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정부에서는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해 근로감독관의 대규모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30일 고용노동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보호, 임금체불 등으로부터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해 근로감독관 증원을 추진 중이다. 2026년까지 근로감독관 1300명을 증원하기로 하고, 추가 증원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감독행정 전문성 제고와 수사·조사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0월 1일 근로감독 정책단을 신설하는 한편, 근로감독관 교육 강화, 수사기법 등 연수 확대, 채용·경력 관리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감독관의 증원은 대선 당시 공약부터 현 정부의 국정과제까지 지속적으로 제시된 노동행정 개혁의 핵심 사항이다. 근로감독관 관련 공약 사항에서는 인력 확충 이외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근로감독 활동을 병행하는 효과적인 협력 모델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 근로감독제도 전반에 관한 적극적인 개편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체불임금의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서고 1만 명당 산재 사망률은 0.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불명예를 이어 나가고 있는 노동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로감독관 수 권고(1만 명당 1명)나 다른 국가의 근로감독 인원과의 비교를 통해 현재 3000명을 약간 상회하는 근로감독 인원이 부족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근로감독관의 대대적인 충원이 이루어졌지만 임금체불과 산재 발생 등이 오히려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근로감독관 인원 충원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 물론 단순히 근로감독 인원을 충원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선발과 교육, 그리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노동 감독과 분쟁 해결 모두를 '행정적 절차'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들보다 행정적 인원 충원의 필요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산업안전 중심의 근로감독관 체계가 구축돼 있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법정수당 미지급을 포함한 임금체불까지 근로감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제도에서는 근로감독관이 갖는 의미가 다른 국가들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이러한 근로감독관의 증원이 노동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유발하기까지는 '보다 세부적이고 체계 정합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근로감독관이 단순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근로감독 업무는 법률 해석과 수사권 행사까지 포함된 고난이도의 전문 직렬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교육기관과 교육 단계의 체계화, 그리고 현장 실무 적응 기간까지를 고려한 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근로감독 및 노동행정에서의 물적 인프라 확충을 통해 충원되는 인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는 물론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감독행정 전문성 제고와 역량 강화'를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의 권한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와 병행하겠다는 국정과제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같이 하는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행정 관행상 근로감독은 국가사무로 처리돼 왔다. 이는 중앙국가기관의 직접적이고 배타적인 통제하에서 근로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ILO 제81호 협약의 취지와 부합하며, 관련 법 제도와 행정 체계가 이러한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특히 근로감독관의 단순 증원이 아닌 교육과 실무 과정 속에서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 중심의 교육 및 전문성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근로감독 인원 중심으로 증원이 이루어진다면 근로감독 행정의 교육 양성 시스템 구축 단계부터 어려움에 빠질 수가 있다. 

한편 이번 근로감독관의 증원 논의에서는 또 다른 노동자의 권리 구제 기관인 노동위원회 조사관의 증원은 같이 논의되지 않았다.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조사관은 고용노동부의 인사 발령에 의해 서로 교차 배치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5년 동안 접수 사건이 40% 이상 증가한 노동위원회의 조사관이 근로감독관 증원 논의와 연계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조사관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노동정책 중 노동조합법 제2조의 사용자성 판단,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등 적용 제외 폐지나 근로자 추정 제도 등은 향후 노동위원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 예상되는바, 현재 근로감독관 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노동위원회 조사관 충원은 '넓은 의미에서' 근로감독관 증원 논의의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근로감독관의 증원은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원을 통한 근로감독 및 노동행정 시스템 전반을 재구축하는 데 있다. 국정과제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증원', '지방자치단체가 근로감독 활동을 병행'과 같은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감독제도와 고용노동 행정의 인적 체계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체계적인 로드맵이 구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