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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01-21 16:24:33

    수정 : 2026-01-29 09:38:30

‘근로자 추정제’ 꺼냈지만…노동계 “근로자 범위 그대로인 무늬만 추정제”

2026-01-21 16:24:33



“근로자 정의 규정 건드리지 않아…사용자 반발로 위탁 계약 급증도 우려”
[2026년 2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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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자 추정제를 포함한 권리 밖 노동자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오랫동안 요구해 온 노동계에서 오히려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근로자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그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 발생 시 '우선 근로자'…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전날 고용노동부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은 분쟁 상황에서 근로자성을 우선 추정하는 구조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가 반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임금체불이나 퇴직금 분쟁 등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옮겨진다는 점이 정부가 강조하는 변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노동위원회를 통해 근로자성 분쟁을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 법원 소송 이전 단계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를 바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확대하는 방식은 아니다. 정부 역시 이번 개정이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분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분쟁 해결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청 조사 단계에서 근로감독관 권한 또한 강화한다. 감독관이 사용자에게 계약서ㆍ출퇴근 기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와 함께 '일하는 사람 기본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 법은 계약 형식이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본적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법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성희롱ㆍ괴롭힘을 받지 않을 권리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 해지 제한 ▲보수 지급과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 등이 담겼다.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은 없으나, 근로자가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노동계 "근로자 범위 넓어지지 않을 것" 반발
     
    근로자 추정제는 그간 노동계가 입법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제도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번 입법안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더라도 근로자의 범위 자체는 확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이번 근로자 추정제를 두고 '무늬만 추정제'라고 비판했다. 오 책임자는 "노동부도 기자 브리핑에서 근로자 개념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그런데 마치 배달 라이더나 택배기사, 서비스 기사까지 모두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의 추정제는 본 적이 없다"며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의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이 너무 좁기 때문에 그 개념을 넓히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인데, 이번 정부안은 근로자 개념을 하나도 손대지 않은 채 추정만 도입했다"고 말했다.
     
    오 책임자는 근로감독관에게 사용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근로자 추정제와 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책임자는 "근로감독관에게 사용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국세청에 국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일정 부분 쓸모는 있다"면서도 "이건 근로자 추정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조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책임자는 "그동안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법적 권한조차 없었다는 점 자체가 문제였고, 이를 보완한 것일 뿐"이라며 "이 역시 기존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플랫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새롭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을 넓혀주는 장치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오 책임자는 "누가 봐도 노동자인데 계약서만 프리랜서나 도급 계약으로 위장한 이른바 '가짜 3.3', '무늬만 프리랜서' 사례를 잡아내는 데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책임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도입된 근로자 추정제는 도입 직후 배달 라이더를 가장 먼저 근로자로 인정했다"며 "현지의 배달 플랫폼 라이더들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며, 노동시간과 퇴직금까지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의 경우 배달의민족 커넥트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는 이번 근로자 추정제로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근로자 범위는 사실상 넓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제도의 실효성뿐 아니라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오 책임자는 "근로자 추정제가 과대포장될 경우 사용자들이 '반증할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려고 할 수 있다"며 "멀쩡하게 근로계약서를 쓰던 노동자들까지 도급, 위탁, 프리랜서 계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근로자 정의 규정은 왜 안 바꾸나"…지적 이어져
     
    양대 노총은 근로자 추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노동자 범위를 실질적으로 넓히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문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국회에 이미 근로자 정의를 개정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었지만, 국정기획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그보다 약화된 내용으로 정리돼 정부안이 나온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노동계와의 실질적인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우 국장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근로자 정의를 바꾸는 게 아니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동위원회 절차를 하나 더 만든 것"이라며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전체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이번 입법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04조의2에 별도 조항으로 신설된 점에서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의 패키지 입법에 대해서는 "그간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노동권 보호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류 본부장은 "분쟁 과정에서 노동자성을 추정받는 것이 일정 부분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 판단 기준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도의 효능감이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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