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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2-23 17:05:23

    수정 : 2025-12-23 17:15:41

노란봉투법, 시행령이 혼란 더 키운다…‘창구 단일화 원칙’에 지적 잇따라

2025-12-23 17:05:23



‘실무 절차 빠진 시행령’ 비판도…“내년 3월부터 교섭 불가능할 것”
[2026년 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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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노동포럼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 의견 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보완입법 차원에서 시행령을 발표했지만,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행령이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현장에 새로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모습 드러낸 시행령…원하청 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

    앞서 지난 11월 24일 고용노동부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행령을 발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교섭은 원칙적으로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다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자율적인 공동교섭이나 직접 교섭 방식에 합의할 경우, 고용노동부는 그 합의를 최대한 존중해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제도를 적용하되,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통해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법 개정 취지에 따라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행령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통합할 때 고려해야 할 구체적 기준을 새롭게 명시했다. 신설된 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은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계약형태ㆍ고용형태 ▲노동조합 조직 범위 ▲기존 교섭 관행 ▲이해관계 공통성 및 이익대표 적절성 ▲노조 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행 법령이 교섭단위 분리 기준으로 근로조건 차이, 고용 형태, 교섭 관행 등 세 가지만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시행령은 분리 기준을 대폭 확대해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기준에 따라 ①개별 하청 단위 분리, ②유사 직무 하청 분리, ③전체 하청 노조 단일 교섭단위 구성 등 다양한 교섭단위 설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직무가 유사한 하청 노조 간 공동교섭, 같은 상급단체 소속 노조 간 교섭, 하청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교섭단위를 구성해 원청과 교섭하는 방식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분리된 단위별로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를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소수 노조가 배제되지 않도록 공동교섭단 구성, 위임이나 연합 방식 등 다양한 연대 모델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동위원회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할 경우, 원청은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원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 대상이 되거나 부당노동행위로 사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교섭요구 사실 공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청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시행령은 사용자성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한해 노동위원회의 시정 결정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최대 20일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또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성 판단에 필요한 경우 당사자 제출 자료 외에도 직권조사를 통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계선 '교섭창구 단일화'를 쟁점으로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적용 범위와 절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질적 사용자 개념을 도입한 노란봉투법 취지와 달리, 시행령 설계가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 의견 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에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후단 신설의 취지는 사용자 개념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기존에 해석상 혼재돼 있던 계약상 사용자와 실질 지배적 사용자를 구분하고 정리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기업 바깥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축적돼 왔으나, 그 범위와 기준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용자 개념 변화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결합될 때 발생하는 효과다. 박은정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연혁과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제도는 기업 내부의 노사관계를 전제로 설계된 장치"라며 "하청 사업장에서 복수 노조가 존재할 경우에는 하청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교섭대표노조가 원청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현행법상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정 교수는 현행 고용노동부 시행령이 전제하고 있는 '원청을 기준으로 원하청 노조 전체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은정 교수는 "이 해석을 따를 경우,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요구할 때 원청 노조와 모든 하청 노조가 하나의 교섭단위로 묶이고, 이후 교섭단위 분리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교수는 "이러한 구조는 교섭단위 분리의 입증 책임을 하청 노조에 전가하고 분리 절차와 이의 제기, 노동위원회 판단 과정에서 단체교섭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키운다"며 "결과적으로 노란봉투법이 의도한 실질적 교섭권 보장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따른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교섭창구 단일화 적용 여부'를 넘어, 실무 전반에서 단체교섭이 실제로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개념을 확장했을 뿐, 시행령에서조차 단체교섭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절차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거의 두지 않았다"며 "그 결과 교섭 요구 공문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의제를 사전에 특정해야 하는지, 원하청 중 누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인지, 의제별로 교섭 상대방을 달리할 수 있는지 등 가장 기초적인 실무 질문조차 답이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행 시행령 개정안이 교섭단위 분리 기준과 시정 신청 기간 연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이 교수는 "정작 가장 중요한 교섭 개시 단계의 문제들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며 "시행령이 입법의 실패를 구조적으로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교섭 요구 상대방 결정 기준 ▲교섭 요구 공고 범위 ▲자율적 공동교섭 동의의 효력 ▲종사 근로자 범위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사용자 범위 ▲단체협약의 구속력과 비용 부담 문제 등 노란봉투법과 시행령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상태로 법이 시행되면, 2026년 3월 이후 실제로 교섭을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위임입법 한계, 헌법성 문제까지…시행령 비판 이어져

    이어진 토론에서 권두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원하청 교섭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원청과 하청 노조가 함께 교섭하는 구조는 필요할 수 있으나, 이를 창구 단일화 제도로 강제한 뒤 다시 분리를 허용하는 현재의 시행령 구조는 논리적으로도, 헌법상 단체교섭권 보장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교섭단위 분리를 극히 예외적인 제도로 보고 있음에도, 시행령은 이를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는 노조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도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시행령만 놓고 보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때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의 설명에 따르면 원하청이 함께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는 구조로 읽히지만,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시행령 어디에도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 부원장은 노동조합법 제29조의 문언을 근거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복수인 경우'라는 요건을 원청과 하청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어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경우 ▲종사 근로자 범위 ▲근로시간 면제 ▲일반적 구속력 등 다른 조항 전반에서 연쇄적인 해석 혼란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시행령 개정안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실질적 지배력 판단이 교섭 요구 사실 시정 단계에서 이뤄지도록 했는데, 20일 내 판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할 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판단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시행령이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실질적 사용자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하도록 설계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이는 시행령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으며,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기본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잘 읽히지 않는다"며 "특히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을 확장해 원하청을 모두 포함시키는 해석은 문언상 설득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박귀천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면 최소한 하청 사업장 내부의 복수노조에 한정하는 것이 해석의 최소선"이라며 "아울러 교섭단위 분리를 폭넓게 허용하는 시행령 구조는 장기적으로 행정기관이 교섭 구조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정은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시행령 논란의 근원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에서 찾았다. 최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공정대표의무나 개별교섭 허용 규정으로도 보완되지 못한 채,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며 "개정 시행령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섭창구 단일화의 한계를 원하청 교섭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시행령 차원의 보완을 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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