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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1-26 16:59:35

    수정 : 2025-11-26 17:06:30

고정성 폐기한 통상임금 판결로 ‘주휴수당 소송 급증’한 까닭은

2025-11-26 16:59:35



노동법률, ‘머리 아픈 임금 이슈에 확실한 처방전’ 웨비나 개최
[2025년 12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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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터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다. (사진=뉴시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확대되는 등 임금과 관련된 판례 변화가 잇따르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같은 수당이라도 통상임금성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포괄임금제와 고정OT의 유효성도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급변하는 임금 이슈를 놓치면 대규모 소급 청구 위험이 커지는 만큼 최신 판례를 정리한 '임금 이슈 처방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법률은 지난 25일 '머리 아픈 임금 이슈에 확실한 처방전' 웨비나를 개최했다. 웨비나는 오용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맡아 진행했다. 오 변호사는 이날 웨비나에서 임금 판례 변화에 따른 실무 처방전을 제시했다.
     
    경영평과 성과급ㆍ복지포인트…'임금성' 인정될까
     
    근로기준법상 임금 채권을 보호받으려면 먼저 사용자가 지급한 금품이 '임금'으로 인정돼야 한다. 임금으로 인정되려면 근로의 대가로 지급돼야 하며, 근로의 대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지급과 근로제공 사이에 직접적이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즉, 지급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호의로 지급된 금품은 임금이 아니라 실비변상적 급여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해외 주재원이 받는 추가수당은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오 변호사는 "해외 주재원이 국내 근로자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경우, 이는 실비변상적 급여거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따른 급여로 보는 판례가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주재원의 추가수당도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돼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판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포인트의 경우 대부분의 사례에서 임금성이 부정돼 실비변상적인 급여로 보고 있다. 다만 복지포인트 중 일부 사례는 임금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오 변호사는 "스타트업의 경우 복지포인트 운영이 번거로워 연초에 현금 100~200만 원을 정액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복지포인트'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해서 임금이 아니라고 보면 안 된다"며 "명칭에 관계없이 현금 지급이며 정기성과 계속성이 있으면 임금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은 과거 기관 전체 성과와 외부환경 영향이 커 개별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성이 부정됐다. 하지만 2018년 한국감정원 사건을 기점으로 임금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오 변호사는 "성과급이 과거에는 정기상여금처럼 평균임금에 포함되다가 정부 정책 변화로 성과급 구조로 전환됐지만, 지급 방식의 역사적 경위와 계속성ㆍ정기성이 인정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기관이 평균임금에 포함하고 있고 소송에서도 방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러한 판례 변화가 사기업 경영성과급 소송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대해상, 한국유리공업 사건 등에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이 등장한 이유를 "단체협약에 영업이익 기준과 지급률이 투명하게 정해져 있어 사용자가 지급을 거부하기 어렵고, 사실상 정기적ㆍ확정적 지급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급제 사업장, '주휴수당 소송' 급증
     
    오 변호사는 시급제ㆍ일급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주휴수당 산정 오류를 둘러싼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통상임금 판결에서 소급효를 제한했기 때문에 통상임금 대신 주휴수당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먼저 시급제ㆍ일급제 근로자의 임금 구성 방식을 짚었다. 오 변호사는 "시급제 근로자가 한 달 동안 248시간을 일했다면 기본급은 '시급×248시간'으로 산정된다"며 "여기에 매월 정액으로 지급되는 직급수당, 복지 관련 정액 수당 등이 더해져 월 급여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월정액 수당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오 변호사는 최근 판례 흐름을 근거로 "월 단위로 정해진 금액을 근속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정액 수당이라면 통상임금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판례는 월 단위 정액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이를 기초로 산정된 통상시급 또한 다시 계산돼야 한다"며 "정정된 통상시급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주휴수당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지급된 주휴수당을 두 번 달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산정된 통상시급 기준의 차액분'을 청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재정립하면서 기업의 재정부담을 고려해 소급효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 변호사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전체를 문제 삼기 어려워지자, 그 중 청구 가능한 다른 영역을 찾게 됐고 그 결과 주휴수당이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사업장에서 주휴수당 관련 소송이 쏟아지고 노동청 진정도 크게 늘고 있다. 이제는 주휴수당 자체가 독립된 임금 분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변호사는 "시급제ㆍ일급제 사업장에서는 월정액 수당의 성격을 다시 점검하고, 통상시급 재산정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주휴수당 문제는 작은 항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적 금액이 크게 불어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괄임금제ㆍ고정OT, 판례 흔들리는 불안정 지대
     
