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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박의근 코리아노무법인 공인노무사

Ⅰ. 서론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 체계에서 상호 구별되는 개념과 기능을 갖는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양 임금이 산술적으로 '역전'되는 경우, 통상임금을 기계적으로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해 상당한 논란이 축적돼 왔다. 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게 된 것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579, 2023. 2. 22.)이고,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서 그 논란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이에 대해서는 지난번의 기고글을 참조).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하급심 판결(대구지법 제 3민사부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고, 이 판결은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임금을 충실히 반영하는 경우 통상임금이 단지 금액상 크다는 이유만으로 평균임금에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판결은 제도사적 연혁, 근로기준법 및 퇴직급여법의 체계, 평균임금의 보호 기능 등을 종합적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하에서는 판결 내용을 우선 소개한 후 판결의 타당성 여부를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기능적 관점, 퇴직금 산정 시 통상임금이 대체하는 구조의 관점, 제도사적 관점이라는 순서로 재구성해 고찰해 본 후 향후 퇴직연금제도(DBㆍDC)의 적용에 대한 시사점의 순서로 다루어보기로 한다.
 
Ⅱ. 판결 내용
 
1. 판결 요지
 
재판부는 우선, 근로자의 최근 3개월 평균임금이 월 통상임금 및 실제 수령 임금과 실질적으로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사실 인정의 전제로 삼았다.
 
그 후 평균임금이 생활임금을 왜곡 없이 반영하고 있음에도, 단순 산술 비교 결과 통상임금이 일정 부분 높게 산출된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을 우선 적용하는 것은 퇴직금 제도의 취지 및 법체계에 반한다고 봤다. 법원은 평균임금이 비정상적 사유로 과도하게 낮게 산정되는 경우에만 통상임금이 예외적으로 대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2. 재판부의 판단 근거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최대한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① 퇴직금 제도가 제정될 당시에는 법정 근로시간이 48시간이었으나 점진적으로 단축돼 2004. 7. 1부터는 주 40시간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과 아울러 과거 급여 항목에서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상여금과 정기ㆍ일률적 수당들이 다수 통상임금으로 다수 인정받게 돼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범위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은 거의 일치한다.
 
② 통상임금 산정의 요소인 월 소정 근로시간 209시간을 도출하는 계산 방식은 주 40시간제 하에서 토요일을 무급 휴일로 하고 일요일을 유급으로 해 월 소정 근로일수가 26.125일(209/8)이 된다. 그런데 통상임금으로 평균임금을 대체해 퇴직금을 산정하는 경우 '일급 통상임금×30일'의 공식을 적용해 퇴직금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일급 통상임금을 구함에 있어서는 월 통상 급여에 26.12일을 나누고,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30일을 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통상임금을 기초로 한 퇴직금 계산이 평균임금에 기초한 퇴직금 산정 과정과 비교할 때 과다 계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③ 통상임금은 근로자에 대해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서 주로 근로자의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작용하며, 근로자가 소정 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으로서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의 제공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산정이 가능하여야 한다.
 
반면 평균임금은 법정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기초로 해 산정되므로 개별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 실적 등에 따라 증감, 변동하는 것이고, 결국 과거의 근로시간 및 근무 실적 등을 토대로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이다. 평균임금을 그 산정의 기초로 하는 퇴직금 제도는 직급, 호봉 등에 따른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임금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퇴직금 산정에 있어서 언제나 단순히 산술적인 금액 차이를 가지고 상시 평균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이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적으로 반영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퇴직금, 평균임금, 통상임금 등에 관한 법령의 취지에 부합한다.
 
④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수습 사용 중의 기간,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인해 휴업한 기간 등 주로 근로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 해당 사유가 있는 기간 및 그 기간에 지급된 임금을 평균임금 산정에서 각각 제외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귀책 사유 없이 실제로 지급되는 임금이 낮아져 평균임금이 근로자에게 부당히 낮은 금액으로 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근로자의 귀책 사유로 평균임금이 낮아지게 된 기간은 위 시행령 제2조 소정의 어느 기간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기간의 일수와 그 기간에 지급된 임금액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6호에 따른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서 제외될 수 없고, 만일 그 기간과 임금을 포함함으로 인해 평균임금 액수가 낮아져 평균임금이 통상임금을 하회하게 될 때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해 퇴직금을 계산해야 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야 비로소 통상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계산하는 것이 전체적인 법령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
 
⑤ 앞으로 통상임금의 범위는 계속 확대돼 다수의 사업장에서 일급 통상임금이 일급 평균임금을 초과하는 것이 현실화될 것임이 명백하다. 현재 많은 사업장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DC형에서 사용자가 납입하는 부담금은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평균임금의 범주에 속한다. 만약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면, 이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해당 사업장의 일급 통상임금에 30일을 곱한 금액이 현재의 부담금을 초과하는지를 따져서 추가로 정산납부 하거나 기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추가 정산을 해야 한다. 여러 금융상품이 복잡하게 운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회적으로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달리 DC형 부담금의 통상임금성을 고려하지 않고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DC형을 설정한 사업장을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업장과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