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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1-13 17:18:46

    수정 : 2025-11-13 17:24:34

구직급여 ‘1조 시대’…복지 남용이냐, 노동시장 불안정이냐

2025-11-13 17:18:46



모성보호급여 증가도 원인으로 지목…수급자 줄어도 지출액 늘었다
[2025년 12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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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이 실업급여 신청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직급여 지급액이 9개월 연속 1조 원을 넘겨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지급 인원과 신청자는 줄었는데 총지출은 늘어나고 있어 이를 두고 제도 남용 때문인지, 노동시장 불안정의 결과인지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7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만5000명(16.2%) 감소했다. 지급자는 57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2000명(2.0%) 줄었지만 지급액은 1조492억 원으로 486억 원(4.9%) 증가했다.
     
    구직급여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월 1조 원을 상회했다. 이는 2019년 제도 개편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올해 누적 지급액은 10조6795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지급 총액(약 11조 원)에 근접했다.
     
    "복지 남용, 재정 악화 우려"…제도 설계 허점 지적
     
    일각에서는 구직급여 지출 증가를 근로 의욕 저하와 제도 남용의 결과로 보고 "고용보험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구직급여 계정은 이미 존속이 위험한 상태다. 경제위기가 갑자기 올 경우 8개월 안에 구직급여 계정이 완전 고갈될 수 있다는 감사원의 경고도 나왔다. 감사원은 12일 "구직급여 계정의 실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4조2000억 원 적자인데,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포함해도 경제위기가 갑자기 도래할 경우 8개월 후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며 "재정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용보험료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부정수급과 반복수급 또한 구직급여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8월 기준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30억 원, 환수율은 66% 수준이다. 반복수급 건수는 전년 대비 7%가량 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9월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구직급여에 의존하는 반복 수급자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 조치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지속가능한 고용보험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복수급자에 대한 급여를 감액하는 등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재정학회가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로 수행한 '실업급여제도의 고용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실업급여 수급 종료 후 취업 소요 기간, 실업 기간 등을 모두 늘렸기 때문에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와 노동시장에의 재진입 지연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 질이 문제"…불안정 고용의 결과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를 단순한 제도 남용으로 보기보다 '일자리 질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는 45세 이하 근로자의 근속년수는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입과 재취업자의 고용안정성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4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는 "2024년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대비 둔화되고 있으며, 비정규직과 단기ㆍ임시 일자리 비중이 높아져 고용의 질적 회복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일부 국내 연구들은 노동시장 이원화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등은 근로자의 장기근속, 안정적 임금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단기 실업, 재취업 반복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구직급여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일자리 수가 적어 구직급여 수급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25년 10월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는 0.42로 역대 10월 기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신규 구인 건수를 크게 줄인 반면, 구직인원은 감소폭이 작았기 때문이다. 구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구직급여 재정 악화는 실업자가 아닌 모성보호급여 때문
     
    구직급여 수급자 수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지출이 늘어난 원인을 모성보호급여의 증가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모성보호급여가 구직급여 재정에서 빠져나가 이러한 지출이 구직급여 재정에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구직급여 재정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정수급이 급격히 늘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가입자와 수급자 숫자가 함께 늘어나는 것은 고용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진 것과 노동시장 불안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특히 "최근 1년간 구직급여 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모성보호급여의 증가"라며 "육아휴직급여가 구직급여 재정 항목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전체 재정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모성보호급여는 본래 일반 조세로 지원돼야 할 부분인데, 현재는 구직급여 계정에 포함돼 있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며 "일반조세로 전환하거나 별도 계정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자리의 질 저하 또한 구직급여에 압박을 주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남 교수는 "비정규직,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실업급여 수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 교수는 "우리나라 실업급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라며 "보험료율 인상 등 재정 확충 논의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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