    포괄임금제와 고정OT를 둘러싼 해석과 분쟁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실무에서는 정액수당형 포괄임금제와 고정OT가 뒤섞여 사용되는 사례가 많지만, 정부와 노동계가 사용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라는 표현조차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변호사는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150만 원의 고정OT로 실제 가능한 30시간 이상을 커버하는 등 과도한 연장근로를 덮는 사례들이다. 정부는 부족분을 추가 지급하도록 지도하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며 "반면 노동계가 말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는 고정OT와 정액수당형 포괄임금 자체를 모두 없애고 해당 금액을 전부 기본급으로 돌리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려면 근로시간 산정이 사실상 어려워야 하지만,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대부분 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효 인정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사무직 근로자는 근무시간 중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더라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있어 출근부터 퇴근까지 대부분이 근로시간으로 평가된다"며 "따라서 사무직에 포괄임금제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고정OT는 포괄임금제와 구조가 다른 만큼 비교적 넓게 인정돼 왔다. 기본급과 별도로 월 150만 원 상당의 연장근로수당을 고정적으로 지급하고, 실제 연장근로가 발생하면 그 이상을 지급하는 구조라면 유효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고정OT가 실제 연장근로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기본급 삭감이나 통상임금 축소를 위한 편법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크게 달라진다. 오 변호사는 "고정OT 20시간분을 지급하면서 실제 연장근로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며 "이 경우 고정OT는 연장근로 보상 성격이 아니라 사실상 기본급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판례도 일관되지 않다. 삼성SDI 사례에서는 항소심이 고정OT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어 "연장근로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근 다른 계열사에서는 하급심이 고정OT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는 등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오 변호사는 "고정OT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통상시급이 상승할 뿐 아니라 과거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가 돼 소급 청구가 발생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3년 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에는 편법적 형태의 고정OT도 적지 않다.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던 회사가 문제 소지를 인지한 뒤 기존 기본급 500만 원을 350만 원으로 낮추고 150만 원을 고정OT 항목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는 동일한 금액을 받지만 계약 구조만 바뀌는 형태다.
     
    오 변호사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고 반대급부도 없으며 설명도 부족한 경우 유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정 부서의 특성을 이유로 고정OT 외에 시간당 교통비 등 '사실상 추가 근로 보상' 성격을 띤 수당을 별도로 만들거나, 관행적 연장근로를 반영한 새로운 수당 체계를 설계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오 변호사는 "고정OT 관련 소송은 지금은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집중돼 있지만, 고정OT 약정의 유효성 자체가 정면으로 다퉈지는 사건이 본격화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고정OT의 성격과 산정 기준을 명확히 두지 않으면 어떤 형태든 분쟁 위험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금 통상ㆍ평균임금 논란, '평균임금'으로 정리돼
     
    최근 하급심에서는 통상임금이 항상 평균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에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로자 측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제2조 2항은 평균임금이 특별한 사유로 현저히 낮을 때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도록 만든 조항"이라며 "단순히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계산상의 차이만으로 통상임금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퇴직금과 DB형 퇴직연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DC형 퇴직연금은 '임금 총액'이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법적 근거 없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1심에서 근로자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혀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 판단은 남아 있어 유사 사건에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법원은 단체협약과 법률 기준을 혼합해 유리한 조건만 선택하는 '체리 피킹'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오 변호사는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산입 범위와 기준 시간 수를 단협과 법률에서 임의로 섞어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법률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단협은 단협 기준으로 각각 적용돼야 하며, 이를 섞어 취사선택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리는 과거부터 확립된 판례로, 이번 해에도 재확인됐다. 오 변호사는 "기업은 산정 범위와 기준 시간을 정확히 구분하고, 법과 단협 기준을 혼용해 임의로 금액을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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