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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2-03 13:58:25

    수정 : 2025-12-03 14:05:35

이주 노동자 100만 시대…여전히 열악한 처우 바뀌려면

2025-12-03 13:58:25



“이동권 제한ㆍ송출 민간 위탁이 이주 노동자 노동 현장 열악하게 만들어”
[2026년 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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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계절노동 전면개선 대책회의 등 전국 이주노동인권 시민사회단체가 계절근로제도 민간 전문기관 지정 시행규칙 삭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 노동자 수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주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잇단 감독에도 구조적 착취가 이어지는 원인은 이주 노동자를 사업주에게 묶어두는 한국의 이주 노동자 정책 틀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는 지난해 5월 기준 101만 명으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이주 노동자는 저출생 고령화에 돌입한 한국 사회에서 이제 없어선 안 될 사회 구성원이 됐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해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11월 19일 발표한 '외국인 고용 취약사업장 근로감독' 결과에서도 이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정부는 두 차례 점검을 통해 182개 사업장에서 846건의 법 위반을 적발했으며, 임금체불 규모만 약 17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폭행ㆍ차별ㆍ장시간 노동 등 기본적 권리 침해가 광범위하게 확인되기도 했다.
     
    "대기업도 임금갈취ㆍ인권침해…중소기업은 어떻겠나"
     
    지난 11월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삼성중공업이 이주 노동자의 임금 차별과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삼성중공업이 직접고용한 E-7-3 비자 이주 노동자에게 ▲고정OT 수당(월 40시간)을 임금 구성요소에 끼워 넣어 법적 기준임금에 미달해 지급 ▲내국인과 달리 월 18만 원의 식비 공제를 부과해 실질 임금 삭감 ▲이주 노동자에게만 '옐로ㆍ레드카드' 징벌 제도 시행 ▲연장근로 40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특근 배제ㆍ압박 면담 등 사실상 강제노동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에서조차 임금갈취, 인권 침해가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이런데 중소ㆍ영세 사업장은 훨씬 더 열악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장은 이러한 관행에 대해 "사업장 내 권력관계가 절대적이다. 이주 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막혀 있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의 이러한 인권 침해가 업종ㆍ비자 유형을 불문하고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특히 주거 환경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고용허가제 비자로 들어온 이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비주거용 임시 가건물에서 산다"며 "여름엔 폭염, 겨울엔 냉기에 그대로 노출되고, 화재나 침수 위험은 일상적이다. 숙소가 곧 노동통제의 수단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 활동가는 "비자 타입에 상관없이 사업주에 극단적으로 종속시켜 놓는 것이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들의 한 70%가 3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서 일을 하게 하다 보니 그 사업장들이 이제 다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은 사업장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현장의 안전 문제를 강조했다. 손 소장은 "한국의 이주 노동자는 내국인보다 산업재해 사망률이 3배 이상 높다"며 "사업주가 '어차피 금방 나갈 노동자'라고 생각해 안전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다. 결국 사고, 사망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업장 종속 구조 깨야"…송출 업무 공공화도 병행해야
     
    이주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이동권 제한 문제다. 고용허가제(E-9)와 일부 숙련ㆍ비숙련 비자(E-7 등)는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원할 경우 이주 노동자에게 높은 입증 책임을 지운다. 폭행을 당하거나 임금이 체불돼도 노동자 스스로 명백한 증거를 모아야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동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사무장은 "E-9 비자는 사업주 동의가 있으면 3번까지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지만 E-7-3 비자는 폐업, 휴업, 임금체불, 계약만료 외에는 사실상 사업장 이동이 불가하다"며 "이동권 제한이 많은 폐해를 낳고 있는 만큼 E-7-3 비자 등에도 실질적으로 사업장 이동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이주 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욕설을 하거나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는 협박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E-9, E-7-3, 계절근로, 선원취업까지 모두 동일하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 문제는 20년 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1번 개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동권 문제는 송출ㆍ입국 단계의 민간 의존과 결합하면서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한다. 정 활동가는 "일부 비자(E-7 등)는 송출을 민간이 맡아 거액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노동자가 입국 단계에서 이미 수백 만 원, 천 만 원의 빚을 지고 들어오면 어떤 상황에서도 사업장을 떠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정 활동가는 "E-9처럼 국가가 송출을 담당하면 그나마 통제가 가능한데, 민간이 개입하는 제도는 착취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송출 단계부터 공적 기관이 책임져야 이후의 모든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구조적 관점에서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손 소장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기본적으로 단기 순환 노동력 공급 시스템"이라며 "노동자가 장기체류나 정주를 전제로 제도 안에 편입되지 않는 한 사업주가 노동조건 개선에 투자할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손 소장은 이어 "감독ㆍ처벌만으로는 절대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며 "사업장 이동권, 주거권, 안전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송출ㆍ관리ㆍ감독 체계를 지금보다 통일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만 유독 단기순환 정책…이민정책 논의해야"
     
    한국의 이주 노동자 제도가 해외와 본질적으로 다른 지점은 '체류 전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 노동자의 장기 체류를 전제로 설계된 해외의 제도와 달리 한국은 단기 순환만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손 소장은 "미국과 유럽은 기본적으로 이민 정책 기반이어서 노동자에게 장기체류나 영주권 가능성을 열어 둔다"며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젊을 때 노동력만 쓰고 돌려보내는' 단기 순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현재 구조에서는 숙련 축적도, 안전 투자도, 정주에 기반한 사회적 통합도 불가능"이라며 "장기 체류를 포함한 근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활동가도 같은 점을 짚었다. 정 활동가는 "한국 사회는 인구 절벽 때문에 노동력 유입이 필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주 노동자를 산업의 구성원이 아니라 '임시 노동력'으로만 취급한다"며 "이제는 정주를 포함한 장기적 설계 없이는 산업도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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