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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01-30 16:28:07

    수정 : 2026-02-27 17:16:16

학교급식법으로 폐암 해결될까…“조리흄 제거 위해 공학적 대책 추가돼야”

2026-01-30 16:28:07



노동계 “노동 강도 줄이는 진일보…산안법 등 추가 개정도 논의돼야”
[2026년 3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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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학교급식법 개정 환영' 기자회견에서 한 학교 급식 종사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교 급식 종사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학교 급식 종사자의 가장 심각한 산업재해인 폐암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것 외에도 조리흄을 제거하기 위한 환풍기 제어 풍속 등에 대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재석 의원 230명 중 찬성 229명, 기권 1명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최종 가결됐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영양교사 배치 기준을 제시하고, 급식 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급식 시설과 설비를 갖춘 학교 가운데 재학생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인 학교에는 2명 이상의 영양교사를 두도록 규정했고,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및 조사 근거가 법으로 신설됐다.

    이번 개정으로 학교 급식 종사자의 정의가 처음으로 법률에 명시되기도 했다. 학교 급식 종사자는 학교급식법 제6조에 따른 급식시설을 이용해 조리 업무 등에 종사하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 등을 의미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급식 운영 체계도 국가 차원에서 정비된다. 교육부 장관은 5년마다 학교 급식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감은 이를 토대로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했다. 기본계획에는 학교 급식 정책의 목표와 기본 방향을 비롯해 위생ㆍ안전ㆍ영양 관리, 영양ㆍ식생활교육, 식재료 품질 관리, 제도 개선 및 실태조사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교육감은 이를 토대로 지역과 학교 여건을 반영한 학교 급식 종사자 배치 기준을 수립하고,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영양교사 배치 기준과 학교 급식 종사자 적정 식수 인원 관련 규정은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교육부는 "학교 급식이 성장기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교 급식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보다 안정적인 급식 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급식실 노동 강도 완화할 수 있도록 진일보"

    노동계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노동 강도를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입법 이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급식실의 폐암 등 산업재해의 책임 주체를 명확화하는 과제 등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학교 급식 종사자가 폐암으로 숨진 사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이후 급식실 폐암 산재는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산재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학교 급식 종사자 213명이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을 했고, 이 중 178명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정책실장은 "개정된 학교급식법의 핵심은 결국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도록 한 점"이라며 "이번 법안을 통해 식수 인원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라 교육감이 인력 배치 기준을 세우게 됐다. 현장에서는 이 변화가 가장 크게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그동안 급식실 현장에서는 식수 인원이 과도하게 많아 노동 강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이 마련되면 가장 직접적으로는 현장의 노동 강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 통과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아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정 식수 인원이 얼마로 정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법의 실효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계로는 급식실 안전 문제를 둘러싼 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박 실장은 "학교급식법에서 학교 급식 종사자의 안전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 관리 체계는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규율된다"며 "이 부분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급식실 산재의 책임 주체가 불명확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박 실장은 "폐암 문제를 포함해 급식실 안전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영양사나 영양교사 측에서는 관련 업무가 늘어났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두고 논란이 생겨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혼선의 배경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박 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은 기본적으로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법인데, 2020~2021년을 거치며 교육서비스업이 현업 업무로 포함되면서 학교 급식 현장에 맞는 안전 체계 정비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 문제는 향후 학교 급식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논의돼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관련 연구 조사 등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효성 있지만…조리흄 노출 줄일 공학적 대책 추가해야"

    이번 법안이 학교 급식 종사자 인력 보충으로 이어지면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폐암 산재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환기시설 개선 등 공학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류지아 가톨릭관동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인력 기준 마련은 일정 부분 의미 있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개정의 핵심 중 하나는 법에서 구체적인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적정 인원이 배치되면 노동 강도가 완화되고, 이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조리흄 노출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독성학에서는 한 사람이 전체 유해인자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평가할 때, 유해물질의 농도와 노출 시간을 곱해서 본다"며 "조리흄의 농도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인력 충원을 통해 노동 강도가 낮아지고 조리 시간이 줄어들면 개인이 노출되는 총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튀김 조리를 1시간 동안 맡아야 했다면 인력 충원 이후 이를 30분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노출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폐암 위험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류 교수는 이번 법 개정이 인력 충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류 교수는 "이것만으로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조치가 반드시 따라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가 지적한 핵심 보완책 중 하나는 조리흄에 대한 공학적 대책의 표준화다. 류 교수는 "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급식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명확히 한 만큼, 조리흄을 기준으로 한 공학적 대책도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며 "급식실에서 환풍기나 환기 설비가 가동되고는 있지만, 실제로 조리흄을 포집하는 데 적절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조리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적절한 제어 풍속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야 하고, 그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완 과제로는 조리 방식과 식단 자체의 개선을 꼽았다. 류 교수는 "튀김이나 볶음처럼 조리흄 발생이 많은 조리는 오븐 조리로 전환하도록 명시화하거나, 식단에서 튀김 요리의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이 병행돼야 조리흄 노출 감소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인력 기준 마련은 노동 강도를 낮추는 차원을 넘어, 유해 인자에 대한 노출 수준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폐암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력 충원과 함께 설비, 조리 방식, 관리 기준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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