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
 
고속도로 안전순찰 업무를 한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한 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이미 퇴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11일 한국도로공사 외주업체 소속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21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공사는 공사 소속 현장직 안전순찰원이 하던 고속도로 안전순찰 업무를 2007년 외주화했다. 외주업체 소속으로 안전순찰 업무를 한 A 씨 등은 공사가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공사를 상대로 취업규칙 등에 따른 기본급, 복리후생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퇴직금 등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 근로자 측에 손 "손해배상책임 있다"
 
대법원은 공사가 A 씨 등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공사는 외주업체에 안전순찰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차량, 사무실, 사무실 비품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외주업체는 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A 씨 등은 공사의 복무방침을 준수해야 했고, 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땐 외주업체를 퇴사해야 했다.
 
이번 사건에선 외주업체에서 퇴사해 고용관계가 이미 단절된 근로자에 대해서도 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존재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퇴사로 고용이 단절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고용단절 근로자들은 외주업체로부터 퇴사하기 전에 이미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공사에게 고용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는데도 공사가 이를 거부했던 것"이라며 "고용단절 근로자들의 퇴사 이후의 기간은 공사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근로제공을 못한 기간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사는 이 기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쟁점이 된 퇴사자(고용단절 근로자)들로 인해 외주업체는 대체 근로자를 채용했고, 그 결과 공사는 대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이러한 경우 '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원심은 "공사는 대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돼 그 손해가 확대됐기 때문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공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지 않는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사가 대체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 것은 고용단절 근로자들이 퇴사한 자리를 적법한 방법으로 충원하지 않고 계속해서 파견법을 위반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대체 근로자에 대해 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이 공사가 고용단절 근로자들에 대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사유로 책임을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공사가 부담할 손해배상금에서 외주업체로부터 받은 법정수당 상당액을 공제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심은 "A 씨 등이 공사에 대해 기준임금과 복리후생비 상당의 손해배상만을 청구하고 법정수당 상당의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선 A 씨 등의 청구 금액에서 외주업체로부터 받은 법정수당을 공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 등이 공사를 상대로 기준임금과 복리후생비 상당의 손해배상만을 청구한 기간에 대해서도 외주업체로부터 받은 법정수당이 있다면 이를 공제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 씨 등이 기준임금과 복리후생비 상당의 손해배상만을 일부 청구하는 기간에 대해서 외주업체가 지급한 법정수당 상당액을 이익으로 공제할 때, 같은 기간에 공사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법정수당 상당액까지 더한 A 씨 등의 전체 손해를 기준으로 손익공제를 한 결과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엔 그 잔액을 인용하고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할 경우엔 청구의 전액을 인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통상적인 의사에 부합하고 공평의 관념에 비춰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