정에 관한 조항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의 책임 비율 산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법 제3조 제3항은 노동조합 자체의 손해배상책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제3조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이라는 문구는 다소 부정확한 입법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동법 제3조 제3항이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공동불법행위자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근로자의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3조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라는 문구는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본 조항이 명시적으로 노동조합을 배상액 감면 청구권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고, 나아가 감면에 관한 고려 사유 중 '존립 유지'라는 사유는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염두에 둔 사유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노동조합도 본 조항에 따른 배상액 감면 청구권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765조 제2항은 "법원은 전항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 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문상 민법 제765조에 따른 배상액의 경감 청구가 있을 경우 얼마를 감액할 것인지는 법원의 재량에 의해 판단될 사항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2025년 개정법 제3조 제4항 제2문은 "이때 법원은 배상 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 조항에 따른 배상액 감면 청구의 경우에도 감면 여부 및 정도에 관한 판단에 법원의 재량이 인정될 수 있는지 해석상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법문 자체가 '감면 여부 및 정도'에 관한 법원의 판단 여지를 전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본 조항에 따른 배상액 감면에 대한 판단에 관해서도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이 긍정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만, 민법 제765조 제2항이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 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고려 사유로 규정한 것과 달리, 본 조항에서는 배상 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본 조항에 따른 배상액의 감면에 관한 판단을 할 때는 사용자(채권자)의 경제 상태에 대한 고려보다는 채무자(노동조합과 근로자) 측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에 더 무게를 두고 재량권을 행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본 조항에서 고려 사유로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법 제765조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배상액의 경감 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한 것은 주관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배상 의무자에게는 형평상 감액 청구를 부인한다는 취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이 노동조합 측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고려 사유로 참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에 민법 제765조는 명확하게 경감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배상 의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고 해석되나, 본 조항은 명시적으로 배상액의 감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배상액을 면제하는 것도 당연히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6. 신원보증인의 책임 제한(제3조 제5항)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5항으로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신설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제한했다. 

    신원보증계약이란 피용자(被傭者)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용자(使用者)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신원보증법 제1조). 따라서 신원보증은 피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한 고용 계약상의 손해배상 채무를 사용자에 대해 보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원보증도 부종성(不從性)이 인정되므로 근로자 본인이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도 당연히 부정되고, 2025년 개정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 본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될 경우에는 본 조항의 적용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조항은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제3조 제1항에 따라 면제되지 않을 경우에도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은 부정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다.

    7. 남용적 목적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제한 (제3조 제6항)

    2025년 개정법은 제3조 제6항으로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동조 제2항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것과 비교할 때, 본 조항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러한 점에서 본 조항은 논리적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제3조 제1항에 따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경우에는 본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본 조항은 제3조 제1항과는 달리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상대방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를 ①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②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이 인정될 경우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고,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이 인정될 경우에는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문에 부합할 것이다. 물론, 이들 두 가지 목적이 모두 인정될 경우 노동조합과 조합원 양자 모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될 것이다.

    본 조항의 법률효과와 관련해 본 조항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바, 본 조항이 실체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남용을 금지하는 취지인지, 아니면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소권(訴權)의 남용을 금지하는 취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전자의 취지라면 법원은 일반적으로 청구기각의 본안판결을 하고, 후자의 경우라면 소각하의 형식 판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별의 실익이 있다. 생각건대 위 ①과 ②의 사유는 모두 사용자에 의한 헌법상 노동3권의 침해이고 부당노동행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큰 행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조항은 이러한 위법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대해서 법원이 조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본 조항에 위반하는 소가 제기될 경우 소각하의 판결을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보다 타당하다. 다만, 사용자가 소송 외의 방식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본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에게 본 조항에 근거해 손해배상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일종의 항변권이 발생한다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8. 책임의 면제(제3조의2)

    2025년 개정법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경우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해석을 고려해 제3조의2에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등의 면제가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해석에 동의가 되지는 않지만 설령 그러한 행위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본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등의 면제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 조항은 그 수범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인 사업주의 경우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하는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자는 해당 법인 사업주의 대표자에 해당하므로 실제로 본 조항의 적용이 문제되는 자는 대표권 내지 포괄적 대리권이 있는 법인 사업주의 '사업의 경영담당자'가 될 것이다. 개인 사업주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의 면제로 인해 배임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를 상상하기 어렵고, 법인 사업주의 경우 법인은 범죄능력이 부정되며,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는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배임죄의 성립 문제 외에 채권자취소권이나 부인권(否認權)과의 관계에서 사용자의 채권자가 사용자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 면제 행위를 취소하거나 부인할 수 있는지도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조항의 취지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 면제 행위에 대한 법적 제한을 제거함에 있음을 고려할 때, 채권자 취소권이나 부인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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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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